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추억나무를 심는 여유(餘裕)(박성효 2007.03.05)

지역내일 2007-03-05
추억나무를 심는 여유(餘裕)
대전광역시장 박성효

봄기운이 열리고 있다. 아롱아롱한 아지랑이 타고 봄은 왔다. 팔다리의 오금이 좀 펴지는 느낌이다. 새 봄을 알리는 만물소생의 자연교향곡이 시작되었다. 봄은 아름답다. 기운(氣運) 나니 즐겁고, 신바람 나니 행복해진다. 잔잔한 속삭임으로 다가오는 봄꽃을 보면 수줍어 진다. 봄에 생기는 기분 좋은 일들이 기대된다.
하지만 도시의 봄은 예전만 못하다. 중국 한서(漢書)의 기록에 보면 흉노의 추장에게 시집간 공녀 왕소군의 심정이 뇌리를 스친다. 호지무화초 춘래불사춘(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 “오랑캐 땅에는 화초가 없어 봄이 온들 봄 같지 않도다.”
무겁고 답답한 콘크리트 일색의 도심, 숨 막히는 빌딩숲과 검은 아스팔트. 무미(無味)한 도시의 봄을 함축한다. 바쁜 일상에 쫓기는 도시민(都市民)은 봄이 온들 옷만 가라 입는다. 그윽한 봄 향기를 만끽하지도 못한다. 다만 골목 틈틈이, 건물 모퉁이 흙이 있는 틈새로 심심찮게 파란 싹들을 보면 그나마 미소를 머금게 된다.
바람이 불어야 나무가 흔들리듯 모든 일에는 필연적 이유가 있다. 도시모습도 마찬가지다. 도시개발, 재건축에 더 큰 의미를 두다보니 그동안 우리에게 아낌없이 준 나무의 은혜를 도외시 했다. 도시발전 미명아래 숲을 없애고 그 고마움을 저버린 지 오래다. 하지만, 이제는 받은 만큼 줄 생각도 해야지 않겠는가.
도심에 나무를 심자. 나무들은 숲이 되고, 그 숲은 여유(餘裕)를 주는 안식처가 된다. 맑은 공기를 주는 숲은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피톤치드나 음이온 같은 이로움을 준다. 한 그루 나무는 네 사람이 하루에 필요한 산소를 공급한다. 공기 1리터 당 7000개의 먼지 입자를 감소시킨다. 또한 물을 지하에서 끌어올려 공중으로 발산시키는 정화작용도 한다. 특히 도심 나무는 난방비 10~15%를 절감시키는 방풍 효과가 있다. 이렇듯 숲은 우리 삶의 행복(幸福) 터전을 만들어 준다.

함께하는 나무심기로 명품도시를
나무를 심는 것은 단지 조경차원 그 이상이다. 정책적인 조경계획에 의한 나무심기도 중요하지만 덧붙여 더 중요한 것이 있다. 함께 참여하는 것이다. 도시를 가꾸는 일은 지자체만의 일이 아니다. 그럼 재미가 없다. 도시에 사는 모두가 참여하는 붐(boom)으로 심어야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손길이 모여 동산을 이룬다면 그 아름다움은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더욱 값지고 오래 지속될 명품이 될 것이다. 명품도시는 지자체가 도로변에 나무를 심으면, 시민은 안뜰과 베란다에 꽃을 심어 만들어 진다. 명품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인위적 조경의 최대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미국 센트럴파크는 정식개장까지 19년이 걸렸다. 면적이 100여만 평으로 넓은 까닭도 있겠지만, 그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그로부터 130년이 지난 오늘 센트럴파크 숲은 뉴욕 맨해튼의 ‘허파’로서 세계적 명물이 됐다. 나무를 심는 만큼이나 가꿔주는 것 역시 얼마나 중요한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교훈이다.

사랑과 추억 심어, 이야기 도시를
나무를 심는 것에 보태어 추억을 심자. 그럼 나무는 추억이 되고 행복이 된다. 추억은 남이 가져다주기보다 스스로 만드는 것이 더욱 오래간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소중한 것은 마음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나무를 심어 자라는 가지, 맺는 열매는 우리들 마음에 행복으로 돌아올 것이다. 생일이나 결혼, 입학, 졸업 등 기념하고 싶을 날엔 나만의 혹은 가족만의 나무를 심자. 한그루 한그루에 정(情)을 담아 심으면 이야기 도시가 될 것이다. 재미있는 이야기, 그리움과 슬픔. 사연(事緣)있는 이야기들을 오롯이 담은 도시. 정말 애틋하지 않을까. 그 나무, 그 숲의 이야기 주인공은 바로 당신이기 때문이다.
이 좋은 봄날, 삭막한 도시 곳곳에 한 그루의 나무 심는 여유를 갖자. 가족과 함께 그리고 이웃과 같이, 정감있는 도시 희망을 심는 마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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