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오랜 관행깨기 본격 시동

법조비리 계기로 사법개혁 더 강하게 추진 … 사법신뢰 회복은 아직 갈길 멀어

지역내일 2006-09-25
이용훈 대법원장이 25일로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이 대법원장은 과거 어느 대법원장보다도 외부와의 접촉빈도를 높이며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대법원장이 취임 때부터 강조한 ‘국민을 섬기는 사법부’라는 모토는 국민들의 사법신뢰 향상이 현재 사법부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년이 지난 지금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연루된 법조비리가 터지면서 사법신뢰는 오히려 더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이 대법원장은 법조계에 뿌리깊이 박혀있는 잘못된 관행들을 전체적으로 바꾸지 않고는 사법신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최근 지방법원을 돌면서 이 같은 점을 역설했다.
지난 1년간 이 대법원장은 법원 내부와 판사들을 독려하면서 잘못된 관행을 깨는데 주력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작업들은 계속될 전망이다.

◆형사소송법 원칙대로… 법조계 유착 근절 = 최근 법조계 논란의 배경으로 자주 언급되는 공판중심주의는 새로운 제도가 아니다. 민사소송법과 형사소송법상 재판의 기본원칙이 바로 대법원장이 강조하는 구술주의와 공판중심주의다. 오히려 그 동안의 재판이 검찰의 조서 중심으로 진행돼 온 서류재판이었다.
공판중심주의는 서류중심의 재판에서 벗어나 법정에서 증인 진술과 피고인 심문을 토대로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를 가리고 법관이 이를 근거로 유무죄 판단과 함께 형량을 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대법원장은 사법불신의 주된 원인이 공개된 법정에서 당사자와의 사이에 적정한 의사소통이 없이 재판 결론이 도출되는 그 동안의 잘못된 재판관행에 있다고 지적했다.
법정에서 마음대로 이야기 할 수 없으니 전관 변호사를 선임하고 법정 밖에서 법관들과 접촉할 기회를 찾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잘못된 유착관계와 부패의 고리가 형성될 수 있고 국민들은 이 같은 부패 고리가 정말로 있다고 믿게 된다는 게 대법원장의 우려다.
법원에서는 이 대법원장 취임 전부터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해왔고 최근 들어 민사재판에서의 구술심리도 활성화되고 있다.
서울에 근무하는 모 부장판사는 “지난 1년동안 구술심리가 활성화되는 등 큰 변화가 있었다”며 “아직은 초기지만 몇 년이 지나면 대부분 재판부에 구술심리·공판중심주의가 정착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밀려드는 사건과 부족한 재판 시간, 재판부의 업무부담 가중 등 재판 여건이 바뀌기 전에는 공판중심주의가 제대로 정착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판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판사 비리·재판 불신 무거운 짐 = 이 대법원장의 사법신뢰 회복 노력은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연루된 법조비리사건이 터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수년간의 공든 탑도 법조비리사건이 터지면 무너진다는 교훈도 재확인했다. 이 때문에 판사들의 비리를 막고 재판에 대한 불신을 해소시키는 것이 이 대법원장에게는 무엇보다 큰 과제가 됐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판·검사들의 직무관련 범죄접수는 계속 늘고 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전·현직 판검사의 직무관련 범죄 접수건수는 2003년 139건에서 2004년 228건, 2005년 446건으로 해마다 두 배가량 늘고 있다. 올해는 지난 6월까지 260건이 접수됐다.
물론 이 중 기소된 사건은 2003년 1건뿐이지만 국민들이 판검사에 대해 갖는 불신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대법원은 법조비리 사건 이후 법관 징계 및 감찰 강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실효성에서는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법원은 공직자윤리위에 외부인사를 위촉해 법관 징계·감찰에 관한 심의기능을 부여하고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의 법관 감찰업무 담당인력을 대폭 보강해 법관에 대한 감찰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법조비리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판사들의 향응 접대에 대한 더 엄격한 잣대가 마련되지 않았고 비리 발생시 처벌할 수 있는 기준도 마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신시절 사법부와의 단절 주요 과제 = 이 대법원장은 취임사에서 사법부의 과거사를 반성했고 그 직후 과거사 청산 작업에 돌입했다.
대법원은 지난 3월 시국·공안 사건 관련 판결문 5000여건을 분석해 대법원장에게 보고했다. 과거사 청산은 현재의 사법부를 과거의 사법부와 확실히 단절시켜주는 것으로 국민들이 사법부에 대해 가진 과거의 부정적 인식을 털어내기 위한 작업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6개월 동안 과거사를 어떤 식으로 정리해야 할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일단 대법원은 인혁당 사건과 같이 재심청구가 들어올 경우 과거 재판에 대한 판례 변경 등을 통해 과거사를 청산한다는 입장을 잠정적으로 정해놓고 있다.
또한 유신정권 시절 긴급조치에 걸려 처벌받은 피해자들을 일괄 구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사법부 차원으로 해결될 수 없고 국회 등 입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이 대법원장이 아직 명확한 방침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입장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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