<임재경 칼럼>백범, 몽양, 장준하가 내려다본다면

지역내일 2006-10-12
백범, 몽양, 장준하가 내려다본다면
임재경 (언론인 전 한겨레신문 부사장)

패권 국가들의 이기주의 산물인 민족의 분단은 60년간의 그 숱한 유혈과 눈물의 세월이 모자라 오늘 다시 우리를 위기의 국면으로 밀어 넣으려 한다. 분단으로 인한 위기가 한 두 차례가 아니었지만 경제발전 수준이 전 세계를 통틀어 상위권에 올라섰고 아시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의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한국이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려는 의지를 다듬고 있는 마당에 험로에 들어선 것이다. 지금 여기서 뼈저리게 느끼는 안타까움의 하나는 IT 강국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분단의 한쪽 대한민국이 정보의 빈곤과 판단의 혼란으로 인하여 허둥대야하는 모습이다. 이글을 쓰는 날(10월 11일) 아침 전국적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방송이 일본의 NHK 보도를 인용하는 방식으로 “북한이 2차 핵실험 실시했다”는 뉴스를 내보냈는데 곧 이 뉴스는 ‘확인불가’, 즉 ‘사실 아님’이 밝혀졌다.

미일 정보에 의존하는 비극
북한의 핵문제만 나오면 거의 전적으로 미국과 일본의 정보와 판단에 의존해야하는 현실이 6·25전쟁 이후 반세기에 걸친 이른바 한미일 외교-군사 협동체제의 유산이라 하더라도 일본 국영방송(NHK)과 미국 신문의 보도와 해설을 여과 없이 되뇌는 우리의 보도 자세는 위험천만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북한의 핵실험 하나만을 놓고 본다면 지난 9일 핵실험을 실시하기 20분전 중국에 이를 통보하면서도 한국에는 사전 사후에 한마디 하지 않은 북의 ‘민족 공조’ 방식에 책임을 돌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민족공조란 말이 나온 김에 북의 당국자, 특히 군부와 외교 책임자들이 꼭 귀담아 들어야 할 일이 있다. 남한은 정부당국자 맘대로 여론을 좌지우지 하는 사회가 아니라는 점이다. 민족공조란 말이 아무리 가슴 설레는 구호라 할지라도 내용 없는 프로파간다로 그치는 순간 남한 주민은 그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음은 물론 급기야는 고귀한 그 말의 가치마저 냉소 대상으로 전락할 위험이 따른다. 북의 당국자들이 남한에 대한 인식이 오랜 농성체제 결과로 초보적인 면에서 조차 크게 빗나가고 있는 것을 모르는바 아니나 이번 핵실험을 전후한 그쪽 나름의 외교 전략은 중대한 오류를 범한 것이다. 에너지와 식량 후원자인 중국을 북한이 특별히 유념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겠으나 6·15선언을 일궈낸 한국 안의 분단 극복 에너지를 가볍게 여긴 판단착오는 반드시 교정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이른바 대북 강경제재에 지금 이 시각까지 반대 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한국이고 솔직하게 그 다음이 중국이다. 6·15 선언에서 내외에 천명한 민족공조 정신의 구체적 결실을 들자면 바로 이런 것이다.
앞에서 지적한 대로 북한의 핵실험을 판단하는 시각은 거의 전적으로 미국과 일본의 것이기 때문에 그 배경과 사후 대책에 대한 논의 역시 미국과 일본 쪽의 것으로 기울어져 있다. 경제적 봉쇄를 강화하고 그것이 소기의 효과를 나타내지 않을 경우에는 군사적 선택(분명한 언표는 피하는 양상이지만 선제공격)을 불사한다는 것이다. 동해의 건너편, 아니 태평양의 저 멀리에 있는 사람들로서는 그런 사후 책을 논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다르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7천만의 동포가 오밀조밀 엉켜 사는 이 한반도에서는 어떤 구실과 명분으로라도 전쟁의 가능성을 전제로 한 북핵 대책은 민족의 사멸을 뜻한다. 전쟁이 아닌 방법, 협상과 외교로 인간의 재앙인 핵무기를 만들지 않는 길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협상과 외교로 문제 풀어야
원래 나라사이의 외교는 역사상 전쟁 회피의 적극적 수단으로 발생했고 이용되어 온 것이다. 전쟁으로 국가와 민족간의 온갖 갈등을 해결하려 하였다면 외교는 굳이 있을 필요가 없다. 작년 9월 베이징 6자회담에서 9·19 합의에 도달하기 며칠 전 미국이 위폐 문제를 돌연히 제기한 것부터 수상쩍다면 수상쩍은 일이다. 중세의 로마 교황청이 기성의 천동설(天動說)을 지키기 위하여 지동설(地動說)을 제기한 천문학자들을 이단자로 지목하여 분형에 처했던 일이 불현듯 떠오른다. 2002년 초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더불어 ‘악의 축’이라 지칭한 이후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이런 구실 저런 구실을 꺼내 북한을 고립 봉쇄하는 전략을 전개했다. 그러므로 북미관계의 종착점은 핵을 매개로한 협상 테이블로 향하는 것이 필연적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하지만 핵무기를 만들기 위한 수순으로서의 핵실험은 국제정치 게임의 수단으로서는 너무나 위험한 도구다. 평생 조국의 광복과 민족의 통일을 위하여 한 몸을 바친 백범, 몽양 그리고 장준하가 하늘에서 조국 한반도를 내려다보았다면 무어라 말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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