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명절 때 고향열차표를 사듯이 극장 앞에 줄을 서 표를 구입해야 했다. 슬며시 허리를 쿡 찌르며 ‘표 있어요’라고 말하는 암표상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매표소에서는 인기 있는 영화나 파리를 날리는 영화나 같은 가격의 입장료를 받는다. 그러나 인기영화의 암표는 정상 가격의 2~3배 이상이다.
수시간 극장 앞에서 줄을 서고 표를 사더라도 근처 커피숍에서 시간을 때울 바에는 적당한 가격으로 흥정하는 게 이로울 수 있다.
시장경제에서 수요가 있다면 공급이 이뤄지는 법.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 암표상은 긴 줄을 서야 하는 시간과 노동을 절약시켜준다. 저소득층에게는 일자리 창출도 해준다. 간혹 암표상을 하면서 자수성가를 했다는 사람을 종종 만나기도 한다.
그러나 경찰이나 단속반원들은 암표상을 잡기 위해 호루라기를 불며 뛰어다닌다. 위화감을 조성하고 경제를 혼란시킨다는 이유에서다.
공급이 한정돼 있던 영화 상영관이 늘어나고 인터넷 예매가 활성화되면서 극장 주변의 암표상은 사라졌다. 간혹 유명 가수나 뮤지컬에 암표상이 등장하는 경우가 있지만 ‘인터넷 경매’라는 공간을 통해 양지에서 활동한다.
암표상과 고리대금(사채)업자, 매춘부. 이들의 공통점은 ‘공공의 적’이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지 않고 세금도 내지 않는다. 홀로 일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뒤에는 건강하고 험상궂은 ‘형님’들과 공생하고 있다.
미국 뉴올리언스 로욜라 대학 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인 월터 블록이 쓴 ‘디펜딩 더 언더펜더블’에서는 비합법적으로 이익을 얻는 이들을 옹호한다.
암표상이나 고리대금업자, 매춘부 등 이른바 생계형 범죄의 경우 그렇다 치더라도 공갈협박꾼, 마약밀매상, 화폐위조범들까지 블록에게는 ‘경제인’이고 ‘선’이다. 오히려 정부의 개입이나 규제 등 관치가 ‘악’이다.
이 책은 그동안 기본 교육과정에서 배워 온 경제 상식과 반대로 이야기 한다. 1974년 미국에서 출판됐을 때 여기저기서 논란이 일었던 것도 당연하다. 경제학의 대중화에 도움이 될지 몰라도 사회통념과는 극을 달리고 있다. ‘자발적인 거래는 시장에서 이익이 된다’는 경제의 기본에 충실하다면 모든 논리가 그럴듯해 보인다.
잘못된 법과 규제로 자발적 거래를 막는 것은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경제학자는 물론 일반인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합법과 비합법 모든 경제활동을 ‘선’으로 규정하고 ‘공공의 적’을 ‘영웅’이라고 추켜세우기 때문이다.
저자는 폭력이나 범죄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성을 사고파는 행위와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채무자에게 린치를 가하고 신체포기 각서를 받아내는 행위를 옹호하는 주장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디펜딩 더언더펜더블 / 월터 블록 지 음/ 이선희 옮김 / 지상사 / 1만7000원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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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소에서는 인기 있는 영화나 파리를 날리는 영화나 같은 가격의 입장료를 받는다. 그러나 인기영화의 암표는 정상 가격의 2~3배 이상이다.
수시간 극장 앞에서 줄을 서고 표를 사더라도 근처 커피숍에서 시간을 때울 바에는 적당한 가격으로 흥정하는 게 이로울 수 있다.
시장경제에서 수요가 있다면 공급이 이뤄지는 법.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 암표상은 긴 줄을 서야 하는 시간과 노동을 절약시켜준다. 저소득층에게는 일자리 창출도 해준다. 간혹 암표상을 하면서 자수성가를 했다는 사람을 종종 만나기도 한다.
그러나 경찰이나 단속반원들은 암표상을 잡기 위해 호루라기를 불며 뛰어다닌다. 위화감을 조성하고 경제를 혼란시킨다는 이유에서다.
공급이 한정돼 있던 영화 상영관이 늘어나고 인터넷 예매가 활성화되면서 극장 주변의 암표상은 사라졌다. 간혹 유명 가수나 뮤지컬에 암표상이 등장하는 경우가 있지만 ‘인터넷 경매’라는 공간을 통해 양지에서 활동한다.
암표상과 고리대금(사채)업자, 매춘부. 이들의 공통점은 ‘공공의 적’이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지 않고 세금도 내지 않는다. 홀로 일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뒤에는 건강하고 험상궂은 ‘형님’들과 공생하고 있다.
미국 뉴올리언스 로욜라 대학 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인 월터 블록이 쓴 ‘디펜딩 더 언더펜더블’에서는 비합법적으로 이익을 얻는 이들을 옹호한다.
암표상이나 고리대금업자, 매춘부 등 이른바 생계형 범죄의 경우 그렇다 치더라도 공갈협박꾼, 마약밀매상, 화폐위조범들까지 블록에게는 ‘경제인’이고 ‘선’이다. 오히려 정부의 개입이나 규제 등 관치가 ‘악’이다.
이 책은 그동안 기본 교육과정에서 배워 온 경제 상식과 반대로 이야기 한다. 1974년 미국에서 출판됐을 때 여기저기서 논란이 일었던 것도 당연하다. 경제학의 대중화에 도움이 될지 몰라도 사회통념과는 극을 달리고 있다. ‘자발적인 거래는 시장에서 이익이 된다’는 경제의 기본에 충실하다면 모든 논리가 그럴듯해 보인다.
잘못된 법과 규제로 자발적 거래를 막는 것은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경제학자는 물론 일반인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합법과 비합법 모든 경제활동을 ‘선’으로 규정하고 ‘공공의 적’을 ‘영웅’이라고 추켜세우기 때문이다.
저자는 폭력이나 범죄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성을 사고파는 행위와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채무자에게 린치를 가하고 신체포기 각서를 받아내는 행위를 옹호하는 주장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디펜딩 더언더펜더블 / 월터 블록 지 음/ 이선희 옮김 / 지상사 / 1만7000원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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