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노인병원, 민원 떠넘기다 헛세월
반대민원 사업자에 전가 … 국비 확보하고도 1년 넘게 제자리걸음
대전시가 고질 민원을 사업자에 떠넘기다 국비 25억여원을 지원받은 사업을 1년 넘도록 착공조차 못해 주민들 반발에 부닥쳤다.
대전시는 지난해 초 보건복지부 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제2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 건립비 50여억원 가운데 50%를 지원받게 됐다. 시는 지난해 4월 병원건립 수탁자(우선협상대상자)로 ㅈ의료재단을 선정하는 등 올해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병원건립 부지 주변 주민들이 ‘혐오시설’이라며 반대하고 나섰고 1년여동안 설득하다 못한 사업체는 새로운 부지로 사업계획변경을 시도했다. 민원해결은 사업자 책임이라며 뒷짐 지고 있던 대전시는 사업자를 재공모했고 결국 치매병원 연내 착공은 불투명해졌다.
◆사업자 선정 1년 만에 사업 취소 =
대전시에 따르면 노인병원 설립 부지인 서구 산직2동 정각골 일부 주민들은 지난 4월 사업 수탁자가 선정되자 곧바로 건립 반대 운동을 벌였다. 노인병원 건립이 주민들의 생활 불편을 초래하고 지가를 떨어뜨린다는 것이 이유다.
주민들의 반대 명분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주민들은 쉽게 뜻을 굽히지 않았다. 강현규 노인병원 건립 반대 추진위원장은 “노인병원이 들어서고 나면 잇따라 관련 복지시설이 집단화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이유를 밝혔다.
주민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자 수탁업자로 선정된 ㅈ의료재단은 결국 주민설득을 포기하고 새로운 부지로 사업계획 변경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는 대전시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시 고문변호사들의 법률자문을 얻은 대전시가 “사업부지는 수탁업자 선정의 핵심 요소여서 대체 부지를 선정할 경우 수탁자의 지위를 승계할 수 없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수탁업자는 행정소송 등을 통한 반발도 고려했지만 사업기간 단축을 명분으로 ‘수탁자 선정을 스스로 취소한 뒤 재공모에 응하라’는 대전시의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달 20일 스스로 수탁자 선정을 취소했다. 이에 대전시는 23일 수탁자를 재공모했고 사업은 1년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시 민원조절능력 부재 드러내 =
대전시는 주민들의 반대 이유는 명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노인병원을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것 자체부터 문제라는 것. 대전시 관계자는 “사업자가 위로금 명목으로 준 돈을 반대 집회 비용으로 사용할 정도로 원칙도 개념도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전시는 수탁업자와의 계약 조건 가운데 ‘주민들과의 민원은 수탁업자가 해결한다’는 단서조항이 있다는 이유로 수탁업자 탓만 할 뿐 민원 해결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ㅈ의료재단 박 모 이사장은 “대전시가 재공모까지 상황이 악화된 것을 수탁사업자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강현구 건립반대추진위원장도 “말로만 시립병원이지 사실상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개인병원 아니냐”며 “대전시가 나선 것도 아니고 일반 사업자가 나서서 민원을 해결하려고 하다 보니 신뢰할 수도 없었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결국 사업이 지연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 몫으로 남게 됐다. 보건복지부 노인요양운영지원팀 관계자는 “노인장기요양호보법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 당장 지원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대전처럼 시설 마련이 늦어지면 그만큼 지원도 지체돼 결국 시민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대전제2시립노인병원은 130병상(1300평) 규모의 노인 치매요양 전문 병원으로 대전시는 사업비 49억800만원(국비 50%, 시비 50%)을 들여 2008년까지 완공할 계획이었다.
대전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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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민원 사업자에 전가 … 국비 확보하고도 1년 넘게 제자리걸음
대전시가 고질 민원을 사업자에 떠넘기다 국비 25억여원을 지원받은 사업을 1년 넘도록 착공조차 못해 주민들 반발에 부닥쳤다.
대전시는 지난해 초 보건복지부 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제2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 건립비 50여억원 가운데 50%를 지원받게 됐다. 시는 지난해 4월 병원건립 수탁자(우선협상대상자)로 ㅈ의료재단을 선정하는 등 올해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병원건립 부지 주변 주민들이 ‘혐오시설’이라며 반대하고 나섰고 1년여동안 설득하다 못한 사업체는 새로운 부지로 사업계획변경을 시도했다. 민원해결은 사업자 책임이라며 뒷짐 지고 있던 대전시는 사업자를 재공모했고 결국 치매병원 연내 착공은 불투명해졌다.
◆사업자 선정 1년 만에 사업 취소 =
대전시에 따르면 노인병원 설립 부지인 서구 산직2동 정각골 일부 주민들은 지난 4월 사업 수탁자가 선정되자 곧바로 건립 반대 운동을 벌였다. 노인병원 건립이 주민들의 생활 불편을 초래하고 지가를 떨어뜨린다는 것이 이유다.
주민들의 반대 명분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주민들은 쉽게 뜻을 굽히지 않았다. 강현규 노인병원 건립 반대 추진위원장은 “노인병원이 들어서고 나면 잇따라 관련 복지시설이 집단화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이유를 밝혔다.
주민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자 수탁업자로 선정된 ㅈ의료재단은 결국 주민설득을 포기하고 새로운 부지로 사업계획 변경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는 대전시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시 고문변호사들의 법률자문을 얻은 대전시가 “사업부지는 수탁업자 선정의 핵심 요소여서 대체 부지를 선정할 경우 수탁자의 지위를 승계할 수 없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수탁업자는 행정소송 등을 통한 반발도 고려했지만 사업기간 단축을 명분으로 ‘수탁자 선정을 스스로 취소한 뒤 재공모에 응하라’는 대전시의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달 20일 스스로 수탁자 선정을 취소했다. 이에 대전시는 23일 수탁자를 재공모했고 사업은 1년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시 민원조절능력 부재 드러내 =
대전시는 주민들의 반대 이유는 명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노인병원을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것 자체부터 문제라는 것. 대전시 관계자는 “사업자가 위로금 명목으로 준 돈을 반대 집회 비용으로 사용할 정도로 원칙도 개념도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전시는 수탁업자와의 계약 조건 가운데 ‘주민들과의 민원은 수탁업자가 해결한다’는 단서조항이 있다는 이유로 수탁업자 탓만 할 뿐 민원 해결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ㅈ의료재단 박 모 이사장은 “대전시가 재공모까지 상황이 악화된 것을 수탁사업자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강현구 건립반대추진위원장도 “말로만 시립병원이지 사실상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개인병원 아니냐”며 “대전시가 나선 것도 아니고 일반 사업자가 나서서 민원을 해결하려고 하다 보니 신뢰할 수도 없었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결국 사업이 지연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 몫으로 남게 됐다. 보건복지부 노인요양운영지원팀 관계자는 “노인장기요양호보법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 당장 지원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대전처럼 시설 마련이 늦어지면 그만큼 지원도 지체돼 결국 시민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대전제2시립노인병원은 130병상(1300평) 규모의 노인 치매요양 전문 병원으로 대전시는 사업비 49억800만원(국비 50%, 시비 50%)을 들여 2008년까지 완공할 계획이었다.
대전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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