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속의 ‘비밀(秘密)번호’ 시대
‘이건 ''비밀(秘密)''인데…. 너한테만 알려줄께’
누구나 한 두 번 쯤 가족에게나 친구에게 했던 말이 아닌가 싶다.
국어사전에 보면 비밀이란 ‘숨기어 남에게 드러내거나 알리지 말아야 할 일 혹은 내용’이라고 나와 있다.
다시 말해 본인을 제외한 누구에게도 알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시각각 급변하는 디지털 삶 속에서 언제부터인가 이 비밀은 우리 삶의 일부이자 필수가 되어버렸고,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잠들기 전까지 우리는 늘 ‘비밀’이라는 친구와 함께 생활한다.
출근길에 날라 오는 문자메시지 확인을 하기위해 비밀번호 4자리를 누르고, 출근과 동시에 컴퓨터 부팅을 하는 순간 나만의 컴퓨터를 켜기 위한 비밀번호를 누른다.
바쁘다는 핑계로 참석이 곤란한 친구의 결혼식 축의금을 인터넷뱅킹으로 보내려는 순간에도 4자리에서 8자리 사이의 비밀번호를 입력한다. 시시각각 처리해야 하는 업무내용 및 타부서 및 협력업체에서 받은 메일 확인을 위해서도 비밀번호를 누른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퇴근하여 포근한 집으로 귀가하여 문을 여는 순간에도 우리는 하루를 마무리 하기 위한 비밀번호를 누르고 나서야 비로소 집에 들어갈 수 있다. 어찌 보면 비밀번호는 필수번호이자 생활번호이자 나와 늘 함께하는 친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하지만 비밀번호를 잘못 누르면 이 친구는 어느덧 적으로 변신해 더 이상의 공존을 멈추고 우리의 삶을 피곤하고 복잡하고 어렵게 만든다. 현금인출기에서도, 인터넷뱅킹에서도 3회 이상 틀리면 우리는 계속 진행할 수 없게 된다.
오늘 아침 출근하여 컴퓨터 작동을 위해 키보드에 손을 얹은 순간, 나도 모르게 비밀번호가 순간적으로 생각이 나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오후업무를 시작하기 전 디지털 세상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이 늘 비밀번호와 함께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고 이렇게 펜을 들었다.
우리나라의 초고속 무선 인터넷 ‘와이브로(wibro)’ 서비스가 미국에 진출하는 등 우리는 이제 디지털 세상의 중심 속에 살고 있다.
이처럼 점점 발달하고 편리해지는 디지털 세상 속에 비밀번호가 늘 함께한다면 편리함을 위한 복잡함이 생기고, 여유로움을 위한 바쁨이 탄생하는 역설적 세상이 도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화 속 얘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비밀’없는 세상 속에 살고 싶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가끔은 실수도 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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