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명문 천안 북일여고의 ‘아주 특별한 독서수업’

지역내일 2007-01-01
논술 해법, 독서에서 찾았어요!

내년도 대학 입시부터 논술 비중이 대폭 늘어난다는 소식으로 교육계가 떠들썩한지 오래다. 덕분에 사교육 시장은 계속 호황이다. 하지만 2006학년도 서울대 고교별 논술평균 자료를 참고해보면, 말 많고 탈 많은 ‘논술 해법’이 최소한 학원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유는 1위를 차지한 학교가 ‘당연히’라는 세인들의 예상을 깼기 때문. 논술 명문으로 급부상한 천안 북일여고의 특급 논술비결을 소개한다.

뭐든지 논술만 갖다 붙이면 말이 되는 시대다. 철학 논술, 경제 논술, 구술 논술….
방학이 되면서 조간신문에 함께 각 가정에 배달되는 두툼한 전단지는 온통 학원광고 천지다. 그 가운데는 초등논술이라는 이름을 단 광고지도 적지 않다. 논술을 준비하는 연령대도 한층 낮아진 것이다. 학원들의 광고 문구는 학부모를 구체적으로 ‘자극’한다. 논술 능력은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기 때문에 하루라도 일찍 시작해야 한다느니, 대입을 코앞에 두고 준비하려다보니 어쩔 수 없이 먼 지방에서도 대치동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을 수밖에 없다느니, 이런저런 이유로 논술 실력을 학원에 의존하는 학생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서울대 논술 채점 교수들이 학원에서 가르쳐준 획일화된 답안에 대해 좋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학원에 의존하는 논술은 적절한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원이 아닌 학교에서 지속적인 독서수업을 통해 쌓아가는 천안 북일여고의 논술교육 사례가 주목을 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 학교의 독서수업을 참고로 방학을 맞은 자녀의 독서교육 틀을 잡아보는 것도 논술 교육을 고민하는 학부모에겐 도움이 될 것이다.

일 년에 읽는 책이 50권, 밤샘토론회도 개최
월, 수, 금요일 7교시. 천안 북일여고는 매주 이 시간이 되면 3학년을 제외한 전교생이 각자 자신이 준비해 온 책을 한권씩 꺼내들고 독서삼매경에 빠진다. 교사는 없고 2학년 선배 두 명이 독서 도우미로 들어와 감독을 맡고 있는 1학년 교실, 책장 넘기는 소리가 들릴 만큼 고요하다.
지방의 조용한 여고가 명실상부 전국최고 논술명문으로 거듭나게 한 비결, 바로 소리의 진원인 독서수업이다. 자, 그럼 독서수업 시간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
학생들은 독서시간이 되면 준비해온 책 한 권과 독서일기 노트 한권을 꺼내든다. 그리고 전체시간 50분 가운데 40분은 책을 읽는 것으로, 나머지 10분은 독서일기를 쓰는 것으로 시간을 배분한다. 그런 모든 관리는 1학년 수업의 경우 독서 도우미를 자원해 각 반에 들어가는 2학년 선배가, 2학년 수업의 경우는 교사들이 담당한다. 학생들은 그때그때 읽은 부분을 독서일기로 기록하고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독서 감상문을 쓴다. 학교에서는 지속적인 동기 유발을 위해 두 달에 한 번씩 시상을 하고 생활기록부에 기록도 한다.
학생들은 또 연초에 미리 독서 계획을 세운다. 북일여고 내 독서 지도부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참고로 자발적으로 50권의 책을 고르는데, 책 목록은 주로 교과서에서 제시하는 필독도서와 청소년 권장도서 등으로 구성된다고. 결과는 개인차가 있는데 많이 읽는 학생은 50권을 다 채우기도 하고, 적게 읽는 학생도 평균 15권 이상의 책은 읽는다. 그렇게 읽은 책은 독서노트에 감상문으로 남겨지고 일 년에 한 권 혹은 두 권의 노트가 채워진다.
한 학생의 양해를 구하고 독서노트를 빌려 펼쳤다. ‘도서명, 인상적인 부분 및 줄거리, 나의 감상 및 비평, 작품을 읽으며 생긴 궁금증,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 관련시킬만한 작품, 다음 독서계획, 날짜’ 등으로 학교 측에서 정해준 대강의 가이드가 보이는데 눈에 띄는 건 학생들이 학년 초에 써 놓은 글. 글쓰기에 대한 부담과 스트레스가 곳곳에 역력했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거쳐 1년 여간 독서기록이 쌓여가면서 학생들의 실력은 몰라볼 정도로 향상되어 있다는 것이 학생들의 솔직한 고백. 2학년 전수진 학생의 말이다.
“처음엔 글을 길게 쓰는 게 안 되더라고요. 무슨 말을 써야 될지도 모르겠고, 노트 한 면을 채우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여러 차례 습관이 돼서 그런지 글쓰기에 대한 부담이 많이 줄었어요.”
전교생을 대상으로 2학년 때까지는 독서수업을, 3학년이 되면 짧은 글쓰기 연습과 토론, 발표 위주의 철학수업이 이뤄진다. 또 3학년 학생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한 학기당 한 번 밤샘토론회를 개최하는 것도 이 학교만의 특색 있는 수업. 지난 1학기에는 학교 도서관과 예향원(예절교육원)에서 꼬박 밤을 새워가며 ‘민주주의와 파시즘’을, 2학기에는 ‘소외’를 주제로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보기도 하고, 토론하고 논쟁하며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북일여고가 ‘논술 명문고’로 불리게 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교사들의 열정과 노력이 명문 만들어
2004년부터 교사들로 구성된 독서협의회를 구성했다는 국어과 김승만 교사는 “독서는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는 좋은 도구”라며 “결국 독서가 논술의 글감이 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독서교육을 이끄는 학교 독서 지도부는 국어 사랑이 남다른 엄동일 교장선생님과 열정적인 교사들이 만든 결정체라 할 수 있다. 국어과 교사 2명과 함께 사회, 철학, 영어과 교사로 구성된 독서 지도부 교사 5명은 자발적으로 교재를 개발하고 독서, 논술, 토론수업을 위한 준비와 교사연수 등을 진행하는 등 열의가 대단하다.
방과 후 교육활동을 보면 걸음마 논술, 시사토론, NIE, 칼럼 논술 등 논술 관련 교육만 15개의 강좌가 마련되어 있는데, 여기에 모두 521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기꺼이 밤새워 학생들과 토론하는 선생님이 있는 학교. 교사들끼리 연구하고 회의하고 프로그램을 짜서 학생들에게 적용하고 계속 내용을 보강해 나가면서 성과를 만들고, 그것이 동기가 되어 학생들을 고무시키는 과정. 이렇게 교사와 학생 간에 긍정적인 교류가 이뤄지는 모습을 통해 ‘논술 명문 천안 북일여고’가 탄생한 것이다. 공교육을 불신하는 이들이나, 공교육에 실망해 학교를 등지는 이들이 많아지는 요즘, 공교육에서 찾은 희망이라 더욱 반가웠다.
강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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