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우산
안 희 상 (대한생명 경제연구소)
“아빠 할머니는 참 이상해, 왜 변기에 토마토쥬스 버리시지?”
여름더위가 막 시작된 지난해 7월, 오랜만에 집에 오신 할머니와 같이 화장실에 가겠다고 하던 7살짜리 딸래미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말했다.
“그래? 이상하네 정말….”
화장실에서 나오는 어머니께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변비가 생겼다고 별일 아니라고 얼버무리셨다.
문득 외과의사하고 있는 친구말이 떠올랐다. “사십 넘어서 변비는 꼭 병원가봐야 해. 대장암 가능성이 있거든”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을 찾았다. 아니길 바랐지만 검사 결과 직장암 2기였다. 빨리 큰병원 가보라고 하는 의사 말에 국립암센터에 입원하던날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왜이리 미안 해 하시던지.
마흔다섯에 혼자되어 다섯 남매 대학교육에, 시집,장가 모두 보내고, 이제 손주들 재롱만 보며 즐거워해야 하는데. 게다가 얼마 전에 칠순잔치하며 즐거워 하셨는데.
그나마 큰 병을 빨리 알아 다행이라고 위안삼았다. 입원 후 방사선 치료와 항암치료, 수술, 다시 항암치료.
여름, 가을, 겨울 잘 견디시고 이제 마지막 봉합수술만 남겨두셨다.
담당의사 말하길 “정말 대단하세요. 연세도 많으신데 이렇게 잘 견디시고”
이리저리 바쁘다는 자식들 뒤로 하시고 당신 혼자 항암치료 받으러 다니셨다. 모이면 그리 많아 보였던 다섯 자식들도 아프신 어머니 앞에선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때 알았다.
항암치료 받던 지난 가을, 어느날 어머니는 ‘네가 보험회사 다니니 좀 알아보라’며 나에게 흰 봉투 하나를 건네주었다.
“이게 뭐에요?”
“응 15년전에 암 보험 하나 들어놨는데 이거 받을 수 있나 알아봐라.”
직접 서명한 청약서, 보험증권, 보험료를 주고 받아놓으신 영수증 등 15년 세월이 그대로 묻어 있는 봉투.
설마 이걸 받게 될지 몰랐다고 웃으시는 어머니를 보며 눈물이 앞을 가렸다.
결국 보험금으로 병원비 다 치르고 나오면서 어머니 괜히 으쓱거리신다
“자식 부담 안주고 치료해 너무 좋다.”
어머니는 4월에 대장 봉합수술을 받는다. 지난해 10월부터 옆구리에 차고 다니던 변봉투를 떼어내는 수술이다.
이제 정상적으로 변을 볼 수 있다.
어머니께서 엊그제 전화하셨다.
“희상아, 바닷가 콘도 하나 예약해 줄 수 없니?” 무슨 일이냐 여쭈니, “친구들이랑 바다를 보러 가고 싶다” 말씀하신다. 옆에 차고 계시던 변봉투 때문에 외출도 못했는데, 이제 수술 끝나면 바다를 보고 싶단다.빨리 예약해야겠다. 바다가 보이는 좋은 방으로.
회사에서 동료들과 ‘보험은 우산’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화창한 날에는 필요성을 못 느끼지만, 갑작스런 비나 궂은 날씨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네 사는 인생에도 언제 비가 올지 모르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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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희 상 (대한생명 경제연구소)
“아빠 할머니는 참 이상해, 왜 변기에 토마토쥬스 버리시지?”
여름더위가 막 시작된 지난해 7월, 오랜만에 집에 오신 할머니와 같이 화장실에 가겠다고 하던 7살짜리 딸래미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말했다.
“그래? 이상하네 정말….”
화장실에서 나오는 어머니께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변비가 생겼다고 별일 아니라고 얼버무리셨다.
문득 외과의사하고 있는 친구말이 떠올랐다. “사십 넘어서 변비는 꼭 병원가봐야 해. 대장암 가능성이 있거든”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을 찾았다. 아니길 바랐지만 검사 결과 직장암 2기였다. 빨리 큰병원 가보라고 하는 의사 말에 국립암센터에 입원하던날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왜이리 미안 해 하시던지.
마흔다섯에 혼자되어 다섯 남매 대학교육에, 시집,장가 모두 보내고, 이제 손주들 재롱만 보며 즐거워해야 하는데. 게다가 얼마 전에 칠순잔치하며 즐거워 하셨는데.
그나마 큰 병을 빨리 알아 다행이라고 위안삼았다. 입원 후 방사선 치료와 항암치료, 수술, 다시 항암치료.
여름, 가을, 겨울 잘 견디시고 이제 마지막 봉합수술만 남겨두셨다.
담당의사 말하길 “정말 대단하세요. 연세도 많으신데 이렇게 잘 견디시고”
이리저리 바쁘다는 자식들 뒤로 하시고 당신 혼자 항암치료 받으러 다니셨다. 모이면 그리 많아 보였던 다섯 자식들도 아프신 어머니 앞에선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때 알았다.
항암치료 받던 지난 가을, 어느날 어머니는 ‘네가 보험회사 다니니 좀 알아보라’며 나에게 흰 봉투 하나를 건네주었다.
“이게 뭐에요?”
“응 15년전에 암 보험 하나 들어놨는데 이거 받을 수 있나 알아봐라.”
직접 서명한 청약서, 보험증권, 보험료를 주고 받아놓으신 영수증 등 15년 세월이 그대로 묻어 있는 봉투.
설마 이걸 받게 될지 몰랐다고 웃으시는 어머니를 보며 눈물이 앞을 가렸다.
결국 보험금으로 병원비 다 치르고 나오면서 어머니 괜히 으쓱거리신다
“자식 부담 안주고 치료해 너무 좋다.”
어머니는 4월에 대장 봉합수술을 받는다. 지난해 10월부터 옆구리에 차고 다니던 변봉투를 떼어내는 수술이다.
이제 정상적으로 변을 볼 수 있다.
어머니께서 엊그제 전화하셨다.
“희상아, 바닷가 콘도 하나 예약해 줄 수 없니?” 무슨 일이냐 여쭈니, “친구들이랑 바다를 보러 가고 싶다” 말씀하신다. 옆에 차고 계시던 변봉투 때문에 외출도 못했는데, 이제 수술 끝나면 바다를 보고 싶단다.빨리 예약해야겠다. 바다가 보이는 좋은 방으로.
회사에서 동료들과 ‘보험은 우산’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화창한 날에는 필요성을 못 느끼지만, 갑작스런 비나 궂은 날씨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네 사는 인생에도 언제 비가 올지 모르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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