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회장’ 없는 ‘현대호’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현대그룹은 정주영 명예회장의 별세로 2세들의 부(주식) 지분이 일탈하면서 전혀 다른 행마를 선택해
야할 상황에 몰렸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숨가쁘게 일어날 것이고 성급한 판단일지 모르나 대북사
업의 전면적 손질도 불가피할 것 같다. 형제 기업간의 상호자금지원 요청 같은 낡은 관행도 정리되
고 기업과 기업간의 경쟁관계로의 재정비 작업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가족족벌 경영을 거부하는 시장의 요구를 받아들어야 할 때를 드디어 맞이한 것이다. 가족중심의 합
정(情)주의가 아닌 합리주의라는 틀에서 계열사마다 홀로 서야하는 시대와 마주치게 된 것이다.
계열 부실기업 시장원리로 정리될 듯
‘현대호’는 정 명예회장이 마련한 궤도를 따라 진전되어 왔다. 현대그룹 주요 계열사가 휘청거릴
만큼 적자가 심한 금강산 관광사업도 고인의 뜻대로 추진됐다. 새로운 경영환경에 직면한 현대가 대
북사업을 계속할는지 관심꺼리다. 생존을 위한 적자사업의 처리에 대한 용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먼저 부실기업들이 시장의 원리에 의해 대거 정리될 것으로 예측된다.
현대그룹은 자동차 중공업 등 일부를 제외하고 상당수 기업들이 부실하기 짝이 없다. 현대산업개발
은 이미 부도를 냈고 건설 전자 등은유동성 위기로 시한부 기업이나 다름없다. 증권도 적자의 늪에
서 허덕이고 있다. 금융권이 손을 떼면 당장 무너지는 몹시 위태로운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그 동안 이러한 기업들이 시장원리대로 처리되지 않고 건재했던 것은 ‘왕회장’의 ‘끗발’이 있었
기에 가능했다. 정치권과 고위급 관료들이 고인과의 ‘돈맥’ 등 인연으로 위태로운 기업들이 지금
까지 끄떡없이 지탱해왔다는 것을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왕회장’이 없는데 부실기업에
대한 특혜도 이제부터는 있을 수 없다는 게 요즘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현대건설의 운명도 긍정적인 측면에서 예측하기란 힘겹다. 고인의
현대건설 지분 15.77%를 현대건설에 출연한다 하나 코끼리 비스킷격이다. 독자생존이 불가능할 경우
동아, 한보건설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된다. 현대석유화학과 현대아산도 초죽음이다. 거대 유화
공장을 매입할 원매자가 없고 공장을 돌려봐야 돌릴 만큼 손해를 본다. 그렇다고 수조원짜리 공장 문
을 닫을 수도 없는 진퇴양난이다. 현대아산 농장도 자본을 모두 잠식한 상태라서 금강산 사업의 계
속 추진은 무리가 뒤따르고 있다. 정부에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코웃음친다.
금융업도 기로에 서있다. 현대투신증권은 미국의 AIG로부터 1조원가량의 자금을 끌어와야 산다. 현대
투신은 정부에 ‘풋백옵션’을 적용해달라는 AIG의 턱없는 요구를 우회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제일은
행 매각 때 이 제도를 적용시켜 속았는데 또 속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 입장인 점을 감안하면
투신사의 운명도 몹시 위태롭다.
‘정주영 정신’ 사라진 현대문화의 변화
따라서 부실기업 정리는 왕회장 작고후 예정된 순서다. 사실 부실기업 보유는 고인의 정신에도 위배
된다. ‘왕회장’은 부실기업을 증오했다. 부실기업주는 “사회의 적이다”라며 어느 자리에서나 기
탄 없이 비판했었다. 그래서 그는 기업의 사명은 이윤을 내는 것이라며 기업인은 여러 상반되는 이해
속에서 조화점을 찾아내 번영시켜 근로자를 멱여살려야 한다고 주창했다. 그러나 만년에 상당수 부
실기업을 생산해 내고 말았다.
‘현대 정신’의 와해가 또 하나의 문제이다. ‘현대 맨’들이 스스로 일컫는 ‘현대 정신’이란 결
단→근면→돌파를 뜻하는 ‘정주영 정신’그 자체다. 일부 형제기업간 벌어진 소송에서 ‘정주영 정
신’을 상실해가고 있는 것이다. 무에서 유를, 위기를 기회로,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불
굴의 ‘정주영 정신’이 언제까지 존속할지가 과제이다. 도전과 신념의 정신, 승부사적 정신이 위기
에 빠진 MH(몽헌)그룹에게도 적용될지 의문시된다.
지난해 6월초 현대가 총체적 유동성(현금흐름)위기에 몰릴 때 당시 고인은 물론 정몽헌, 몽구 회장
도 함께 경영에서 손뗀다고 밝혔을 때 임직원 대다수가 울었다. 현대그룹 전 계열사 임직원은 모두
가 한 식구로 생사고락을 같이해왔다. 그 훌륭한 정신과 기업화가 오늘의 현대를 창출했다.
왕회장 없는 현대는 계열사가 2세에게 넘어가면서 기업문화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이른바 창업자의
정신은 단절되고 있다. 6형제(몽구 몽근 몽헌 몽준 몽윤 몽일)에게 넘어간 기업의 기업의 문화는 제
각각으로 흘러가고 있다.
창업자 없는 현대는 분권화 체제를 유지하면서 자생력 배양이 없는 기업은 강제 또는 스스로 퇴출되
고 자동차 등 경쟁력이 강한 전문업종은 새끼를 치며 번영하는 방향으로 자전과 공전을 거듭해갈 것
이다.
/이승우 산업팀장
현대그룹은 정주영 명예회장의 별세로 2세들의 부(주식) 지분이 일탈하면서 전혀 다른 행마를 선택해
야할 상황에 몰렸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숨가쁘게 일어날 것이고 성급한 판단일지 모르나 대북사
업의 전면적 손질도 불가피할 것 같다. 형제 기업간의 상호자금지원 요청 같은 낡은 관행도 정리되
고 기업과 기업간의 경쟁관계로의 재정비 작업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가족족벌 경영을 거부하는 시장의 요구를 받아들어야 할 때를 드디어 맞이한 것이다. 가족중심의 합
정(情)주의가 아닌 합리주의라는 틀에서 계열사마다 홀로 서야하는 시대와 마주치게 된 것이다.
계열 부실기업 시장원리로 정리될 듯
‘현대호’는 정 명예회장이 마련한 궤도를 따라 진전되어 왔다. 현대그룹 주요 계열사가 휘청거릴
만큼 적자가 심한 금강산 관광사업도 고인의 뜻대로 추진됐다. 새로운 경영환경에 직면한 현대가 대
북사업을 계속할는지 관심꺼리다. 생존을 위한 적자사업의 처리에 대한 용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먼저 부실기업들이 시장의 원리에 의해 대거 정리될 것으로 예측된다.
현대그룹은 자동차 중공업 등 일부를 제외하고 상당수 기업들이 부실하기 짝이 없다. 현대산업개발
은 이미 부도를 냈고 건설 전자 등은유동성 위기로 시한부 기업이나 다름없다. 증권도 적자의 늪에
서 허덕이고 있다. 금융권이 손을 떼면 당장 무너지는 몹시 위태로운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그 동안 이러한 기업들이 시장원리대로 처리되지 않고 건재했던 것은 ‘왕회장’의 ‘끗발’이 있었
기에 가능했다. 정치권과 고위급 관료들이 고인과의 ‘돈맥’ 등 인연으로 위태로운 기업들이 지금
까지 끄떡없이 지탱해왔다는 것을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왕회장’이 없는데 부실기업에
대한 특혜도 이제부터는 있을 수 없다는 게 요즘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현대건설의 운명도 긍정적인 측면에서 예측하기란 힘겹다. 고인의
현대건설 지분 15.77%를 현대건설에 출연한다 하나 코끼리 비스킷격이다. 독자생존이 불가능할 경우
동아, 한보건설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된다. 현대석유화학과 현대아산도 초죽음이다. 거대 유화
공장을 매입할 원매자가 없고 공장을 돌려봐야 돌릴 만큼 손해를 본다. 그렇다고 수조원짜리 공장 문
을 닫을 수도 없는 진퇴양난이다. 현대아산 농장도 자본을 모두 잠식한 상태라서 금강산 사업의 계
속 추진은 무리가 뒤따르고 있다. 정부에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코웃음친다.
금융업도 기로에 서있다. 현대투신증권은 미국의 AIG로부터 1조원가량의 자금을 끌어와야 산다. 현대
투신은 정부에 ‘풋백옵션’을 적용해달라는 AIG의 턱없는 요구를 우회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제일은
행 매각 때 이 제도를 적용시켜 속았는데 또 속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 입장인 점을 감안하면
투신사의 운명도 몹시 위태롭다.
‘정주영 정신’ 사라진 현대문화의 변화
따라서 부실기업 정리는 왕회장 작고후 예정된 순서다. 사실 부실기업 보유는 고인의 정신에도 위배
된다. ‘왕회장’은 부실기업을 증오했다. 부실기업주는 “사회의 적이다”라며 어느 자리에서나 기
탄 없이 비판했었다. 그래서 그는 기업의 사명은 이윤을 내는 것이라며 기업인은 여러 상반되는 이해
속에서 조화점을 찾아내 번영시켜 근로자를 멱여살려야 한다고 주창했다. 그러나 만년에 상당수 부
실기업을 생산해 내고 말았다.
‘현대 정신’의 와해가 또 하나의 문제이다. ‘현대 맨’들이 스스로 일컫는 ‘현대 정신’이란 결
단→근면→돌파를 뜻하는 ‘정주영 정신’그 자체다. 일부 형제기업간 벌어진 소송에서 ‘정주영 정
신’을 상실해가고 있는 것이다. 무에서 유를, 위기를 기회로,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불
굴의 ‘정주영 정신’이 언제까지 존속할지가 과제이다. 도전과 신념의 정신, 승부사적 정신이 위기
에 빠진 MH(몽헌)그룹에게도 적용될지 의문시된다.
지난해 6월초 현대가 총체적 유동성(현금흐름)위기에 몰릴 때 당시 고인은 물론 정몽헌, 몽구 회장
도 함께 경영에서 손뗀다고 밝혔을 때 임직원 대다수가 울었다. 현대그룹 전 계열사 임직원은 모두
가 한 식구로 생사고락을 같이해왔다. 그 훌륭한 정신과 기업화가 오늘의 현대를 창출했다.
왕회장 없는 현대는 계열사가 2세에게 넘어가면서 기업문화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이른바 창업자의
정신은 단절되고 있다. 6형제(몽구 몽근 몽헌 몽준 몽윤 몽일)에게 넘어간 기업의 기업의 문화는 제
각각으로 흘러가고 있다.
창업자 없는 현대는 분권화 체제를 유지하면서 자생력 배양이 없는 기업은 강제 또는 스스로 퇴출되
고 자동차 등 경쟁력이 강한 전문업종은 새끼를 치며 번영하는 방향으로 자전과 공전을 거듭해갈 것
이다.
/이승우 산업팀장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