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김정일 서울답방에 생각할 일들

지역내일 2001-03-09 (수정 2001-03-09 오후 5:25:53)
김대중 대통령은 3월 1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올해 틀림없이 서울에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을 뿐 아니라 같은 날 한 지방신문과의 회견에서도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방문 때
“냉전종식을 위해 평화협정 또는 평화선언 등 어느 것이 될지 모르지만 군사적 문제를 포함한 구체
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많은 사람들이 과연 김정일 위원장이 서울에 올 수 있
을까하고 반신반의했으나 이제 그의 서울 답방은 눈앞에 다가온 느낌이다. 사실 어제 이루어진 한미
정상회담도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예정한 두 동맹국 정상간의 정책 조율이라고 볼 수 있다.

남북화해·협력 정권초월 지속돼야
남북관계는 앞으로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 여부에 달려있다는 것이 대체로 남북문제 전문가들
의 일치된 견해였다. 이렇게 보는데는 근거가 있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유일한 실권자인 김 위원장
의 답방 없이는 북측의 6·15 공동선언 이행의지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 한국이나 미국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근거는 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해야 남북정상의 방문이 한차례의 행사로 끝나지 않고 정
례화될 수 있으며 남쪽에서 정권이 바뀌어도 남북정상 간의 접촉이 단절되는 일이 없도록 제도화하
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통일부가 서울 정상회담을 제2차 정상회담이라고 부르고 있
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한에서도 정상회담의 제도화를 바라고 있다는 한 북한 전문가의 말이 있다. 유일냉전지대로 남은
한반도에서 어렵게 트인 남북 정상회담은 정권을 초월해서 지속돼야 한다. 서독의 보수 기민당이 사
민당과는 이념이 다르고 초기에는 반대를 했었지만 브란트의 동방정책을 계승 추진해서 마침내 통일
을 이룬 것은 우리가 명심해야 할 교훈이다.
통일부의 제2차 남북 정상회담 주요 목표를 보면 한반도 평화체제 기반구축과 냉전종식, 남북한 군사
적 긴장완화와 평화체제 제도화 추진, 평화정착 과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실질적인 협력 등이다. 6·
15 정상회담 결과로 3차례의 이산가족 상봉, 장관급 회담의 정례화 특히 국방장관회담의 개최, 단절
된 경의선의 복구사업 합의 등 남북간 화해와 협력 분야에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평화와 안
보 분야에서 눈에 띄는 실적이 없다는 비판이 없지 않았다.
따라서 금년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계기로 한반도에서 냉전을 종식시키는 좀더 구체
적인 평화선언이나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김 대통령의 굳은 뜻이다. 김 위원장도 “낮
은 단계의 연방” 같은 논란의 소지가 많은 문제는 거론하지 않으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처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한반도의 평화와 우리 안보에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
최근 통일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90%가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에 찬성하고 있
다. 이것은 우리 국민이 김 위원장이나 북한체제를 지지해서라기보다는 그의 방문과 서울 정상회담
이 지니는 의의 때문이다.
이른바 보수진영 안에서도 그의 방문을 지지하는 사람이 있는 것은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이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순탄할 것 같지만은 않아 보인다. 국민의 10% 남짓밖에 안되
지만 영향력 있는 극우세력이 한국전쟁 발발과 대한항공기 폭파 사건에 대한 김정일 위원장의 사과
를 주장하면서 그의 방문을 방해하겠다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서울답방을 지지하는 세
력과 충돌, 남남 갈등이 사회혼란을 유발할 우려도 없지 않다.
북한도 평양방송을 통해 답방 반대 분위기가 확산될까 우려하면서 “이런 속에서 남북관계가 순조롭
게 진전될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 방송을 내보냈다.

남쪽 분위기 이해 북한이 고집 말아야
6·25의 피해자들, 북한체제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김 위원장에게 느끼는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 그
러나 너무 과거에 집착하면 남북화해는 진전되기 어렵다. 한국전쟁 때 우리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 소
련이나 중국에 사과를 고집했다면 오늘날 우리가 이 나라들과 국교를 맺을 수 있었겠는가. 과거를 잊
자는 것이 아니다. 감정의 표출에는 때와 장소를 가리는 자세가 필요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국익과
민족의 장래를 생각하면서 눈앞의 울분을 억제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으로서도 한국의 분위기를 이해하고 “북한식”의 대접을 기대하거나 그들의 입장만을 고집해서
는 안 된다. 정부는 남북화해가 안정된 틀 속에서 발전하고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차질 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예상되는 모든 장애를 제거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장행훈/아태평화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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