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 베이징 합의로 북핵 문제가 해결가닥도 잡기 전에 국내에선 고농축우라늄(HEU) 존재 여부로 정쟁이 불붙었다.
국회 정보위의 국가정보원 보고에 이어 통외통위에서의 통일부 장관 발언이 단초가 됐다. 하지만 이들 양 기관 수장의 발언은 “북한에 HEU 프로그램은 있지만 그 결과로 북한이 HEU를 확보했는가는 알 수 없다”다. 하지만 일부 언론과 정치권은 ‘북한이 HEU를 갖고 있는데도 이 문제가 2·13 합의문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정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북핵위기는 크게 1차와 2차로 나뉜다.
북한이 핵확산방지조약(NPT) 탈퇴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 추방조치를 취하면서 발생한 게 1차 북핵위기다. 북한의 핵동결과 이에 대한 중유 50만톤·200만KW 규모의 경수로 제공을 골자로 한 1994년 제네바합의(agreed framework)로 봉합된 위기였다.
2차 핵위기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과 9·11 테러 직후인 2002년 발생했다. 지금의 6자회담이 있게 된 배경이다. 2차 핵위기 시작은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가 방북한 뒤 미국이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이 있음을 시인했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제네바합의를 극도로 불신하는 부시 행정부가 6자회담을 가동하면서까지 북핵문제를 풀겠다는 의지의 핵심에 HEU가 놓여 있다. 이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북핵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한국 정부는 물론 미국이 북한의 HEU문제를 덮어놓고 ‘북핵문제가 해결됐다’고 말할 수 없는 근본적인 배경이다.
핵무기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2가지. 플루토늄과 농축우라늄이다. 전술적으로는 HEU가 훨씬 위험하다. 여러 곳에서 분산해 개발할 수 있고 일단 개발되면 가방 크기에 넣어서 밀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전적발이 어려워 테러리스트 손에 넘어갈 수도 있다.
북한이 기존에 갖고 있는 플루토늄은 물론 HEU까지 해결하자고 만들어진 게 지금의 북핵 6자회담이다.
북한의 HEU 프로그램의 핵심 첩보를 입수한 것도 한국이었다. 한국은 해외 주재 상사원의 제보로 북한이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원심분리기의 재료, 즉 강화 알루미늄을 대량 수입하고 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 이 첩보를 토대로 미국은 북한이 파키스탄 핵기술의 아버지, A.Q 칸 박사로부터 원심분리 농축기술이 이전됐다는 증거도 확보했다.
한·미 양국 정보기관은 우라늄 농축 의혹시설 리스트도 다수 확보해두고 있다. 일반에 공개된 지역만 양강도 영저리, 자강도 하갑 등 5곳에 이른다(표 참조). 북한이 2·13 합의에 따라 ‘모든 핵 프로그램을 신고할 경우’ 북한이 신고하고 동결해야할 사항도 이미 마련해둔 상태다. 국방부가 발간한 ‘한반도 군비통제’에 따르면 북한이 신고해야할 사항으로는 △모든 수입 농축물질, 장비, 기술의 기록과 위치 △북한에 의해 생산·제조된 농축물질, 장비, 기술의 기록과 위치 △농축물질, 장비, 기술의 획득 외국 수입원 △연구·개발, 시험시설과 운전기록 △원심분리기 생산공장과 운전기록 △6불화우라늄(UF6:우라늄을 인위적으로 농축한 증거가 됨) 변환시설 위치와 운전기록 △농축시설 위치와 운전기록 △우라늄 금속 변환시설 위치와 운전기록 등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모든 시설은 향후 북한 핵의 불능화(disablement) 대상도 된다.
우리 정부는
북한은 이와 관련된 모든 시설을
먼저 북핵위기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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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6자회담이 있게 된 직접 배경은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21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향후 6자회담에서 핵심 변수로 부각할 것으로 예상되는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HEU) 문제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혀 이목을 끌었다.
송 장관은 일단 HEU의 개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프로그램은 ''개념도''만 있어도 프로그램이고 결과를 만들어내도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HEU를 만들려는 계획을 세웠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HEU 프로그램''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발언은 제5차 6자회담 3단계회의의 결정체인 `2.13합의''에 명시된 대로 60일 이내에 해야 할 ''핵 프로그램 목록 논의'' 과정에서 북한은 HEU 프로그램에 대한 명확한 입장표명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연결된다.
이미 미국은 물론 한국 정부 역시 핵 프로그램 대상에 현재의 핵은 물론 과거의 핵과 관련된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음을 밝혀왔다. 송 장관은 "우라늄이든 뭐든 핵 관련 프로그램을 폐기한다는 것이 불변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결국 북한은 핵 프로그램 목록 논의 과정은 물론 60일 이후 본격적인 신고 절차에 들어가서도 HEU에 대해 입증 가능한 방법으로 ''HEU와 관련된 과거와 현재의 상황''을 미국을 비롯한 나머지 5개국에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HEU 문제는 2002년 10월 평양에서 제임스 켈리 당시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등 북한 관리들과 만난 자리에서 불거진 현안이다.
이후 미국측은 북측이 켈리 차관보에게 HEU의 존재를 시인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북한측은 이를 부인해왔다.
실제로 북한은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원심분리기 20여기를 파키스탄의 압둘 카디르 칸 박사로부터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우라늄 농축 기술을 진짜 개발했는지는 불분명한 실정이다.
북한이 지난 10월 강행한 핵실험은 플루토늄을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북한이 이미 고농축 우라늄을 상당량 생산했을 것이라는 주장은 줄기차게 제기돼왔다.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의 경우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북한이 이미 핵무기 재료를 플루토늄에서 고농축 우라늄으로 대체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그는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영변 핵시설 불능화를 골간으로 하는 `2.13 합의''의 무용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미국의 강경파 사이에서도 북한이 HEU 보유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기류가 강하다. 이 때문에 2004년 중반 제3차 6자회담에서는 HEU를 둘러싼 북.미간 신경전이 첨예하게 전개됐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HEU에 대한 야심을 키웠을 가능성이 크지만 실제로 농축우라늄을 대량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에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과거 미국이 칸 박사가 평양 순안공항에 자주 나타난 것을 강조하며 HEU 문제를 강하게 주장하자 "정황적 증거가 될 지언정 실체적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송 장관의 이날 발언도 ''핵 프로그램에 대한 북한의 야욕''에 눈초리를 보내면서도 대량의 농축 우라늄 보유 가능성에는 큰 무게를 두지 않고 있다는 쪽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우라늄 농축을 하자면 현재의 북한 사회가 수용하기 힘든 정도의 전력소모가 필요한데 북한이 과연 이 문제를 극복했는 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3월중 열릴 비핵화 실무그룹 회의에서 북한이 HEU 존재를 부인하는데서 한발 더 나아가 HEU가 없다면 이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지난 13일 6자회담 폐막일에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에게 "미국사람들이 HEU를 중시하는데 만일 이 점이 검증되면 미국도 대북 지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강조한 것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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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보위의 국가정보원 보고에 이어 통외통위에서의 통일부 장관 발언이 단초가 됐다. 하지만 이들 양 기관 수장의 발언은 “북한에 HEU 프로그램은 있지만 그 결과로 북한이 HEU를 확보했는가는 알 수 없다”다. 하지만 일부 언론과 정치권은 ‘북한이 HEU를 갖고 있는데도 이 문제가 2·13 합의문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정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북핵위기는 크게 1차와 2차로 나뉜다.
북한이 핵확산방지조약(NPT) 탈퇴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 추방조치를 취하면서 발생한 게 1차 북핵위기다. 북한의 핵동결과 이에 대한 중유 50만톤·200만KW 규모의 경수로 제공을 골자로 한 1994년 제네바합의(agreed framework)로 봉합된 위기였다.
2차 핵위기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과 9·11 테러 직후인 2002년 발생했다. 지금의 6자회담이 있게 된 배경이다. 2차 핵위기 시작은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가 방북한 뒤 미국이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이 있음을 시인했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제네바합의를 극도로 불신하는 부시 행정부가 6자회담을 가동하면서까지 북핵문제를 풀겠다는 의지의 핵심에 HEU가 놓여 있다. 이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북핵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한국 정부는 물론 미국이 북한의 HEU문제를 덮어놓고 ‘북핵문제가 해결됐다’고 말할 수 없는 근본적인 배경이다.
핵무기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2가지. 플루토늄과 농축우라늄이다. 전술적으로는 HEU가 훨씬 위험하다. 여러 곳에서 분산해 개발할 수 있고 일단 개발되면 가방 크기에 넣어서 밀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전적발이 어려워 테러리스트 손에 넘어갈 수도 있다.
북한이 기존에 갖고 있는 플루토늄은 물론 HEU까지 해결하자고 만들어진 게 지금의 북핵 6자회담이다.
북한의 HEU 프로그램의 핵심 첩보를 입수한 것도 한국이었다. 한국은 해외 주재 상사원의 제보로 북한이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원심분리기의 재료, 즉 강화 알루미늄을 대량 수입하고 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 이 첩보를 토대로 미국은 북한이 파키스탄 핵기술의 아버지, A.Q 칸 박사로부터 원심분리 농축기술이 이전됐다는 증거도 확보했다.
한·미 양국 정보기관은 우라늄 농축 의혹시설 리스트도 다수 확보해두고 있다. 일반에 공개된 지역만 양강도 영저리, 자강도 하갑 등 5곳에 이른다(표 참조). 북한이 2·13 합의에 따라 ‘모든 핵 프로그램을 신고할 경우’ 북한이 신고하고 동결해야할 사항도 이미 마련해둔 상태다. 국방부가 발간한 ‘한반도 군비통제’에 따르면 북한이 신고해야할 사항으로는 △모든 수입 농축물질, 장비, 기술의 기록과 위치 △북한에 의해 생산·제조된 농축물질, 장비, 기술의 기록과 위치 △농축물질, 장비, 기술의 획득 외국 수입원 △연구·개발, 시험시설과 운전기록 △원심분리기 생산공장과 운전기록 △6불화우라늄(UF6:우라늄을 인위적으로 농축한 증거가 됨) 변환시설 위치와 운전기록 △농축시설 위치와 운전기록 △우라늄 금속 변환시설 위치와 운전기록 등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모든 시설은 향후 북한 핵의 불능화(disablement) 대상도 된다.
우리 정부는
북한은 이와 관련된 모든 시설을
먼저 북핵위기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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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6자회담이 있게 된 직접 배경은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21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향후 6자회담에서 핵심 변수로 부각할 것으로 예상되는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HEU) 문제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혀 이목을 끌었다.
송 장관은 일단 HEU의 개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프로그램은 ''개념도''만 있어도 프로그램이고 결과를 만들어내도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HEU를 만들려는 계획을 세웠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HEU 프로그램''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발언은 제5차 6자회담 3단계회의의 결정체인 `2.13합의''에 명시된 대로 60일 이내에 해야 할 ''핵 프로그램 목록 논의'' 과정에서 북한은 HEU 프로그램에 대한 명확한 입장표명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연결된다.
이미 미국은 물론 한국 정부 역시 핵 프로그램 대상에 현재의 핵은 물론 과거의 핵과 관련된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음을 밝혀왔다. 송 장관은 "우라늄이든 뭐든 핵 관련 프로그램을 폐기한다는 것이 불변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결국 북한은 핵 프로그램 목록 논의 과정은 물론 60일 이후 본격적인 신고 절차에 들어가서도 HEU에 대해 입증 가능한 방법으로 ''HEU와 관련된 과거와 현재의 상황''을 미국을 비롯한 나머지 5개국에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HEU 문제는 2002년 10월 평양에서 제임스 켈리 당시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등 북한 관리들과 만난 자리에서 불거진 현안이다.
이후 미국측은 북측이 켈리 차관보에게 HEU의 존재를 시인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북한측은 이를 부인해왔다.
실제로 북한은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원심분리기 20여기를 파키스탄의 압둘 카디르 칸 박사로부터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우라늄 농축 기술을 진짜 개발했는지는 불분명한 실정이다.
북한이 지난 10월 강행한 핵실험은 플루토늄을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북한이 이미 고농축 우라늄을 상당량 생산했을 것이라는 주장은 줄기차게 제기돼왔다.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의 경우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북한이 이미 핵무기 재료를 플루토늄에서 고농축 우라늄으로 대체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그는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영변 핵시설 불능화를 골간으로 하는 `2.13 합의''의 무용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미국의 강경파 사이에서도 북한이 HEU 보유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기류가 강하다. 이 때문에 2004년 중반 제3차 6자회담에서는 HEU를 둘러싼 북.미간 신경전이 첨예하게 전개됐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HEU에 대한 야심을 키웠을 가능성이 크지만 실제로 농축우라늄을 대량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에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과거 미국이 칸 박사가 평양 순안공항에 자주 나타난 것을 강조하며 HEU 문제를 강하게 주장하자 "정황적 증거가 될 지언정 실체적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송 장관의 이날 발언도 ''핵 프로그램에 대한 북한의 야욕''에 눈초리를 보내면서도 대량의 농축 우라늄 보유 가능성에는 큰 무게를 두지 않고 있다는 쪽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우라늄 농축을 하자면 현재의 북한 사회가 수용하기 힘든 정도의 전력소모가 필요한데 북한이 과연 이 문제를 극복했는 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3월중 열릴 비핵화 실무그룹 회의에서 북한이 HEU 존재를 부인하는데서 한발 더 나아가 HEU가 없다면 이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지난 13일 6자회담 폐막일에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에게 "미국사람들이 HEU를 중시하는데 만일 이 점이 검증되면 미국도 대북 지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강조한 것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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