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의 질, 국력에 적정한가
‘747 경제론’이란 말을 신문에서 접하고 잠시나마 선진국 꿈에 부풀었다. 7% 경제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경제 강국의 숫자를 조합한 이 말은 747 점보기 이미지와 어우러져 화려하고 안락한 이미지를 풍겼다. 한 유력 대선후보자가 출판기념회에서 내놓은 이 숫자는 단지 지향하겠다는 목표수치에 불과하지만, 장밋빛 꿈을 꾸는 것은 한 순간이라도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 꿈은 바로 다음 날 남가일몽(南柯一夢)의 허탈감을 안겨주었다. 15일 신문들은 일제히 부동산 세금폭탄, 심각한 청년실업, 일본보다 비싼 대학 등록금, 마흔 넘어 첫 출산 붐, 황혼이혼 급증 등등 어두운 뉴스들로 도배질 되었다. 그 소식들은 한결같이 소득증가와 경제 강국이 무슨 소용인가 하는 자탄을 안겨주었다.
아무리 소득이 늘어도 국민 개개인이 느끼는 삶의 질(質)이 향상되지 않으면 좋은 나라라고 말할 수 없다. 소득이 늘어난 만큼 나라가 부강해진 만큼 살기 좋아졌다는 실감을 느낄 수 없다면, 삶의 질도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다.
주택 보유세가 최고 3배나 오르게 되었다는 뉴스는, 비싼 집에 사는 사람은 세금을 많이 내야한다는 ‘국민정서법’에도 어긋나게 되었다. 부동산 광풍의 진원지인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라, 서울 강북지역과 수도권 비인기 지역 부동산 소유자들에게도 큰 부담을 안겨주게 된 것이다. 아무리 값이 많이 올랐다 해도 보유세를 한꺼번에 3배나 올리는 게 동서고금에 유례가 있는 일인가.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이 미국과 호주· 터키를 제외하고는 세계 초고수준이라는 것도 놀라운 소식이다. 15일 정부 주최의 한 교육토론회에서 발표된 우리나라 사립대학 등록금은 평균 7000달러인데, 이는 비싸도 5000달러를 넘지 않는 대다수 유럽 나라는 물론이고, 일본(5800달러)보다 비싸다고 한다. 소득이 늘어난 만큼 인상하면 누가 토를 달겠는가. 우리 사립대학 교육의 질이 그 나라들보다 낫다고 여길 사람이 없다는 데에 문제의 포인트가 있다.
청년실업이 21년 만에 최악이라는 통계청 자료는 대학 등록금 기사와 맞물려 더욱 큰 탄성을 자아내게 하였다. 20대 인구의 7.6%가 실업자라는 통계수치와, 석·박사 학위를 가지고도 원하는 일자리를 얻을 수 없는 현실을 학력 인플레 현상 때문이라고 가볍게 넘어갈 수는 없다. 고등교육 받은 젊은이들을 그렇게 많이 놀리는 사회구조는 너무 잘못되었다.
35세가 넘어서 첫 아이를 낳은 산모의 비율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한 신문의 기사는 국민건강에 좋지 않다는 점에서도 너무 우울한 소식이다. 35세가 넘어서 초산을 한 산모의 비율은 10년 전의 2.5배인 6%로 늘었다고 한다. 서울의 유명 산부인과 병원에서는 40세가 넘어 초산을 한 산모가 2006년 한 해 237명이나 되었다. “고령출산이 기형아 출산이나 조산의 위험이 높다”는 의사들 말에 등골이 서늘하였다.
첫 아이 출산이 늦어지는 것은 만혼과 출산기피 풍조 때문이리라. 그것도 따지고 보면 다 취업의 어려움, 부동산 값 폭등, 보육비와 사교육비 부담의 과중 등등, 사회여건과 경제사정 때문이고 보면, 삶의 질이 소득과 비례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맞벌이로 남보다 많은 소득이 있어도 아이를 키워줄 사람이 없어서, 혹은 보육비 부담이 너무 커서 출산을 하지 못한다면 행복한 결혼생활이라고 할 수 없지 않은가.
한국인들이 사교육비 부담 때문에 허리가 휜다는 것은 세계의 화제가 된지 오래다. 서울은 물가의 지옥이라는 일본 도쿄를 제치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물가가 비싼 도시가 되었다. 아마도 가장 젊은 나이에 일터에서 퇴출당하는 사람은 한국 직장인일 것이다. 실직이나 정년퇴직으로 수입이 끊겨도 국민건강보험료와 연금 부담을 피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삶의 질’이라는 말이 한가롭고 사치스런 말놀이로 들릴 것이다.
한국은 경제나 스포츠 면에서는 세계 상위그룹으로 랭크된 지 오래다. 그러나 삶의 질은 형편없다. 지난 해 유엔개발계획(UNDP) 인간개발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인간개발지수(삶의 질)은 세계 26위에 머물고 있다. 한국인은 국력만큼 행복하지 않다는 증거가 아닌가. 국민이 편하고 행복하다고 느끼게 하는 길이 어디 있는지, 한 차원 높은 성찰이 있어야겠다.
문 창 재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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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7 경제론’이란 말을 신문에서 접하고 잠시나마 선진국 꿈에 부풀었다. 7% 경제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경제 강국의 숫자를 조합한 이 말은 747 점보기 이미지와 어우러져 화려하고 안락한 이미지를 풍겼다. 한 유력 대선후보자가 출판기념회에서 내놓은 이 숫자는 단지 지향하겠다는 목표수치에 불과하지만, 장밋빛 꿈을 꾸는 것은 한 순간이라도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 꿈은 바로 다음 날 남가일몽(南柯一夢)의 허탈감을 안겨주었다. 15일 신문들은 일제히 부동산 세금폭탄, 심각한 청년실업, 일본보다 비싼 대학 등록금, 마흔 넘어 첫 출산 붐, 황혼이혼 급증 등등 어두운 뉴스들로 도배질 되었다. 그 소식들은 한결같이 소득증가와 경제 강국이 무슨 소용인가 하는 자탄을 안겨주었다.
아무리 소득이 늘어도 국민 개개인이 느끼는 삶의 질(質)이 향상되지 않으면 좋은 나라라고 말할 수 없다. 소득이 늘어난 만큼 나라가 부강해진 만큼 살기 좋아졌다는 실감을 느낄 수 없다면, 삶의 질도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다.
주택 보유세가 최고 3배나 오르게 되었다는 뉴스는, 비싼 집에 사는 사람은 세금을 많이 내야한다는 ‘국민정서법’에도 어긋나게 되었다. 부동산 광풍의 진원지인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라, 서울 강북지역과 수도권 비인기 지역 부동산 소유자들에게도 큰 부담을 안겨주게 된 것이다. 아무리 값이 많이 올랐다 해도 보유세를 한꺼번에 3배나 올리는 게 동서고금에 유례가 있는 일인가.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이 미국과 호주· 터키를 제외하고는 세계 초고수준이라는 것도 놀라운 소식이다. 15일 정부 주최의 한 교육토론회에서 발표된 우리나라 사립대학 등록금은 평균 7000달러인데, 이는 비싸도 5000달러를 넘지 않는 대다수 유럽 나라는 물론이고, 일본(5800달러)보다 비싸다고 한다. 소득이 늘어난 만큼 인상하면 누가 토를 달겠는가. 우리 사립대학 교육의 질이 그 나라들보다 낫다고 여길 사람이 없다는 데에 문제의 포인트가 있다.
청년실업이 21년 만에 최악이라는 통계청 자료는 대학 등록금 기사와 맞물려 더욱 큰 탄성을 자아내게 하였다. 20대 인구의 7.6%가 실업자라는 통계수치와, 석·박사 학위를 가지고도 원하는 일자리를 얻을 수 없는 현실을 학력 인플레 현상 때문이라고 가볍게 넘어갈 수는 없다. 고등교육 받은 젊은이들을 그렇게 많이 놀리는 사회구조는 너무 잘못되었다.
35세가 넘어서 첫 아이를 낳은 산모의 비율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한 신문의 기사는 국민건강에 좋지 않다는 점에서도 너무 우울한 소식이다. 35세가 넘어서 초산을 한 산모의 비율은 10년 전의 2.5배인 6%로 늘었다고 한다. 서울의 유명 산부인과 병원에서는 40세가 넘어 초산을 한 산모가 2006년 한 해 237명이나 되었다. “고령출산이 기형아 출산이나 조산의 위험이 높다”는 의사들 말에 등골이 서늘하였다.
첫 아이 출산이 늦어지는 것은 만혼과 출산기피 풍조 때문이리라. 그것도 따지고 보면 다 취업의 어려움, 부동산 값 폭등, 보육비와 사교육비 부담의 과중 등등, 사회여건과 경제사정 때문이고 보면, 삶의 질이 소득과 비례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맞벌이로 남보다 많은 소득이 있어도 아이를 키워줄 사람이 없어서, 혹은 보육비 부담이 너무 커서 출산을 하지 못한다면 행복한 결혼생활이라고 할 수 없지 않은가.
한국인들이 사교육비 부담 때문에 허리가 휜다는 것은 세계의 화제가 된지 오래다. 서울은 물가의 지옥이라는 일본 도쿄를 제치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물가가 비싼 도시가 되었다. 아마도 가장 젊은 나이에 일터에서 퇴출당하는 사람은 한국 직장인일 것이다. 실직이나 정년퇴직으로 수입이 끊겨도 국민건강보험료와 연금 부담을 피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삶의 질’이라는 말이 한가롭고 사치스런 말놀이로 들릴 것이다.
한국은 경제나 스포츠 면에서는 세계 상위그룹으로 랭크된 지 오래다. 그러나 삶의 질은 형편없다. 지난 해 유엔개발계획(UNDP) 인간개발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인간개발지수(삶의 질)은 세계 26위에 머물고 있다. 한국인은 국력만큼 행복하지 않다는 증거가 아닌가. 국민이 편하고 행복하다고 느끼게 하는 길이 어디 있는지, 한 차원 높은 성찰이 있어야겠다.
문 창 재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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