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전 한국의 지방은행은 10개의 지방은행이 존재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은행산업의 구조조정과 대형화 등의 영향으로 6개의 지방은행이 시중은행과 금융지주회사로 합병 또는 통합되어 2006년 9월 현재 실질적으로 대구, 부산, 전북 등 3개의 지방은행만이 존재하고 있다.
지방은행의 양적인 감소는 전체 지방은행의 경영규모를 축소시켰다. 1997년 지방은행의 자산 규모(평잔 기준)는 59.4조원으로, 시중은행의 12.3% 수준이었으나, 2004년에는 시중은행의 8.5%로 줄어들었다. 이는 같은 기간 중 시중은행의 자산 규모가 53.9% 증가한 반면 지방은행의 경우에는 6.1% 증가에 그쳤기 때문이다. 또한 시중은행의 점포수는 2006년 6월말 현재 4,519개로 1997년 말에 비해 163개가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지방은행의 점포수는 762개로 지난 1997년에 비해 543개나 감소했다.
이처럼 지방은행은 금융여건의 변화로 질적인 과제도 안고 있다. 은행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BIS 자기자본 비율이 중요한 평가기준이 되고, 자산 건전성이 강화됨에 따라 차입자의 신용도가 크게 중시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용도가 취약한 금융 수요자는 은행 등에 신용 접근이 곤란하게 되었는데, 지역경제에 기반을 두고 있는 중소기업 및 영세 자영업자 등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이러한 차원에서 지방은행은 이들 계층에 대한 금융제약 완화에 기여하는 한편 장기적인 전망을 갖고 자체적인 영업 기반 구축에 노력을 전개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지역금융기관으로서 지방은행은 해당 지역의 투자와 저축을 연결하는 금융중개 기능과 함께 지역자금을 역내에 환류시킴으로써 중소기업이나 지역 영세사업자 등에 대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기업으로서 지방은행은 지역의 생산과 고용기회를 확대시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기능도 지니고 있다. 현재 수도권과 기타 지역간 경제적 격차를 축소하는 차원에서 지방은행이 해당 지역기업에 대한 원활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우선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지방은행은 해당 지역의 중소 및 혁신형 벤처기업의 창업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은행 내 관련 전문 부서를 운영하여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기업에 자금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벤처기업 등의 자금지원 대상 심사는 은행 자체적인 평가만으로는 어려울 수 있으므로 외부 유관 기관과의 업무 제휴를 통해 판단하는 것이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지역기업의 경영 개선을 위한 서비스 제공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지방은행은 지역기업의 정보에서 비교우위를 지니고 있으므로, 지방은행이 거래기업에 대해 경영진단 등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해당 지역기업,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구체적인 경영개선 방안, 장기 경영전략 등에 대해 자문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은행 자체적인 시스템 외에 공인회계사, 경영 컨설턴트 등 외부 전문가와의 네트워크 구축으로, 거래 기업의 특성에 맞는 경영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 등에 비해 비교우위를 지니는 방안은 무엇보다도 지역밀착형 경영(relationship banking)을 수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 및 금융여건 속에 지방은행이 지역기업의 자금조달을 용이하게 하는 동시에 지역경제 발전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근 들어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지방은행은 현지의 정보나 진출 상담 등의 서비스를 해당 기업에 제공하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리고 관광 자원이 풍부한 지역인 경우에는 해당 지방은행이 여행업체나 숙박업계 등과 제휴하여 지역 내 관광자원 개발을 통해 지역 경제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방은행은 지역기업과 지역경제를 위한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게 되면, 실질적으로 경쟁의 우위를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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