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조선’에서 ‘안티언론’으로 확대
‘섭섭함·지지층 묶기’ 분석 … 청와대 “소비자 운동”
노무현 대통령이 17일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 만난 자리에서 전날 복지부 기자들을 비판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이 언론에 대해 한 발짝 물러서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그래서인지 유감표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언론은 별로 없는 듯하다.
노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불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후보시절과 집권 초기에는 ‘안티조선’ ‘안티 보수언론’이었다면 지금은 모든 언론이 대상이 된 듯하다.
노 대통령은 평통자문회의, 부산북항개발 보고회, 국무회의 등 자리의 성격에 관계없이 작심한 듯 언론을 성토하고 있다. “부실한 상품이 돌아다닌 곳이 미디어 세계”(2007.1.4 과천 공무원 격려오찬)라고 했고 “특권과 유착, 반칙과 뒷거래에 가장 완강하게 저항하는 집단이 언론집단”(2007.1.16 국무회의)이라고도 했다. 표현도 ‘일그러진 거울’ ‘담합’ 등 거칠어지고 있다.
◆친노 반노 전선세우기? = 노 대통령이 이처럼 무차별적으로 언론을 비판하는 데는 이른바 ‘진보언론’에 대한 섭섭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노 대통령 입장에서는 진보언론 마저 자신의 논리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임기말이 되자 비판적 논조로 바꾸고있다고 보는 듯하다. 한 측근인사가 “진보언론의 보도태도에 화를 내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노 대통령이 진보나 보수나 언론의 속성은 같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말 노 대통령의 정계개편 발언 관련보도나 최근 개헌관련 보도에서 진보나 보수언론의 차이가 별로 없다.
다른 해석도 있다.
노 대통령이 언론과 각을 세우는 데는 나름의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강용진 국민대 겸임교수는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특권세력 대 정의세력 즉 친노와 반노세력의 전선을 형성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확고한 지지층을 묶어세워 레임덕을 막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노 대통령은 후보시절 주류언론의 대명사인 조선일보와 각을 세워 ‘안티조선’을 강력한 후원군으로 만든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종민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은 “우리 언론이 정치적 바이어스(편향)를 가지고 대통령과 국민과의 소통을 가로막고 있다”면서 “특정언론과 대립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로서 잘못된 상품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전선 확대 = 노 대통령의 언론과의 ‘악연’은 초선의원 시절 조선일보와의 ‘전쟁’에서부터 시작됐다. 1991년10월 14대 총선을 앞두고 <주간조선>은 ‘노 의원은 과연 상당한 재산가인가’라는 기사에서 “노 의원이 부동산 투기 전력이 있고 호화 요트를 탄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재선에 실패한 노 대통령은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고 1년여 만에 승소했다.
집권 초기에도 ‘수구·보수언론’이 주 타깃이었다.
2003년 5월 ‘MBC 100분 토론’에 출연 “선거전날 정몽준 대표의 공조파기를 보도한 신문을 무가지로 어마어마하게 뿌렸다. 조선일보가 그러지 않았느냐”고 한 게 대표적인 예다.
“수도이전 문제가 서울 한복판에 거대한 빌딩을 갖고 있는 신문사가 행정수도 반대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2004년7월 국무회의)고 말해 전선은 조선·동아로 확대됐다. 비슷한 시기에 양정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조선 동아는 저주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란 글을 청와대 브리핑에 올렸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도청 파문’으로 주미대사에서 중도하차한 후 ‘조·중·동’에 대한 청와대의 반론 횟수가 늘어났다.
지난 해 12월 양정철 비서관은 한국일보와 경향신문을 ‘하이에나’에 비유, 전선은 더욱 확대됐다. 청와대 비서관이 대통령의 의지 없이 공개적으로 발언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이에나’ 발언은 노 대통령의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지난 연말 이후 청와대 브리핑에 쏟아지고 있는 언론보도에 대한 ‘반론’들은 노 대통령의 “부당한 비판에 적극 대응하라”는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노 대통령이 ‘언론집단’ ‘미디어세계’를 지칭해 ‘불량상품’ ‘담합구조’라고 비판함으로써 언론계 전체와 싸우는 모양새가 됐다.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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