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은 그냥 한국 사람이예요. ;‘코시안’이나 ‘혼혈인’이라 부르며 달리 대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차별이란 것은 사람들의 생각의 문제입니다.”
필리핀 출신 결혼이민자 이자벨(25)씨는 코시안이라는 단어에 여러번 상처를 입었다. 코시안이라는 단어를 통해 ‘혼혈’을 순수혈통의 대립개념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일본 출신 여성 이민자 시즈코(44)씨도 결혼이민자의 자녀를 ‘코시안’으로 집단화해 부르기보다 개인의 이름으로 불러주길 원했다. 시즈코씨는 “한국 사람들도 아시아인인데 왜 코시안이라는 말을 굳이 사용하는지 모르겠다”며 “일본에서도 혼혈인을 지칭하던 단어는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수 집단화되기를 원치 않는 사람들을 묶어서 부르면 그것은 차별의 도구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국제결혼 급증, 차별 조장하는 단어 자제해야 =
국제결혼으로 결혼이민자 가족이 급증하면서 편견을 담은 ‘말’부터 바꾸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의미가 변질된 ‘코시안’(Kosian)이라는 단어의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코시안은 199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에 외국인 이주 노동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등장한 단어다. 본래는 한국인(Korean)과 아시아인(Asian)의 합성어로 국제결혼 2세나 한국에 거주하는 아시아 이주노동자들의 자녀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단어는 단일민족 속의 ‘혼혈 집단’ 혹은 이질적 사람들이라는 차이를 부각시키는 의미로 변질됐다.
정부와 사회학자들은 정책상 이들을 명명할 때 ‘결혼이민자’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결혼으로 가정을 맺고 우리나라에 들어와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 말에서 ‘결혼’을 강조하는 것은 가정의 중요성 때문이다. 결혼이민자들은 우리 사회의 2세를 생산하고 건전한 가치관을 형성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근간인 가정을 이루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이민자, 한국인 개념을 바꾼다 =
결혼이민자는 다민족 사회의 원동력이 될 이른바 ‘21세기 신한국인’으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미 주도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한 8쌍중 1쌍이 국제결혼을 했다. 농촌에서는 3쌍중 1쌍이 결혼이민자 가족이 됐다. 몇 년 내에 이들 사이에 태어난 2세도 급증할 전망이다. 이들 가족은 어머니 아버지가 모두 한국인이고 외형은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 노르스름한 피부를 가져야 한국인이라는 고정관념을 이미 무너뜨리고 있다.
결혼이민 여성 대다수가 본인을 ‘한민족’이라고 응답한 것도 이런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여성부의 ‘결혼이민자 가족실태조사 및 중장기 지원정책방안 연구’ 조사에서 ‘자신이 어떤 민족 집단에 속하냐’는 질문에 응답여성의 38.1%가 ‘한민족’이라고 응답했다. ‘둘 다’라고 응답한 비율도 31.4%에 달했다. 결혼이민자 10명중 7명은 본인을 한민족이라고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의 풍경도 달라질 전망이다. 여성이민자 60.9%가 “자녀가 한국에서 교육을 받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이는 결혼이민자 가족 2세 비율이 학교에서 대폭 증가할 것임을 시사한다.
◆가치관 변화에도 영향 미쳐 =
결혼이민자는 가치관 변화에도 촉매가 될 전망이다. 지리적으로 우리나라와 인접한 국가 출신일지라도 필리핀, 베트남, 몽골 등에서 한국으로 이주해온 여성들의 가치관은 한국 여성들의 그것과 크게 다른 경우가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필리핀 출신 결혼이민자 E(38)씨는 “필리핀에서는 남편과 아내가 거의 동등하게 집안일을 한다”며 “한국에서 남편과 시부모들은 이런 점을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앞으로 우리 자녀들에게는 집안일을 남녀가 반드시 함께 하는 것으로 교육시키겠다”고 말했다.
몽골 출신 결혼이민자 M(40)씨는 “한국에서는 남자들끼리 밤늦게 술을 마시는 것이 회사생활에 좋다고 생각하지만 몽골에서는 이런 ‘밤문화’가 거의 없다”며 “남편에게 이런 점을 여러번 설명했고 남편도 이제는 새벽까지 이어지는 회식을 줄이고 친척들에게 이런 변화를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사회통합 지원대책 마련 =
여성가족부 가족정책팀 관계자는 “결혼이민자가 우리 사회 가족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일방적 물질적 지원보다는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기본 요건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며 “우리사회도 편견을 조장하는 문화를 고치고 이들을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북대학교 설동훈 교수도 “결혼이민자와 그 자녀가 발전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그들도 한국인 한민족으로 받아들이려는 인식의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에서도 범정부적 ‘결혼이민자 사회통합 지원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결혼이민자야말로 우리사회가 다민족사회로 진입하는데 중요한 원동력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27일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7월초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결혼이민자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국어 및 제도·문화 교육을 받고 그 자녀도 교육 및 보육 지원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지방자치단체와 부처별로 산발적으로 진행됐던 지원프로그램도 통합적으로 운영된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중앙가정정책위원회’가 결혼이민자에 대한 지원대책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여성가족부를 중심으로 13개 부처가 참여하는 추진점검팀이 구성돼 사업 중복을 막고 실태조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전예현 기자 newslove@naeil.com
필리핀 출신 결혼이민자 이자벨(25)씨는 코시안이라는 단어에 여러번 상처를 입었다. 코시안이라는 단어를 통해 ‘혼혈’을 순수혈통의 대립개념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일본 출신 여성 이민자 시즈코(44)씨도 결혼이민자의 자녀를 ‘코시안’으로 집단화해 부르기보다 개인의 이름으로 불러주길 원했다. 시즈코씨는 “한국 사람들도 아시아인인데 왜 코시안이라는 말을 굳이 사용하는지 모르겠다”며 “일본에서도 혼혈인을 지칭하던 단어는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수 집단화되기를 원치 않는 사람들을 묶어서 부르면 그것은 차별의 도구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국제결혼 급증, 차별 조장하는 단어 자제해야 =
국제결혼으로 결혼이민자 가족이 급증하면서 편견을 담은 ‘말’부터 바꾸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의미가 변질된 ‘코시안’(Kosian)이라는 단어의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코시안은 199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에 외국인 이주 노동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등장한 단어다. 본래는 한국인(Korean)과 아시아인(Asian)의 합성어로 국제결혼 2세나 한국에 거주하는 아시아 이주노동자들의 자녀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단어는 단일민족 속의 ‘혼혈 집단’ 혹은 이질적 사람들이라는 차이를 부각시키는 의미로 변질됐다.
정부와 사회학자들은 정책상 이들을 명명할 때 ‘결혼이민자’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결혼으로 가정을 맺고 우리나라에 들어와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 말에서 ‘결혼’을 강조하는 것은 가정의 중요성 때문이다. 결혼이민자들은 우리 사회의 2세를 생산하고 건전한 가치관을 형성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근간인 가정을 이루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이민자, 한국인 개념을 바꾼다 =
결혼이민자는 다민족 사회의 원동력이 될 이른바 ‘21세기 신한국인’으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미 주도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한 8쌍중 1쌍이 국제결혼을 했다. 농촌에서는 3쌍중 1쌍이 결혼이민자 가족이 됐다. 몇 년 내에 이들 사이에 태어난 2세도 급증할 전망이다. 이들 가족은 어머니 아버지가 모두 한국인이고 외형은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 노르스름한 피부를 가져야 한국인이라는 고정관념을 이미 무너뜨리고 있다.
결혼이민 여성 대다수가 본인을 ‘한민족’이라고 응답한 것도 이런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여성부의 ‘결혼이민자 가족실태조사 및 중장기 지원정책방안 연구’ 조사에서 ‘자신이 어떤 민족 집단에 속하냐’는 질문에 응답여성의 38.1%가 ‘한민족’이라고 응답했다. ‘둘 다’라고 응답한 비율도 31.4%에 달했다. 결혼이민자 10명중 7명은 본인을 한민족이라고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의 풍경도 달라질 전망이다. 여성이민자 60.9%가 “자녀가 한국에서 교육을 받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이는 결혼이민자 가족 2세 비율이 학교에서 대폭 증가할 것임을 시사한다.
◆가치관 변화에도 영향 미쳐 =
결혼이민자는 가치관 변화에도 촉매가 될 전망이다. 지리적으로 우리나라와 인접한 국가 출신일지라도 필리핀, 베트남, 몽골 등에서 한국으로 이주해온 여성들의 가치관은 한국 여성들의 그것과 크게 다른 경우가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필리핀 출신 결혼이민자 E(38)씨는 “필리핀에서는 남편과 아내가 거의 동등하게 집안일을 한다”며 “한국에서 남편과 시부모들은 이런 점을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앞으로 우리 자녀들에게는 집안일을 남녀가 반드시 함께 하는 것으로 교육시키겠다”고 말했다.
몽골 출신 결혼이민자 M(40)씨는 “한국에서는 남자들끼리 밤늦게 술을 마시는 것이 회사생활에 좋다고 생각하지만 몽골에서는 이런 ‘밤문화’가 거의 없다”며 “남편에게 이런 점을 여러번 설명했고 남편도 이제는 새벽까지 이어지는 회식을 줄이고 친척들에게 이런 변화를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사회통합 지원대책 마련 =
여성가족부 가족정책팀 관계자는 “결혼이민자가 우리 사회 가족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일방적 물질적 지원보다는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기본 요건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며 “우리사회도 편견을 조장하는 문화를 고치고 이들을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북대학교 설동훈 교수도 “결혼이민자와 그 자녀가 발전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그들도 한국인 한민족으로 받아들이려는 인식의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에서도 범정부적 ‘결혼이민자 사회통합 지원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결혼이민자야말로 우리사회가 다민족사회로 진입하는데 중요한 원동력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27일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7월초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결혼이민자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국어 및 제도·문화 교육을 받고 그 자녀도 교육 및 보육 지원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지방자치단체와 부처별로 산발적으로 진행됐던 지원프로그램도 통합적으로 운영된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중앙가정정책위원회’가 결혼이민자에 대한 지원대책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여성가족부를 중심으로 13개 부처가 참여하는 추진점검팀이 구성돼 사업 중복을 막고 실태조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전예현 기자 newslov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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