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규 칼럼>자살 확산 예방에 나서자(2007.02.20)

지역내일 2007-02-20
자살 확산 예방에 나서자
박영규 칼럼

설 하루 전 날 스물여섯 살의 딸이 자살하자 충격을 받은 아버지가 잇따라 숨진 일이 발생했다. 딸은 남자 친구와의 교제를 부모가 반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가족이 오순도순 모여 행복하게 지내야 할 세밑에 이 무슨 청천벽력인가? 지난달 말과 이달 초에는 두 여자 연예인의 자살 소식이 전해졌다. 가수와 탤런트였던 두 연예인은 인기 유지의 압박감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꽃다운 나이에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리 사회의 자살자 비율은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의 2005년 발표 자료에 따르면 1993년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는 10명 정도였다. 그 비율이 외환위기 시점인 1998년에 20명 가까이 늘어난 뒤 2000년에 15명 이하로 줄었다. 그것이 다시 2003년에 24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경찰청 통계로 2005년 자살자수는 1만4천11명이고 2005년 국내 총인구는 4천7백28만 명. 따라서 2005년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는 30명가량인 셈이다. 10만 명당 자살자 수가 2년 만에 또 6명 정도 늘었다. 사회적 병리가 깊어졌음을 보여준다. 한 연구 보고서는 자살로 인한 국내 연간 사회경제적 손실액이 3조856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자살은 일반적으로 생활고나 병고 등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사회적 지위 등의 상실감을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수년전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자살이 그랬다. 사법당국의 수사로 심리적 압박감을 받던 기업인, 정치인, 공직자 등이 법의 심판을 앞두고 극단의 방법을 택해 세상을 등졌다. 이처럼 자살을 통해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경향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현실도피 방식은 일반 시민의 건강한 삶의 의지를 무너뜨릴 수 있어 사회적 병폐로 치부된다.
베르테르 효과로 불리는 동반자살이나 모방자살도 문제다. 괴테가 쓴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남자 주인공 베르테르는 여자 주인공 로테를 사랑한다. 그러나 로테에게 약혼자가 있음을 알고 실의에 빠져 자살을 택한다. 한 때 이 작품을 본 젊은 세대의 자살이 급증했다. 이 때문에 몇몇 유럽 국가가 이 소설의 발간을 중단했을 정도다. 정몽헌 회장과 배우 이은주 씨 등 국내 유명인의 자살도 비슷한 고민에 빠진 이들에게 베르테르 효과를 주었다.
자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정신과 의사들은 사회와 언론이 자살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살하려는 이들은 자살 실행 전에 주변사람에게 자살 의사를 밝히거나 동료 등을 찾아 푸념을 한다. 그러므로 평소 삶에 회의를 느끼거나 우울증을 겪는 이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우울증을 많이 겪는 직업이나 집단 등의 자살예방 대책이 시급하다. 예컨대 심리적 불안감이 극심한 연예인을 위한 심리상담 프로그램 운영이 그렇다. 연예인협회는 회원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이런 프로그램을 자체 운용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연예인 자살의 베르테르 효과를 막을 수 있다.
자살자와 유족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변화도 중요하다. 정신과 병원을 찾는 사람을 이상하게 봐서는 안 되고 정신과 환자도 치료하면 정상적 삶을 살 수 있다는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언론의 선정적 자살 보도가 다른 자살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보도의 신중성도 제기된다. 최근 유명 연예인의 자살을 두고 언론이 경쟁적으로 무분별한 보도를 하지 않았는가. 자칫 죽음을 미화하거나 정당화 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언론은 자살 방식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거나 배경을 지나치게 파고들지 말아야 한다. 차라리 자살에 따른 부정적 현상이나 자살 극복에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자살 확산 방지에 도움이 된다. 오스트리아에서는 1983년부터 1986년 사이 지하철 자살이 풍미했다. 그러나 1987년부터 언론이 자살기사 축소 보도에 나선 이후 빈도가 현저히 줄었다. 우리 언론도 자살보도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4위에 올랐던 수년 전, 정신과 의사와 사회 원로들이 자살예방협회를 발족시켰다. 보건복지부도 자살방지 대책에 나섰다. 그런데도 자살률은 여전히 늘어난다. 사회 캠페인이나 정부 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보다 근원적이고 실질적인 자살예방 캠페인을 범사회적으로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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