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 영담 스님

지역내일 2006-11-13 (수정 2006-11-14 오전 6:57:23)
인터뷰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 영담 스님

“남북관계 어려울수록 민간교류 활발해야”
총장 직선제, 대학 발전 걸림돌 … 동국대 도약 계기 만들 것

불교계의 한 사람으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로 활동 중인 영담(부천 석왕사 주지) 스님을 만났다.
스님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민간교류를 활발하게 해야 당국자 간의 교류도 잘 될 수 있다”며 “지금은 어느 때보다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시민사회가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동국대학교 이사이기도 한 영담 스님은 “대학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개혁작업을 꾸준히 추진하겠다”며 “총장 선임을 둘러싼 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해 동국대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 북핵문제 등으로 어려운 시기에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로 활동하시는데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 것은 6·15선언이지만 민간교류가 바탕이 돼 가능했다. 현 시기는 굉장히 경직되고 어려운 시기다. 이럴수록 민간교류가 활발해야 나중에 당국자 간의 관계도 잘 될 수 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얼마 전 10주년을 맞았다. 민간 차원의 활동이지만 경기도와 경남도 등 지자체와 손잡고 북한에 연 100억대 의료와 식량 지원을 하고 있다.

- 얼마 전 방한한 예쇼우원(葉小文) 중국 국가종교사무국 국장이 인터뷰에서 석왕사 이야기를 길게 했다.
예쇼우원 종교국장은 후진타오 주석의 신임을 두텁게 받고 있는 인사다. 그가 후진타오의 마음을 움직여 중국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불교를 인정하게 했다. 불교의 ‘조화와 화해의 철학’이 사회주의의 이념과 같은 개념이라고 설득한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상당히 겸손하다. 후진타오를 설득시킨 일에 대해 물었더니 ‘후진타오 주석이 영명해서 잘 판단한 것’이라고 하더라. 석왕사 얘기를 많이 한 것은 도시 내 사찰에서 시민복지사업과 불교포교 활동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을 보고 많은 시사점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세속에 있는 CEO보다 더 바쁘신 것 같은데, 가장 비중을 두는 활동은
아무래도 동국대와 종단일에 많이 신경을 쓴다. 종단에서는 아직 제대로 하는 일이 없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늘 야당 신세다.(웃음)
동국대는 내년 2월말 현 총장 임기가 만료된다. 새 총장을 모셔야 한다. 교수회에서는 직선한다고 했고, 두 사람을 뽑아서 올렸다. 이사회에서 반려시키고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교수, 학생, 직원, 종단, 사외이사 이렇게 구성해서 5명을 추천하게 했다. 1인 이상은 외부인사로 하자고 했다.

- 교수 직선제가 가장 민주적인 선출방식이 아닌가.
밖에서 보면 직선제가 좋은 것 같지만 폐단이 많다. 한마디로 ‘인기관리’ 하느라 ‘일’을 못한다. 총장이 되도 교수들 눈치를 봐야 하고 … 교수들도 90% 이상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
구조개혁 선도대학으로 지정되고 앞으로 3년 동안 83억의 예산을 지원받으려면 정원 2500명을 줄여야 하는데, 직선제를 하면 이런 일을 소신있게 추진할 수가 없다.
모 일간지 대학 평가에서 동국대가 45위를 했다. 말이나 되나. 홍기삼 총장 취임 후 지난해에는 27위까지 올라갔다. 10위권 안에는 들어야 한다. 구조개혁을 하려면 총장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 대학 평가 순위를 올리려면 더 많은 혁신이 필요할 텐데
교수 연구실적 평가를 강화해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물론 교수들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것이다. 계속 반대성명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연구실적 평가에 대해서는 점점 긍정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학생들도 공부를 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옛날 방식의 강의로는 안된다. 정교수가 되도 공부를 해야 하고 강의를 어떻게 할지 연구를 해야 한다. 학생들이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교수들이 만들어야 좋은 학교가 된다.

- 70년대 부천 석왕사 창건 당시 어려움이 많았다는데
1976년 초 부천에 큰스님 모시고 처음 땅을 보러 왔고 1977년부터 사찰 건립사업에 들어갔다. 처음엔 부처님 모신 금당 하나로 시작했다. 그 이후에 종각이나 일주문 등을 하나씩 지어나갔다.
당시 부천 인구가 18만이었고 포교사업을 하는 사찰도 없었다. 포교문을 나눠주면 시비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사월초파일날 역전에서 등을 달고 행사를 하는데 웬 사람이 못하게 막았다. 화가 나서 부천 북부역 분수대에 빠트렸다. 알고보니 시청 공무원이었다.(웃음)

- 석왕사가 부천 민주화운동의 성지로 자리잡은 것은
70년대 말 ‘야학’을 시작했다. 노동자들에게 검정고시를 가르치는 야학이었다. 정보기관의 압박도 많았다. 이 야학 출신들이 ‘금강회’를 만들었고 이들이 인천·부천지역에서 노조를 설립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많이 했다.
80년대만 해도 노동자들이 모일 데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백중맞이 노동자 한마당’이었다. 백중에는 세가지 의미가 있다. 조상을 천도하는 날, 부모에 효도하는 날, 전통적인 노동절이다. 백중맞이 행사 첫해에 1500명이 모였다.

- 노동자들 1500명이 모였으면 정치적 집회가 벌어지지 않았나.
어디까지 나오는지 봤더니 ‘전두환 대가리 깨부수자’는 구호까지 나왔다.(웃음) 실정법에 저촉되는 것은 ‘장소제공’이니까 한번 해보자고 했다. 그 뒤로 해마다 백중 노동절 잔치를 열었다.
87년 3월 1일 고 박종철 열사 천도재를 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5개 중대 병력이 원천봉쇄를 했는데 절에 못 들어온 사람들이 북부역, 시청 등지에서 8시간을 싸웠다. 스님들도 나가서 같이 싸웠다. 나중엔 경찰들이 지쳐서 질질 끌려다녔다.

- ‘부천시민신문’ 창간에도 주도적 역할을 하셨는데
지방자치제가 시행 후 지역에서 바른 소리를 낼 수 있는 언론이 만들자고 해서 ‘부천시민신문’을 창간했다. 당시 고 강희대 선생을 중심으로 원혜영·이미경 의원, 김문수 지사 등도 다 참여했다.
창간 초기 시의원들 해외연수에 자비 들여 동행취재해서 ‘관광식 해외연수’ 관행을 뜯어고쳤다. 윤전기가 없는 지역신문은 정치기사를 못쓰게 규정했던 ‘정간법 개정운동’에도 큰 역할을 했다.

- 석왕사 안에는 보통 사찰에서 볼 수 없는 어린이집과 수영장, 장례식장까지 있다.
유치원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보수적인 신도나 할머니들이 시끄럽다며 싫어했다. 그런 신도들에겐 기도하려면 새벽이나 저녁에 오라고 했다. 또 시끄러운 가운데서 공부를 해야 집중이 된다고 했다.
신도들은 점점 젊어지고 있다. 지금도 종교를 선택하지 않았던 부모들이 아이가 유치원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불교를 선택한다. 어린이들을 통해 젊은 부모들에게 포교를 하는 거다. 노인 중심의 불교가 무슨 발전이 있겠는가.

- 중국 국가종교사무국 국장이 이런 활동을 보고 놀란 것인가.
지난번 예쇼우원 국장이 와서 보고 가장 놀란 것이 절 안에 있는 장례식장이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을 바꿔서 보면 옛날에는 절에서 다 장례식을 치렀다. 49재나 천도재도 장례 절차와 크게 다를 게 없다.
처음 장례식장 시작했을 때만 해도 장례식장 이미지가 안 좋았다. 병원 영안실 지하 음침한 곳에 위치해 있었고 장례용품 가지고 온갖 바가지를 씌웠다. 상주들의 아픈 마음을 이용해서 폭리를 취하는 구조였다.
우리는 무료로 장소를 빌려주고 음식까지 포함해서 150만원에서 200만원 선에서 다 해결되도록 만들었다. 불교 신도가 아니더라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목탁소리 대신 찬송가 소리가 들린다고 무슨 문제가 되나.

- 석왕사에서 하는 각종 복지사업도 같은 의미인가.
유치원, 어린이집 4곳, 장애인 주간보호센터, 복지관, 장례식장, 아름다운 가게까지 운영한다.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포교하는 방식이다.
근래 들어 도심 사찰이 많이 생겼지만 대부분 신도 중심으로만 운영한다. 신도들만 대상으로 하면 편하게 잘 할 수 있지만 거기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우리 사회에는 소외계층들이 많이 있고, 그런 사람들과 함께하는 불교가 생동감 있는 불교가 된다.
‘아함경’에는 보살이 중생과 일심동체가 되어 고락을 함께 하면서 올바른 길로 인도하라는 ‘동사섭(同事攝)’의 가르침이 있다.

* 영담 스님은
- 범어사에서 고산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 석암 스님으로부터 비구계를 받음
- 범어사 강원 수료
- 동국대 승가학과, 방송대 행정학과 졸업
- 동국대 대학원 행정학과 박사과정 수료
- 부천시민신문 발행인
- 조계종 개혁회의 상임위원
- 불교신문사 사장
- 동국대 이사
- 석왕사 주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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