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잘산다는 착각에서 깨어나야”
중앙정부, 자원의 효율배분· 규제완화 최우선 해결해야
지방살길은 규제풀고 산업평화 정착 경쟁력 갖추는 것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추진력과 현장감, 특유의 친화력으로 60대 후반의 노령에도 민선 4기 경북도지사에 당선된 저력있는 단체장이다.
전국에서 가장 젊은 기초자치단체인 구미시장을 역임한 김지사는 구미의 성공신화를 경북도 전역으로 확산하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캐치프레이즈’도 ‘지발 밥 좀 묵고 살자’였다. 요즘도 시군을 방문하면 도민들로부터 ‘밥 좀 먹자 지사’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직설적이고 꾸밈없는 김지사의 면모를 나타내면서도 경북도가 처해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어 선거당시 반향을 불러 일어켰다.
‘먹고 사는 문제’의 해결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도민들의 정서와 맥이 통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경북도지사 집무실에서 만난 김지사는 매우 피곤해 보였다. 얼마전 캄보디아 시엠립에서 열린 앙코르-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06‘의 폐막식에 참가했다 돌아온 직후였다.
여독도 안풀린데다 감기몸살까지 앓고 있었다. 1시간 이상 진행된 인터뷰를 하는 동안 간혹 기침을 했지만 지역의 절박한 현안이나 관심사가 나올 때마다 열변을 토했다. 때론 절규하기도 했고 때론 답답함을 탄식하기도 했다. 기업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김관용 경북도지사의 생생한 현장소리를 들어봤다.
- ‘경제는 세계로, 정치는 지방으로’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지방으로 직접 내려왔다. 김지사께서는 11년 구미시장을 역임하면서 구미시를 전국 기초자치단체중에서 소득이 제일 높고 가장 젊은 도시로 만들었다. 경북도지사를 맡아 짐이 더 무거워 졌다. 경북을 잘살게 만들어야 하는 부담이 클 것이다. 구미시 성장과정서 시장의 역할이 어떠했는지 자평해 주기 바란다. 그것이 도정에도 연결될 것 같다.
구미시민의 총체적 에너지를 결집하고 지역의 성장 엔진을 연결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었다. 그러면서 시민들에게 희망과 미래를 얘기했다. 하나의 예로 98년 외환위기 당시 시민들이 이사를 떠나고 학생수도 줄어들었다고 했다. 시장이 전면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특강을 하며 호소하다시피 했다. 다른 데도 다 어려우니까 생활터전인 구미를 떠나지 말고 함께 힘을 모으자고 했다. 그러면서 4공단을 조성했다. 미래에 대한 방향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지나고 보니 4공단으로 먹고살고 있다. 적중한 셈이다. 당시에 구미를 떠난 사람이 없었다. 시장 스스로도 서울에 있는 아들을 구미로 데리고 왔다.
그런 점에서 지자체장은 위기때마다 전면에 나서야 한다. 이론적으로 안되는 것이다. 현장에서 치고 나가는 무모함이 필요했던 것 같다.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는 도전을 해야하고 갈등과 시련을 감수해야 한다고 본다. ''No risk, no return''이라는 말이 있지 않느냐.
- 구미시장에서 도지사에 오른 풀뿌리 민주주의를 출발시킨 분 중의 하나다. 김지사는 현장감과 친화력이 강점이라고 들었다. 경북도도 다양한 산업구조와 지역특성을 가지고 있다.
도지사로서 경북의 비전을 제시해야하면서도 균형발전, 갈등해소등을 이뤄내야 한다. 도지사 취임 6개월이 지났는데 대강의 흐름이 잡혔는 지.
6개월 동안 도청 조직의 의식을 바꾸려고 했다. 일할 분위기를 만들고 일할 사람 우선의 조직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사기업은 망하면 사원들도 온전할 수 없다. 도민이 망하는데 공무원이 존재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경북도는 사투리가 서로 다를 정도로 다양한 문화와 생활양식을 가지고 있다. 포항권, 구미권, 안동권등은 완전히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질적인 도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해소하기 위해 공동의 꿈을 ‘일자리 만드는 것’으로 정했다. 목표를 정확히 제시했다. 목표가 ‘위대한 경북 찬란한 경북’식이 돼서는 안된다.
2010년까지 7만개 일자리 창출하기로 했다. 올해 당장 1만6천개를 만들어야 한다. 과정이 곧 목표고 목표가 곧 과정이다. 모든 것이 준비됐을 때 출발하는 것은 이미 늦다.
그래서 선거때 ‘지발 좀 묵고 살자’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도민들의 절박한 심정과 맞아 떨어진 것 같다.
- 모든 자치단체가 기업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주장하고 있다. 그 과정에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갈등이 존재한다. 문제는 정부가 아무리 균형발전을 주장하지만 투자할 기업이나 인재는 지방의 기피하고 있다. 경북도의 특별한 복안은 있는가.
안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절박한 실정이다. 역사적 성공은 죽을 지도 모르는 위기감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지 않느냐. 역사상 실패는 지난 날의 향수에 젖어 있을 때 민족도 국가도 망했다.
우리는 지금 불행한 지방자치를 하는 태생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밑으로부터 쟁취한 것이 아니고 통치권자가 어느 날 내려준 지방자치를 하고 있다. 지금의 자치제도구조에서는 맨날 중앙에 안준다고 조르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지방자치 여건이 잘 돼 있었지만 성숙되기 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다. 우린 이제 몇 년 됐냐.
수도권 규제완화와 관련해서도 수도권과 지방은 완전히 출발점이 다르다고 볼수 있다. 정부가 1차적으로 할 일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회간접자본 투자는 서울과 수도권에 쏟아 부었다. 지금와서 (지방에) 학교도 없고 비행장도 없다는 식으로 얘기해선 안된다. 지방에 준비할 시간을 줘서 지방의 출발선을 좀 당겨줘야 한다.
혼잡비용이 20조원이 넘는 서울과 수도권을 만드는 나라가 어디에 있느냐. 말이 안되는 얘기다.
- 정치권은 그런 논리로 설득을 할수 있지 모르지만 정작 투자할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 아닌가.
그건 이렇게 봅니다. 외국기업에게도 자본이 들어올 길은 이미 열려 있습니다.
단 국내 대기업이 투자 안된다는 것이다. 노임이 원가의 65%를 차지하는 것도 주요 원인이다. 산업평화만 확실히 되면 기업들이 온다고 본다.
그리고 지방도 규제를 풀어야 한다. 공장 하나 설립하는데 30개법이 관련되고 인허가 절차만 50개가 된다고 한다. 이래선 안된다. 우리 스스로는 안하면서 수도권에만 자꾸 대들고 있다. 지방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 경북 동해안 900리에 그럴듯한 펜션하나 없다. 자연미를 살린 친환경적 펜션을 짓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
- 그 규제권한은 누가 가지고 있느냐.
그것이야 정부가 다 가지고 있지. 산림청, 환경부, 건교부등이 다 가지고 있다. 그 것을 광역자치단체로 위임해야 한다. 광역단체장이 책임지면 될 것 아닌가. 선거직이 뭐야. 잘못하면 다음에 떨어 질 것 아니냐. 그런 것을 위해 투쟁을 해야 한다. 산골의 묵혀놓은 다단계 논도 농업진흥지역으로 묶여 있를 정도다. 북부권도 전부 각종 규제에 묶여 있다. 문화재만 끌어 안고 있는 꼴이다. 그런 규제를 풀어줘야 돈이 들어온다.
-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에서는 정부가 지방분권을 해줬다고 주장하지만 모든 것을 틀어쥐고 시혜적으로 나눠주려는 중앙집권적 발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것으로 어떻게 깨야 하나.
불행한 지방자치를 한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밑으로부터 변화를 갖고 쟁취를 했더라면 이런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참여정부도) 처음에는 잘가고 있다가 집행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고 있다.
지방이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 착각에서 깨어나야 한다. 닫힌 빗장을 열어야 한다. 흩어지고 숨어진 에너지를 찾아야 한다. 출향인사도 찾고 외국인도 찾아야 한다. 국회의원도 동원해야 한다.
총체적으로 힘을 모으지 않으면 중앙의 그 큰 벽을 뚫을 방법이 없다. (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지만 포기할 수 없다. 시골에도 사람이 살고 있는데. 물러 설 수 없다. 계속 주장하고 투쟁한다. 그래서 대구와 경북이 뭉쳤다. 경제는 무조건 뭉치기로 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절대빈곤에서 탈출했다고 본다. 밥을 먹고 살고 있으니 잘 사는 것으로 안다. 잠자는 시민 의식을 깨워야 한다. 망치로 두드려 공무원부터 깨워야 한다. 봉급받고 살고 있으니 잘사는 줄 안다. 상대적으로 아닌 줄도 모르고 있다.
- 경북도의 주요 현안 가운데 도청이전이 포함돼 있다. 전남도의 경우 한쪽으로 치우쳐 있어 주민불편과 행정력 낭비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전지를 단정할 수 없지만 도청이전으로 주민갈등이 나타나고 정치논리가 개입 될 수 있다. 또 행정낭비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해결방안이 뭐냐.
도청이전은 미래 도읍의 성격과 경북도종합개발계획에 다른 균형발전, 행정타운이라는 3가지 요건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23개시군과 도청공무원이 있지만 도읍이 다른 지역에 있다.
그래서 결정과정은 객관화돼야 한다. 현재 선출직이 간여해서는 안된다. 별도로 평가단과 100인 위원회에 위임해 결정해야 한다.
더 크게 본다면 대기업 하나보다 못하다. 옛날의 전통적인 도청의 개념으로 보면 안된다. 식당가 정도 조성될 뿐 특별한 게 없다는 점도 이해돼야 한다.
충남과 국고보조금에 대한 지원을 두고 공동노력하고 있다. 공약으로 2008년 6월까지 이전지를 결정한다고 했다. 많은 과정을 거치면서 도종합개발계획과 맞춰 가면 도민이 대체적으로 이해할 것이다.
- 기업유치는 장기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단기효과를 내기에는 서비스사업이 중요하다. 경북은 산, 바다, 문화재 등 많은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산업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전남 완도군이 섬 하나로 연간 200만명을 유치한다고 한다. 올해가 경북 방문의 해인데 경북과 관광이 연상되지 않는다.
경북도의 부족한 분야다. 우선 생각을 바꿔야 한다. 예를 들어 울릉도의 경우 제주도보다 못한 것이 없지만 물류와 수송수단이 안돼 있어 문제다. 고속도로가 잘 돼 있지만 지류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인프라구축에 나서야 한다. 거점별로 접근해 테마가 있는 관광자원을 개발해야 한다. 신라 천연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경주권을 비롯 북부권, 청정 동해권 등의 권역별로 관광산업이 개발돼야 한다.
비근한 예로 경제소득과 연결안되면 하지 마라는 게 도지사의 방침이다.
경주엑스포도 소득과 연결되지 않으면 그만두라고 지시했다. 전면 재검토할 것이다.
테마중심 체험관광객과 소규모 가족단위 관광객을 집중적으로 유치해 올해중 7,100만명을 유치할 계획이다.
우선적으로 규제완화도 돼야 겠지만 공무원을 비롯 도민들도 생각의 틀도 많이 바꿔야 한다.
/정리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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