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좌절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
일전에 지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내년 대통령 선거의 쟁점을 점쳐보는 기회를 가졌다. 그 자리에서 단연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건 “부동산과 교육”이었다. 부동산 대란 평정과 사교육비 경감이 표심을 좌우하리라는데 대부분이 동의를 표했다. 더불어 부동산 광풍과 사교육 열풍의 핵심에는 30대의 좌절이 자리하고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오늘의 30대는 부모 세대와 비교해볼 때 두루 상대적 박탈감을 아니 느낄 도리가 없다고 한다. 그들의 부모가 티끌 모아 태산이요 저축은 미덕임을 생활해오면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세대라면, 자신들은 자고 나면 치솟는 부동산 가격으로 인해 월급 알뜰살뜰 모아 강남에 아파트 한 채 마련하기란 애당초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월급의 40% 가량을 자녀들 사교육비에 투자해야 하는 현실에 더하여, 기러기 엄마 아빠를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되는 비율도 날로 증가 추세에 있는 것이 30대의 현실이다. 생후 8개월짜리를 위한 방문교사가 탄생했다느니, 3살부터 영어학원에 보내야 원어민 수준의 영어 구사가 가능하다느니 각종 괴담이 떠돌아다니는 상황이고 보니, 만일 요즘 시대에 태어났다면 대학 문턱에나 제대로 갔을지 모르겠다는 30대의 푸념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자녀 세대의 좌절은 물론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미국의 베이비 붐 세대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자신의 부모 세대보다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문화적으로 수준 높은 삶을 향유하리라 꿈꾸었던 미국의 베이비부머들은 70년대 초반 두 가지 충격에 맞부딪친다. 곧 오일 쇼크와 생산성 저하 쇼크 덕분에 미국의 베이비 붐 세대는 실질 소득 및 구매력에서 부모 세대의 수준을 밑도는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실제로 미국의 1986년 기준 가구 당 평균 수입은 전후 풍요의 시대를 거치면서 2배로 증가한 반면, 1973년 정작 베이비 붐 세대가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 순간부터는 실질 임금 감소 현상이 시작되었다. 1960년대 출생한 세대가 30살이 되면서 부모의 수입보다 약 1/3을 상회하게 된 반면, 베이비부머들은 오히려 부모의 수입보다 10% 하강하는 결과를 가져옴으로써, “내 집 마련, 자녀 대학공부, 여유로운 소비생활”을 모토로 하는 아메리칸 드림이 여지없이 무너져 가는 것을 경험했다.
물론 베이비부머들 사이에서도 일정한 차이를 보여주어, 1955년을 기점으로 그 이전에 출생한 세대는 1960년대 사회 번영의 열매를 직접 수혜함으로써 “이상주의자”로 남은 반면, 1955년 이후 출생한 세대는 구직에서부터 결혼시장을 거쳐 주택구입에 이르기까지 극심한 경쟁을 벌여야 했고, 스태그플레이션에 들어간 미국 경제의 최초 희생자가 되어야 했다.
관건은 오늘 우리네 30대가 생애주기 상 매우 중요한 시기를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이요, 이들의 좌절이 향후 사회적 에토스를 형성해감에 의미 있는 자취를 남기게 되리란 사실이다. 30대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지 못할 경우 그 기회는 점차 축소될 것이 확실하며 노후의 경제적 안정성 또한 불투명해질 것은 자명하다. 자녀교육 역시 이들의 삶에 매우 중요한 과업으로서, 자녀의 성공이 부모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한국적 상황에서는 자녀교육에 올인 하는 것 이외에 뾰족한 대안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좌절을 경험했던 미국의 베이비부머들은 강한 개인주의적 성향을 제도화함으로써 공동체적 가치를 앞세우는 가족 및 지역사회의 요구와 사사건건 충돌을 일으켰고, 세계대전을 경험했던 부모 세대가 지고의 가치로 여겨온 근면과 성실 그리고 “일 우선 이데올로기”에 동조하기보다 노동시간을 줄이고 보다 많은 시간을 여가에 투자하길 희망했으며, 부모 세대가 높은 투표율과 더불어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한 반면 베이비 붐 세대는 정치적 무관심을 표출함으로써 만성적 재정적자, 10대 임신, 약물중독, 사회의 폭력화 등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고 있는 미국의 사회문제를 방치해왔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시되고 있다.
결국 한 사회의 허리에 해당되는 30대의 좌절은 개개인의 경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경험을 토대로 독특한 세대 정서를 구성하게 되는 바, 이들을 위해 탈출구를 마련해주는 것이야말로 향후 한국사회에 희망의 빛을 밝히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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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인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
일전에 지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내년 대통령 선거의 쟁점을 점쳐보는 기회를 가졌다. 그 자리에서 단연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건 “부동산과 교육”이었다. 부동산 대란 평정과 사교육비 경감이 표심을 좌우하리라는데 대부분이 동의를 표했다. 더불어 부동산 광풍과 사교육 열풍의 핵심에는 30대의 좌절이 자리하고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오늘의 30대는 부모 세대와 비교해볼 때 두루 상대적 박탈감을 아니 느낄 도리가 없다고 한다. 그들의 부모가 티끌 모아 태산이요 저축은 미덕임을 생활해오면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세대라면, 자신들은 자고 나면 치솟는 부동산 가격으로 인해 월급 알뜰살뜰 모아 강남에 아파트 한 채 마련하기란 애당초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월급의 40% 가량을 자녀들 사교육비에 투자해야 하는 현실에 더하여, 기러기 엄마 아빠를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되는 비율도 날로 증가 추세에 있는 것이 30대의 현실이다. 생후 8개월짜리를 위한 방문교사가 탄생했다느니, 3살부터 영어학원에 보내야 원어민 수준의 영어 구사가 가능하다느니 각종 괴담이 떠돌아다니는 상황이고 보니, 만일 요즘 시대에 태어났다면 대학 문턱에나 제대로 갔을지 모르겠다는 30대의 푸념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자녀 세대의 좌절은 물론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미국의 베이비 붐 세대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자신의 부모 세대보다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문화적으로 수준 높은 삶을 향유하리라 꿈꾸었던 미국의 베이비부머들은 70년대 초반 두 가지 충격에 맞부딪친다. 곧 오일 쇼크와 생산성 저하 쇼크 덕분에 미국의 베이비 붐 세대는 실질 소득 및 구매력에서 부모 세대의 수준을 밑도는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실제로 미국의 1986년 기준 가구 당 평균 수입은 전후 풍요의 시대를 거치면서 2배로 증가한 반면, 1973년 정작 베이비 붐 세대가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 순간부터는 실질 임금 감소 현상이 시작되었다. 1960년대 출생한 세대가 30살이 되면서 부모의 수입보다 약 1/3을 상회하게 된 반면, 베이비부머들은 오히려 부모의 수입보다 10% 하강하는 결과를 가져옴으로써, “내 집 마련, 자녀 대학공부, 여유로운 소비생활”을 모토로 하는 아메리칸 드림이 여지없이 무너져 가는 것을 경험했다.
물론 베이비부머들 사이에서도 일정한 차이를 보여주어, 1955년을 기점으로 그 이전에 출생한 세대는 1960년대 사회 번영의 열매를 직접 수혜함으로써 “이상주의자”로 남은 반면, 1955년 이후 출생한 세대는 구직에서부터 결혼시장을 거쳐 주택구입에 이르기까지 극심한 경쟁을 벌여야 했고, 스태그플레이션에 들어간 미국 경제의 최초 희생자가 되어야 했다.
관건은 오늘 우리네 30대가 생애주기 상 매우 중요한 시기를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이요, 이들의 좌절이 향후 사회적 에토스를 형성해감에 의미 있는 자취를 남기게 되리란 사실이다. 30대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지 못할 경우 그 기회는 점차 축소될 것이 확실하며 노후의 경제적 안정성 또한 불투명해질 것은 자명하다. 자녀교육 역시 이들의 삶에 매우 중요한 과업으로서, 자녀의 성공이 부모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한국적 상황에서는 자녀교육에 올인 하는 것 이외에 뾰족한 대안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좌절을 경험했던 미국의 베이비부머들은 강한 개인주의적 성향을 제도화함으로써 공동체적 가치를 앞세우는 가족 및 지역사회의 요구와 사사건건 충돌을 일으켰고, 세계대전을 경험했던 부모 세대가 지고의 가치로 여겨온 근면과 성실 그리고 “일 우선 이데올로기”에 동조하기보다 노동시간을 줄이고 보다 많은 시간을 여가에 투자하길 희망했으며, 부모 세대가 높은 투표율과 더불어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한 반면 베이비 붐 세대는 정치적 무관심을 표출함으로써 만성적 재정적자, 10대 임신, 약물중독, 사회의 폭력화 등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고 있는 미국의 사회문제를 방치해왔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시되고 있다.
결국 한 사회의 허리에 해당되는 30대의 좌절은 개개인의 경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경험을 토대로 독특한 세대 정서를 구성하게 되는 바, 이들을 위해 탈출구를 마련해주는 것이야말로 향후 한국사회에 희망의 빛을 밝히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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