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방향타 제시할 모임 뜬다

‘화해상생마당’ 9일 창립 ... 이부영·윤여준·김지하씨등 각계 명망가 참여

지역내일 2006-11-09 (수정 2006-11-09 오전 8:41:55)
극단과 극단을 오가는 분열과 이분법적 사고가 일상화된 한국사회에서 ‘화해와 상생’의 목소리를 내는 모임이 첫 발짝을 내딛었다. 9일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윤여준 전 한나라당 의원, 수경 스님, 김지하 시인 등이 참여한 ‘화해상생마당’(운영위원장 이부영)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창립모임을 개최했다.각계 지식인과 명망가 32명이 창립회원으로 참여한 화해상생마당은 포럼 형태의 개방적 모임으로 운영되면서, 갈등과 대립이 반복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균형 잡힌 길잡이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뉴라이트 뉴레프트 등 이념색채가 강한 모임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가운데 이데올로기를 뛰어넘어 중도노선을 확대하겠다는 취지가 눈길을 끈다.

◆“중도지향은 회피가 아니라 역동적 노선” =
화해상생마당의 창립취지는 선언문에 잘 드러난다.
특히 화해와 상생의 길로 제시한 중도에 대해서는 “중간지대로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사안마다 분명한 선택을 하는 역동적 노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즉 “국가적 중대과제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기본지침으로 ‘화해와 상생의 중도노선’을 우선적으로 내세우고자 한다. 그 길은 손쉬운 타협이나 회색지대로의 도피가 아니라 여러가지 극단적 주장들을 흡수하고 극복해 시급한 국가적 과제를 원활하게 수행하자는 적극적 선택”이라는 것이다.
구체적 실천과제로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 △성장과 분배를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 △교육을 통한 보다 더 나은 공동체 등 세 가지다.
이 모임의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부영 전 의장은 “이 ‘중도’는 사안에 따라 보수로 비춰질 수도 있고 진보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양쪽으로부터 공격과 모함을 당하더라도 대립보다는 상생을 바라는 국민에게 희망의 길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전 의장은 “정계 개편이나 신당이 급한 게 아니라 분열과 대립을 완화하고 타협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면서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정계개편론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바깥의 안보 위기 때문에 내부에서 나타난 보수ㆍ진보의 대치 현상이 이념대결과 노사 및 지역대결로 점점 증폭되고 있다. 정치권은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싸움만 부추기고 있어 마치 구한말이나 6·25 직전의 내부 분열을 보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이 모임의 창립 취지와 관련, 건전한 중간집단 양성을 강조했던 크리스찬 아카데미를 연상하기도 한다. 고 강원룡 목사가 원장을 맡았던 크리스챤아카데미는 한국 사회구조의 병폐를 이념·체제·계층 등의 양극화로 진단하고 중간집단 양성을 강조한 바 있다.
중간집단이란 ‘민중의 편에 서서 그들과 함께 양극화 사회의 화해와 통합에 기여하는 세력’을 의미한다.

◆“세력화 않는 게 장점이자 한계” =
의욕적으로 시작하는 이 모임에 대해 정치권에선 기대섞인 눈길이 적지 않다. 스스로 중도를 표방하는 유권자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 대선에선 중도시각을 바라봐야 하는 각 정당과 예비대선주자들 입장에서는 이 모임이 중도노선의 방향타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중도노선이라는 것 자체가 아직 제대로 확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모임이 제대로된 중도비전을 보여준다면 의외로 많은 대중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고, 그러면 각 당과 주자들도 포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이념을 뛰어넘는 중도의 시각을 대중들에게 전파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영향력이 필요하지만 각계 인사 몇십여명 정도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이에 대해 윤여준 전의원은 “이데올로기나 구애받지 않고 합리적인 것을 제시하면 국민들도 호응해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력화하지 않는 것이 한계일 수도 있지만 장점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뉴라이트나 뉴레프트같은 모임의 하나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선 윤 전의원은 “전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이념적으로 어느 한 쪽을 지향하는 게 아닐 뿐 아니라 그 모임들도 나름의 의미가 있지만 우리의 기본적 생각은 이제 이데올로기에 속박받는 건 그만해야 된다는 거이다. 어느 것이 우리 국가에 합리적으로 유리한 것이냐를 생각하고, 정치라는 게 보통사람의 삶을 편안하게 해주면 되는 것 아니냐. 어떤 것이 편하게 해주는 것이냐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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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한 사람들은 누구
극단 치우치지 않고 좌우 넘나드는 삶 ‘눈길’

화해상생마당은 이념을 뛰어넘는 중도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참여한 인사의 면면도 기존 관점에서 보면 좌와 우, 어느 쪽으로 규정하기 힘들 사람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는 게 특징이다. 한 언론계 인사는 화해상생마당 창립회원들에 대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친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먼저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부영 전의장은 ‘동아일보’ 해직기자 출신으로 재야활동을 하다 지난 1991년 민주당 부총재로 정치권에 진입한 이후 보수와 진보를 넘나들었다. 3김 시대에 ‘3김 청산’을 부르짖었던 탓에 비주류에 머물곤 했던 이 전의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95년 국민회의를 창당하자 노무현 대통령 등과 함께 ‘꼬마 민주당’에 남았고, 97년 대선과정에선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에 합류했다. 한나라당의 원내총무까지 지냈지만 2003년 이우재·김영춘·김부겸·안영근 의원 등 이른바 ‘독수리 5형제’와 함께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에 합류했고 당 의장까지 지낸 바 있다.
윤여준 전 의원은 한나라당에서 몸담고 있을 때 손꼽히는 전략가로 평가받던 사람이다. 오랜 정계 활동 속에서 부침도 있었지만 합리적 보수인사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모임 대변인을 맡고 있는 법륜 스님은 10년전부터 북한 동포돕기를 꾸준히 해오는가 하면, 제3세계 지원, 환경운동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한명의 대변인인 박종화 목사는 고 강원룡 목사의 뒤를 이어서 경동교회를 이끌면서 강 목사의 뜻을 이어받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인병선 짚풀생활사박물관 관장은 시인 신동엽의 부인으로 1993년에는 짚풀생활사박물관을 설립하고 꾸준히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작업을 해 2005년 대한민국문화유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인 출신의 이력도 다채롭다. 창립회원으로 참여한 이종대 전대우자동차 회장은 지난 2000년 대우자동차가 노사분규 등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을 때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 인력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의 큰 틀에 합의하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조흥은행장 출신인 최동수 신한은행 상임고문은 지난 2003년 조흥은행장에 취임해 1조원 가까운 적자에 시달리던 은행을 불과 1년여 만에 우량은행으로 탈바꿈시키는 역량을 발휘해 주목받았고, 특히 그는 ‘직원만족센터’ 설립, ‘설렁탕 조찬회’ 등을 마련해 직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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