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여덟시 기자는 이성남 실장을 만나기 위해 검사총괄실에 들어섰다. 그는 조간신문을 잔뜩 쌓아
놓고 읽고 있었다. 이 실장과 인터뷰하기 전 검사총괄실 직원들에게 이 실장에 대해 대충 들은 게 있
었다.
아침 7시 30분이면 출근해 내·외신 체크하는 일을 이 실장은 99년 1월 검사총괄실장으로 부임한 이
후 한번도 거른 적이 없다고 했다.
“실장님! 조직의 장이 가장 먼저 나와 있으면 직원들이 싫어하지 않습니까. 전 선배가 미리 나와 있
으면 눈치 보이고 싫던데. 후배들이 몇시에 출근하는지 감시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침 일찍 출근해 부하직원들에게 눈치나 주는 사람이 많은 곳은 안되는 조직입니다. 이런 문제는
비단 출근 시간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직원들간에 서로 눈치보며 일 하는 게 너무나 싫습니다.”
눈치보며 일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면 직원들은 강제로 일을 할 수밖에 없다.
그는 “서로 눈치나 살피며 일하는 분위기만 없애더라도 생산성은 30% 이상 높아질 것”이라고 말한
다. 특히 감독기관에서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수요자에게 직접적인 피해
를 줄 수 있다는 게 이 실장의 생각이다.
검사총괄실 직원들의 이 실장에 대한 신뢰는 기자가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외부에서 영
입한 인물인데다 여성이라는 게 금감원이라는 조직에서 예외일 수 있다고만 생각한 게 잘못이었다.
그는 금감원 검사총괄실장으로서 조금도 손색없이 일을 해나가고 있었다.
시티은행 부행장 출신
이 실장은 지난 69년부터 91년까지 22년 동안 시티은행 서울지점에서 근무한 은행원 출신이다. 86년부
터는 재무담당 부행장을 역임하다 91년 은행을 떠났다.
이 실장은 시티은행에서도 여성으로서 승승장구한 인물이다. 이 실장이 입사할 당시(69년) 시티은행
에 여성은 거의 없었다. 당시 시티은행 담당자는 이화여대 총장에게 ‘시티은행에 들어올 만한 여학
생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남자와 대등하게 경쟁시켜 여성을 키우겠다’는 게 시티은행 인사담당자의 말이었다고 한다. 결
국 그는 시티은행 서울지점을 총 책임지는 부행장까지 올랐다가 91년 미련 없이 자리를 떠났다.
피플매니지먼트의 성공요건
이 실장이 시티은행에서 배운 게 하나 있다. ‘나 이외의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방법’이다. 이른
바 피플매니지먼트(People Management)다. 그는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을 하나 꼽으라는 질문에 “사람에
대한 믿음을 갖고 태어난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피플매니지먼트의 성공요건을 세가지 꼽는다. 첫째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같이 있는 사람에
대해 정직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직하게 사람을 대해야 서로에 대한 신의가 생긴다는 것이다. 또 서
로 믿으면 열의를 가질 수 있다는 게 피플매니지먼트의 첫 번째 조건이다.
둘째 윗사람에게 보고할 때 나쁜 일부터 먼저 하라(Bad News First). 나쁜 일은 1초라도 먼저 알아야 충
격을 줄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상사에게 나쁜 일을 먼저 보고하기란 쉽지 않다. 좋은 일에
대해 말하고 싶어 입이 간질거리는 게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셋째 기분 나빠지지 않을 것. 조직 안 사람과의 관계에서 기분 상하는 일에 신경을 곤두세우면 마음
의 평정을 잃는다.
조직 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기분 나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실장은 “나를 기분 나쁘게 했던 사람
이 나에게 도움이 됐던 일만 생각하고 나머지는 모두 버리면 된다”고 방법을 일러줬다.
시티은행 경험 금감원에 적용하다
그가 금감원 검사총괄실장으로 부임한 시기는 통합감독기구가 탄생한 99년 1월이다. 이헌재 당시 금
감위원장이 그를 스카우트한 것이다. 91년 시티은행을 그만두고 8년이라는 공백기간을 거친 뒤였다.
당시 검사총괄실 직원들뿐만 아니라 금감원 직원들은 대부분 여성이, 그것도 외부에서 들어와 조직
을 원만하게 이끌어갈 수 있을지 의심했지만 기우(奇遇)였다. 그는 여성특유의 섬세함을 발휘했다.
또 그가 얘기하듯이 타고난 친화력으로 남성 위주의 조직인 금감원 검사총괄실을 원활히 통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티은행에서 터득한 피플매니지먼트 방식이 그대로 적용됐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검사총괄실에 부임하자마자 그가 한 일이 직원들에게 노트북을 지급한 것이었다. 현장검사를 많이
다니는 직원들을 이메일을 통해 챙기겠다는 의도였다. 이 실장은 요즘도 현장검사를 나가 있는 직원
들에게 아침메일을 보낸다. “날씨가 아직 쌀쌀합니다. 건강 유의하세요”라고 시작되는 메일이다.
문제는 규제가 아니라 관행이다
아직까지 금감원의 검사태도나 업무처리 방식이 시장사람들을 만족시킬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시장에
서 감독기관으로 들어온 사람들의 신선한 아이디어가 금감원의 검사업무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
는 데 일조한 것만은 사실이다. 이 실장 역시 그중 한사람이다.
그는 금감원이 감독기구로서 과거로부터 내려온 관행을 바꾸는 데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다.
그는 감독기구와 피감기관을 동일선상에 놓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시장 사람들이 틀렸으면 룰
(Rule)과 원칙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실장의 이같은 생각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감독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방법론상의 차이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이 실장
이 감독기관의 여러 관행들을 바꿀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놓고 읽고 있었다. 이 실장과 인터뷰하기 전 검사총괄실 직원들에게 이 실장에 대해 대충 들은 게 있
었다.
아침 7시 30분이면 출근해 내·외신 체크하는 일을 이 실장은 99년 1월 검사총괄실장으로 부임한 이
후 한번도 거른 적이 없다고 했다.
“실장님! 조직의 장이 가장 먼저 나와 있으면 직원들이 싫어하지 않습니까. 전 선배가 미리 나와 있
으면 눈치 보이고 싫던데. 후배들이 몇시에 출근하는지 감시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침 일찍 출근해 부하직원들에게 눈치나 주는 사람이 많은 곳은 안되는 조직입니다. 이런 문제는
비단 출근 시간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직원들간에 서로 눈치보며 일 하는 게 너무나 싫습니다.”
눈치보며 일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면 직원들은 강제로 일을 할 수밖에 없다.
그는 “서로 눈치나 살피며 일하는 분위기만 없애더라도 생산성은 30% 이상 높아질 것”이라고 말한
다. 특히 감독기관에서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수요자에게 직접적인 피해
를 줄 수 있다는 게 이 실장의 생각이다.
검사총괄실 직원들의 이 실장에 대한 신뢰는 기자가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외부에서 영
입한 인물인데다 여성이라는 게 금감원이라는 조직에서 예외일 수 있다고만 생각한 게 잘못이었다.
그는 금감원 검사총괄실장으로서 조금도 손색없이 일을 해나가고 있었다.
시티은행 부행장 출신
이 실장은 지난 69년부터 91년까지 22년 동안 시티은행 서울지점에서 근무한 은행원 출신이다. 86년부
터는 재무담당 부행장을 역임하다 91년 은행을 떠났다.
이 실장은 시티은행에서도 여성으로서 승승장구한 인물이다. 이 실장이 입사할 당시(69년) 시티은행
에 여성은 거의 없었다. 당시 시티은행 담당자는 이화여대 총장에게 ‘시티은행에 들어올 만한 여학
생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남자와 대등하게 경쟁시켜 여성을 키우겠다’는 게 시티은행 인사담당자의 말이었다고 한다. 결
국 그는 시티은행 서울지점을 총 책임지는 부행장까지 올랐다가 91년 미련 없이 자리를 떠났다.
피플매니지먼트의 성공요건
이 실장이 시티은행에서 배운 게 하나 있다. ‘나 이외의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방법’이다. 이른
바 피플매니지먼트(People Management)다. 그는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을 하나 꼽으라는 질문에 “사람에
대한 믿음을 갖고 태어난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피플매니지먼트의 성공요건을 세가지 꼽는다. 첫째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같이 있는 사람에
대해 정직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직하게 사람을 대해야 서로에 대한 신의가 생긴다는 것이다. 또 서
로 믿으면 열의를 가질 수 있다는 게 피플매니지먼트의 첫 번째 조건이다.
둘째 윗사람에게 보고할 때 나쁜 일부터 먼저 하라(Bad News First). 나쁜 일은 1초라도 먼저 알아야 충
격을 줄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상사에게 나쁜 일을 먼저 보고하기란 쉽지 않다. 좋은 일에
대해 말하고 싶어 입이 간질거리는 게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셋째 기분 나빠지지 않을 것. 조직 안 사람과의 관계에서 기분 상하는 일에 신경을 곤두세우면 마음
의 평정을 잃는다.
조직 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기분 나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실장은 “나를 기분 나쁘게 했던 사람
이 나에게 도움이 됐던 일만 생각하고 나머지는 모두 버리면 된다”고 방법을 일러줬다.
시티은행 경험 금감원에 적용하다
그가 금감원 검사총괄실장으로 부임한 시기는 통합감독기구가 탄생한 99년 1월이다. 이헌재 당시 금
감위원장이 그를 스카우트한 것이다. 91년 시티은행을 그만두고 8년이라는 공백기간을 거친 뒤였다.
당시 검사총괄실 직원들뿐만 아니라 금감원 직원들은 대부분 여성이, 그것도 외부에서 들어와 조직
을 원만하게 이끌어갈 수 있을지 의심했지만 기우(奇遇)였다. 그는 여성특유의 섬세함을 발휘했다.
또 그가 얘기하듯이 타고난 친화력으로 남성 위주의 조직인 금감원 검사총괄실을 원활히 통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티은행에서 터득한 피플매니지먼트 방식이 그대로 적용됐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검사총괄실에 부임하자마자 그가 한 일이 직원들에게 노트북을 지급한 것이었다. 현장검사를 많이
다니는 직원들을 이메일을 통해 챙기겠다는 의도였다. 이 실장은 요즘도 현장검사를 나가 있는 직원
들에게 아침메일을 보낸다. “날씨가 아직 쌀쌀합니다. 건강 유의하세요”라고 시작되는 메일이다.
문제는 규제가 아니라 관행이다
아직까지 금감원의 검사태도나 업무처리 방식이 시장사람들을 만족시킬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시장에
서 감독기관으로 들어온 사람들의 신선한 아이디어가 금감원의 검사업무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
는 데 일조한 것만은 사실이다. 이 실장 역시 그중 한사람이다.
그는 금감원이 감독기구로서 과거로부터 내려온 관행을 바꾸는 데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다.
그는 감독기구와 피감기관을 동일선상에 놓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시장 사람들이 틀렸으면 룰
(Rule)과 원칙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실장의 이같은 생각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감독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방법론상의 차이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이 실장
이 감독기관의 여러 관행들을 바꿀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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