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20%가 유학생 … 해외분교·온라인수업, 교육서비스 수출
한미FTA 협상에서 교육분야는 제외됐지만 새로운 경쟁 환경을 도약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대학사회의 변화가 시급하다. 대전 한국정보통신대학(ICU)은 이런 시대상황에서도 철저한 특성화를 바탕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 각국 유학생을 유치하고 해외분교 등 교육상품 수출에 나서고 있어 고등교육계는 물론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단지에 있는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는 9년이란 짧은 역사에도 신흥 정보통신기술(IT) 분야의 명문대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ICU는 대표적인 교육 수입국인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물게 교육 서비스를 수출하고 있어 화제다.
이 대학의 대학원에는 중동, 중남미, 동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36개국에서 몰려온 124명의 석·박사 과정 유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대학원의 정원이 609명인 점을 고려하면 5명 중 한명이 유학생인 셈이다.
OECD 자료에 따르면 2003년 기준 국내 고등교육기관의 외국인 학생비율이 0.2%에 불과한데 비하면 ICU의 외국인 학생 비율은 엄청난 숫자이다.
지방에 위치한 소규모 대학이 이처럼 많은 외국인 학생을 불러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특히 학부과정의 교환학생 수준이 아닌 전문지식을 공부하는 석·박사 과정에 이른바 주요대학이 아닌 ICU에 유학생들이 놀려오는 이유는 무엇일가.
ICU에 본격적으로 외국인 학생들이 몰려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 해 부터다. 이 대학은 지난해 3월 ‘글로벌 IT 기술전문가 과정’을 개설했다.
글로벌 IT 기술전문가 과정은 ICU가 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해외 각국에서 매년 20명을 장학생으로 선발, 첨단 IT기술과 정책 그리고 우리 문화와 역사를 가르치는 석·박사 과정이다. 현재 이 과정으로 ICU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은 24명이며, 경쟁률은 4.7대 1이었다.
이 과정을 제외하고 현재 ICU에서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은 27개국 90명에 달한다.
허운나 총장은 이에 대해 “글로벌 IT 기술전문가 과정 학생들의 공통점은 이른바 자원부국이면서 우리나라 IT산업이 시장을 개척하려는 신흥 전략국가 출신이라는 점”이라면서 “이들에게 기술뿐 아니라 우리 문화를 가르침으로서 한국을 이해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 총장은 또 “미국과 EU는 각각 해외 인재유치를 위해 유학비자 발급을 간소화하거나 시민권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최대강점인 IT분야를 적극 내세워 유학을 오는 나라로 변신, 우수인재 유출과 국제수지 악화를 방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ICU는 극로벌 IT명문대학으로 위상을 다지기 위해 2012년까지 석박사 과정의 35%를 외국인 유학생으로 채우는 한편 외국인 교수 채용도 현재 8.5%에서 25%로 크게 늘린다는 계획이다.
ICU가 짧은 역사 속에서도 글로벌 고등교육기관으로 자리 잡은 것은 철저한 산학협동을 통한 현장밀착형 특성화 정책 때문이다.
이 대학은 국내 유일의 IT 특성화 대학답게 2개의 과기부 선정 우수연구센터와 3개의 국가지정연구실 등 17개의 IT관련 연구센터를 거느리고 있다. 또 국내 과학기술의 메카인 대덕 연구단지에 위치해 인근 연구소는 물론 기업들과 산학연계를 통해 수퍼 컴퓨터 등 각종 최첨단 연구시설을 공동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ICU의 경쟁력을 높여주고 있다.
ICU는 또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에도 예산을 아끼지 않고 있다. 매년 전체 예산의 40% 이상을 교수와 학생연구비로 지출하고 있다. 또 연구과제 수행을 통해 얻는 ‘기술실시 보상금’ 가운데 65%는 교수에게, 20%는 관리기관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15%는 학교수입으로 잡아 연구개발에 재투자하기 때문에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여기에 글로벌화에 눈을 떠 개교 때부터 모든 강의를 영어로 한 것도 큰 역할을 했다. 영어강의 비율 강화를 외치고 있지만 아직 결과가 지지부진한 이른바 대규모 주요대학들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2006년 말 기준, 서울대는 4.6%, 연세대는 17.8%, 고려대는 32.5%의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고 있다.
◆자원외교의 첨병 = ICU가 유학생 유치를 위해 가장 공을 들이는 국가들 대부부분은 자원강국이면서도 IT산업이 다소 뒤져있는 IT 신흥 전략국가들이다. 우리나라가 장기적으로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원부국의 젊은 인재를 유치, 이들을 ‘지한파’로 양성해야 한다는 ICU의 생각이다.
실제로 에너지 확보를 위한 우리 경쟁국들의 인재유치 경쟁은 치열하다. 현재 일본은 매월 30만엔의 장학금을 3년간 주는 ‘아시아 인재기금’을 최근 창설했다. 중국은 후진타오 주석까지 나서 자원외교를 펼치고 있다.
허 총장은 “우리 대학에서 교육을 받은 각국 인재들이 자기나라의 지도층이 되면 ‘스승의 나라’인 우리에게 투자의 수 십 배, 수 백 배의 이익을 돌려줄 것”이라며 “우리가 유학생들을 많이 유치하는 것은 정부의 자원외교를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단기적으로 글로벌 IT교육은 해외 고급두뇌를 국내에 유입해 우리 산업에 도움을 주고 있다”며 “특히 장기적으로는 IT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시 이들을 첨병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ICU는 특히 올해부터 세계최대 산유국이자 우리나라 최대의 원유수입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대학생들을 교육시킬 예정이다. 이들 사우디 출신 유학생 10명 덕분에 ICU의 외국인학생 비율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세계로 나간다 = ICU는 유학생에 만족하지 않고 아예 해외에 분교를 설립해 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수출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발틱연안 3국중 하나인 리투아니아 정부와 국내대학 사상 처음으로 ICU 해외분교를 설립하기로 협정을 체결했다. 분교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자금은 리투아니아 정부가 지원하고 ICU는 온·오프라인을 통한 강의와 공동학위 개설을 통한 수업료와 라이센스 비용을 지급받는 내용이다.
또 올 가을학기부터는 중동 카타르대학교, 오만 술탄부스대학교, 사우디 킹 사우드대학교, 터키 토브경제공과대학교 등에 자체 개발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간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ICU 관계자는 “해외분교 설립과 이-러닝 교육프로그램 수출은 국내대학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IT분야 지식서비스산업의 첫 해외수출”이라며 “교육 상품 수출을 통해 신규 수익모델을 창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 고등교육은 국민과 기업으로부터 외면 받아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작지만 특성화된 대학, ICU가 거두고 있는 성공이 우리 고등교육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어 눈길을 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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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협상에서 교육분야는 제외됐지만 새로운 경쟁 환경을 도약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대학사회의 변화가 시급하다. 대전 한국정보통신대학(ICU)은 이런 시대상황에서도 철저한 특성화를 바탕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 각국 유학생을 유치하고 해외분교 등 교육상품 수출에 나서고 있어 고등교육계는 물론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단지에 있는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는 9년이란 짧은 역사에도 신흥 정보통신기술(IT) 분야의 명문대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ICU는 대표적인 교육 수입국인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물게 교육 서비스를 수출하고 있어 화제다.
이 대학의 대학원에는 중동, 중남미, 동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36개국에서 몰려온 124명의 석·박사 과정 유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대학원의 정원이 609명인 점을 고려하면 5명 중 한명이 유학생인 셈이다.
OECD 자료에 따르면 2003년 기준 국내 고등교육기관의 외국인 학생비율이 0.2%에 불과한데 비하면 ICU의 외국인 학생 비율은 엄청난 숫자이다.
지방에 위치한 소규모 대학이 이처럼 많은 외국인 학생을 불러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특히 학부과정의 교환학생 수준이 아닌 전문지식을 공부하는 석·박사 과정에 이른바 주요대학이 아닌 ICU에 유학생들이 놀려오는 이유는 무엇일가.
ICU에 본격적으로 외국인 학생들이 몰려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 해 부터다. 이 대학은 지난해 3월 ‘글로벌 IT 기술전문가 과정’을 개설했다.
글로벌 IT 기술전문가 과정은 ICU가 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해외 각국에서 매년 20명을 장학생으로 선발, 첨단 IT기술과 정책 그리고 우리 문화와 역사를 가르치는 석·박사 과정이다. 현재 이 과정으로 ICU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은 24명이며, 경쟁률은 4.7대 1이었다.
이 과정을 제외하고 현재 ICU에서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은 27개국 90명에 달한다.
허운나 총장은 이에 대해 “글로벌 IT 기술전문가 과정 학생들의 공통점은 이른바 자원부국이면서 우리나라 IT산업이 시장을 개척하려는 신흥 전략국가 출신이라는 점”이라면서 “이들에게 기술뿐 아니라 우리 문화를 가르침으로서 한국을 이해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 총장은 또 “미국과 EU는 각각 해외 인재유치를 위해 유학비자 발급을 간소화하거나 시민권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최대강점인 IT분야를 적극 내세워 유학을 오는 나라로 변신, 우수인재 유출과 국제수지 악화를 방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ICU는 극로벌 IT명문대학으로 위상을 다지기 위해 2012년까지 석박사 과정의 35%를 외국인 유학생으로 채우는 한편 외국인 교수 채용도 현재 8.5%에서 25%로 크게 늘린다는 계획이다.
ICU가 짧은 역사 속에서도 글로벌 고등교육기관으로 자리 잡은 것은 철저한 산학협동을 통한 현장밀착형 특성화 정책 때문이다.
이 대학은 국내 유일의 IT 특성화 대학답게 2개의 과기부 선정 우수연구센터와 3개의 국가지정연구실 등 17개의 IT관련 연구센터를 거느리고 있다. 또 국내 과학기술의 메카인 대덕 연구단지에 위치해 인근 연구소는 물론 기업들과 산학연계를 통해 수퍼 컴퓨터 등 각종 최첨단 연구시설을 공동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ICU의 경쟁력을 높여주고 있다.
ICU는 또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에도 예산을 아끼지 않고 있다. 매년 전체 예산의 40% 이상을 교수와 학생연구비로 지출하고 있다. 또 연구과제 수행을 통해 얻는 ‘기술실시 보상금’ 가운데 65%는 교수에게, 20%는 관리기관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15%는 학교수입으로 잡아 연구개발에 재투자하기 때문에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여기에 글로벌화에 눈을 떠 개교 때부터 모든 강의를 영어로 한 것도 큰 역할을 했다. 영어강의 비율 강화를 외치고 있지만 아직 결과가 지지부진한 이른바 대규모 주요대학들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2006년 말 기준, 서울대는 4.6%, 연세대는 17.8%, 고려대는 32.5%의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고 있다.
◆자원외교의 첨병 = ICU가 유학생 유치를 위해 가장 공을 들이는 국가들 대부부분은 자원강국이면서도 IT산업이 다소 뒤져있는 IT 신흥 전략국가들이다. 우리나라가 장기적으로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원부국의 젊은 인재를 유치, 이들을 ‘지한파’로 양성해야 한다는 ICU의 생각이다.
실제로 에너지 확보를 위한 우리 경쟁국들의 인재유치 경쟁은 치열하다. 현재 일본은 매월 30만엔의 장학금을 3년간 주는 ‘아시아 인재기금’을 최근 창설했다. 중국은 후진타오 주석까지 나서 자원외교를 펼치고 있다.
허 총장은 “우리 대학에서 교육을 받은 각국 인재들이 자기나라의 지도층이 되면 ‘스승의 나라’인 우리에게 투자의 수 십 배, 수 백 배의 이익을 돌려줄 것”이라며 “우리가 유학생들을 많이 유치하는 것은 정부의 자원외교를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단기적으로 글로벌 IT교육은 해외 고급두뇌를 국내에 유입해 우리 산업에 도움을 주고 있다”며 “특히 장기적으로는 IT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시 이들을 첨병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ICU는 특히 올해부터 세계최대 산유국이자 우리나라 최대의 원유수입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대학생들을 교육시킬 예정이다. 이들 사우디 출신 유학생 10명 덕분에 ICU의 외국인학생 비율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세계로 나간다 = ICU는 유학생에 만족하지 않고 아예 해외에 분교를 설립해 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수출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발틱연안 3국중 하나인 리투아니아 정부와 국내대학 사상 처음으로 ICU 해외분교를 설립하기로 협정을 체결했다. 분교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자금은 리투아니아 정부가 지원하고 ICU는 온·오프라인을 통한 강의와 공동학위 개설을 통한 수업료와 라이센스 비용을 지급받는 내용이다.
또 올 가을학기부터는 중동 카타르대학교, 오만 술탄부스대학교, 사우디 킹 사우드대학교, 터키 토브경제공과대학교 등에 자체 개발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간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ICU 관계자는 “해외분교 설립과 이-러닝 교육프로그램 수출은 국내대학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IT분야 지식서비스산업의 첫 해외수출”이라며 “교육 상품 수출을 통해 신규 수익모델을 창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 고등교육은 국민과 기업으로부터 외면 받아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작지만 특성화된 대학, ICU가 거두고 있는 성공이 우리 고등교육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어 눈길을 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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