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법 개정·유 장관 배려 위한 ‘시간벌기’
비서관회의서 개혁당 애착 드러내 … 유 장관 퇴진 수순 해석도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불쑥 방송얘기를 꺼냈다. 노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KBS 방송을 봤느냐”고 운을 뗀 후 “개혁당이 실패했다고들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이 언급한 방송은 ‘KBS 일요스페셜’이 3월18일 방영한 ‘참여정치의 추억’이란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 주제는 개혁당이 흘러온 길과 그 의미 등을 되돌아보는 것이었다.
이날 노 대통령은 개혁당과 그 정신을 이은 열린우리당에 대해 강한 애착을 표시했다고 한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개혁당 창당 주역이다.
노 대통령이 유 장관 사의수용을 유보했다.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은 9일 “현안이 매듭지어진 후 판단하겠다는 게 대통령 생각”이라고 밝혔다. 국회가 국민연금법을 처리하면 유 장관 사의를 검토하겠다는 의미다.
노 대통령은 정치권에 국민연금법 통과를 촉구하는 동시에 유 장관에 대한 정치적 배려를 동시에 고려한 듯하다. 지금 유 장관을 당에 복귀시킬 경우 당장 열린우리당 내 반발이 일 것이고 국민연금법 개정문제는 더 어려워 질 수 있다. 또한 유 장관 개인에게도 ‘문책성’으로 비춰져 크게 이로울 게 없다. 유 장관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노 대통령이 뭔가 ‘전리품’을 챙겨주고 싶은 마음도 있음직하다.
다만 시간이 늦춰졌을 뿐 유 장관의 퇴진은 내부적으로 확정된 것 아니냐는 분위기다. 청와대가 “사의 반려냐”는 거듭된 질문에 “조건부 유보”라고 강조했고 유 장관 자신도 9일 직원 조회에서 “이번 조회가 저에게는 마지막 조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장관이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의중을 읽지 않고는 이런 얘기를 할 수 없다.
노 대통령과 정치권, 유 장관이 국민연금법 개정을 두고 벌이는 ‘정치게임’이 어떻게 결말이 날 지 주목된다.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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