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의 아름다운 동행
우리은행 직원 3151명이 큰 성탄절 선물을 받았다. 정규직에 비해 훨씬 적은 급여를 받으면서도, 언제 잘릴지 몰라 불안에 떨던 비정규직 은행원들이 내년 3월까지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되게 되었다.
이같은 노사합의서에 서명한 뒤 황영기 은행장과 마호웅 노조위원장이 악수를 나누는 모습은 아름다운 동행의 약속을 보여주었다. ‘노조’라는 어휘가 들어있는 뉴스는 반가운 것이 없는 법인데, 이렇게 훈훈한 뉴스도 있구나 싶었다.
우리은행 노사의 약속이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정규직 직원들이 손해를 감수한 때문이다. 내년 임금인상을 동결해 그 돈으로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들의 후생복리를 향상시키기로 한 것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비정규직 동료들에게 돌린 우리은행 정규직 직원 모두의 선행이다.
내 파이 조금 줄이면 많은 동료 행복해져
다른 은행들은 물론이고, 다른 업종에도 이런 선행이 파급되어 우리 사회 양극화의 주범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에게 돌아올 파이를 조금만 줄이면 많은 동료들이 행복해진다는 사례를 우리는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인간은 물욕의 지배를 받는 동물이다. 내 파이를 포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누구나 당해보면 알게 된다. 남의 파이를 빼앗아서라도 내 파이를 키우고 싶은 것이 인간의 욕심이다. 우리 노동운동의 이면에는 그런 일들이 무수히 있어 왔다. 노사가 임금인상을 놓고 단체교섭을 할 때 비정규직 임금을 동결하고 정규직 인상률을 높이기로 합의한 사례는 비일비재 하였다.
우리은행 노사의 합의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 달 국회를 통과한 비정규직 관련 3법이 효력을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심대하다. 내년 7월부터는 종업원 300인 이상의 업체에는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을 무조건 정규직으로 전환시킬 의무가 주어졌다.
최근 은행계에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한다. 큰 은행들을 중심으로 비정규직의 임금인상률을 정규직의 2배 이상으로 정하는가 하면, 시험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가는 은행들도 있다. 숙련과 기능을 필요로 하는 은행업무의 특성상 새로 직원을 뽑기보다 있는 직원을 활용하려는 것이다.
문제는 경영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이다. 특히 기술이나 기능보다 단순노동을 취하는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같은 직종은 인건비 부담을 제일 무서워한다. 그런 기업주들은 2년 고용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기보다는 해고하게 될 것이라고 해서 비정규직 3법에 대한 노동계의 반대가 심했다.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사유를 제한하지 않는 한 단기고용만 늘릴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는 우려가 아니라 실제 노동현장에 넘쳐나는 현실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은 정규직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크게 늘린 것은 다 아는 일이다. 기간제 고용계약에 1년 2년 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길어야 6개월, 심지어 3개월짜리 계약도 많다. 기간이 짧아야 재계약 욕심에 불만을 표출하지 않는다는 약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모든 노동력을 인력파견 도급회사로부터 파견받아 운영하는 업체도 있다.
비정규직 관련3법 효력내기 시작한 듯
이런 영세 기업체 운영자들에게 비정규직 관련법과 제도는 사치스런 말로 들릴 것이다. 그럴수록 ‘인건비 절약이 당장에는 이익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기업에게 손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비정규직 근로자들, 특히 파견 근로자들은 ‘내 회사’ ‘내 직장’이라는 인식이 없다. 애착심이 없으니 그저 기계적으로 움직일 뿐, 창의성 자발성과는 거리가 멀다.
적은 소득과 고용불안은 사회문제의 근원이다. 그로 인한 실직 질병 범죄 이혼 자살 같은 사회적 문제들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막대한 규모의 복지예산을 요구하게 된다. 그 비용은 모두 기업과 국민 개개인의 세금으로 충당될 수밖에 없다.
나 혼자, 우리끼리만 큰 파이를 갖는다고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다. 기업에는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해야 한다는 도덕률이 있는 법이다. 우리은행 노사의 아름다운 동행이 더욱 돋보이는 세밑이다.
문 창 재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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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직원 3151명이 큰 성탄절 선물을 받았다. 정규직에 비해 훨씬 적은 급여를 받으면서도, 언제 잘릴지 몰라 불안에 떨던 비정규직 은행원들이 내년 3월까지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되게 되었다.
이같은 노사합의서에 서명한 뒤 황영기 은행장과 마호웅 노조위원장이 악수를 나누는 모습은 아름다운 동행의 약속을 보여주었다. ‘노조’라는 어휘가 들어있는 뉴스는 반가운 것이 없는 법인데, 이렇게 훈훈한 뉴스도 있구나 싶었다.
우리은행 노사의 약속이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정규직 직원들이 손해를 감수한 때문이다. 내년 임금인상을 동결해 그 돈으로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들의 후생복리를 향상시키기로 한 것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비정규직 동료들에게 돌린 우리은행 정규직 직원 모두의 선행이다.
내 파이 조금 줄이면 많은 동료 행복해져
다른 은행들은 물론이고, 다른 업종에도 이런 선행이 파급되어 우리 사회 양극화의 주범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에게 돌아올 파이를 조금만 줄이면 많은 동료들이 행복해진다는 사례를 우리는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인간은 물욕의 지배를 받는 동물이다. 내 파이를 포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누구나 당해보면 알게 된다. 남의 파이를 빼앗아서라도 내 파이를 키우고 싶은 것이 인간의 욕심이다. 우리 노동운동의 이면에는 그런 일들이 무수히 있어 왔다. 노사가 임금인상을 놓고 단체교섭을 할 때 비정규직 임금을 동결하고 정규직 인상률을 높이기로 합의한 사례는 비일비재 하였다.
우리은행 노사의 합의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 달 국회를 통과한 비정규직 관련 3법이 효력을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심대하다. 내년 7월부터는 종업원 300인 이상의 업체에는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을 무조건 정규직으로 전환시킬 의무가 주어졌다.
최근 은행계에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한다. 큰 은행들을 중심으로 비정규직의 임금인상률을 정규직의 2배 이상으로 정하는가 하면, 시험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가는 은행들도 있다. 숙련과 기능을 필요로 하는 은행업무의 특성상 새로 직원을 뽑기보다 있는 직원을 활용하려는 것이다.
문제는 경영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이다. 특히 기술이나 기능보다 단순노동을 취하는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같은 직종은 인건비 부담을 제일 무서워한다. 그런 기업주들은 2년 고용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기보다는 해고하게 될 것이라고 해서 비정규직 3법에 대한 노동계의 반대가 심했다.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사유를 제한하지 않는 한 단기고용만 늘릴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는 우려가 아니라 실제 노동현장에 넘쳐나는 현실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은 정규직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크게 늘린 것은 다 아는 일이다. 기간제 고용계약에 1년 2년 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길어야 6개월, 심지어 3개월짜리 계약도 많다. 기간이 짧아야 재계약 욕심에 불만을 표출하지 않는다는 약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모든 노동력을 인력파견 도급회사로부터 파견받아 운영하는 업체도 있다.
비정규직 관련3법 효력내기 시작한 듯
이런 영세 기업체 운영자들에게 비정규직 관련법과 제도는 사치스런 말로 들릴 것이다. 그럴수록 ‘인건비 절약이 당장에는 이익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기업에게 손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비정규직 근로자들, 특히 파견 근로자들은 ‘내 회사’ ‘내 직장’이라는 인식이 없다. 애착심이 없으니 그저 기계적으로 움직일 뿐, 창의성 자발성과는 거리가 멀다.
적은 소득과 고용불안은 사회문제의 근원이다. 그로 인한 실직 질병 범죄 이혼 자살 같은 사회적 문제들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막대한 규모의 복지예산을 요구하게 된다. 그 비용은 모두 기업과 국민 개개인의 세금으로 충당될 수밖에 없다.
나 혼자, 우리끼리만 큰 파이를 갖는다고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다. 기업에는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해야 한다는 도덕률이 있는 법이다. 우리은행 노사의 아름다운 동행이 더욱 돋보이는 세밑이다.
문 창 재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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