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대통령 의제와 민의

지역내일 2007-04-16
대통령 의제와 민의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 발의를 하지 않기로 함으로써, 이 문제는 다음 정권으로 넘어갔다. 국민들은 청와대와 정치권이 엉뚱한 문제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지 않게 된 상황에 대해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것 같다.
하지만 이쯤해서 한번 되돌아봐야 하는 것은 개헌의제의 유용성 문제, 나아가 대통령 의제가 어떤 식이 되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다. 대통령이 군사작전 하듯 의제를 던지고 청와대를 필두로 한 모든 기관들이 개헌 공론화에 나선 그 결과가 무엇인가? 청와대 관계자들은 “대통령이 그 정도로 밀어붙였으니, 그나마 다음 국회에 하겠다는 약속이라도 받아낼 수 있었다”고 대답할지 모르겠다. 정치권 안팎의 평가도 ‘청와대와 노 대통령의 우세승’이라는 게 주류인 것 같다.
과연 국민의 입장에서도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헌 의제를 둘러싼 실랑이는 애초 국민과 거리가 있었다. 그냥 노 대통령이 돌연 제안했고, 잠깐의 소란 끝에 또 그렇게 접었을 뿐이다.

참여정부 총력 기울였는데도 여론 꼼짝안해
사실 개헌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민의 70~80%가 찬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의 개헌제의에 대해서는 반대가 높았다. 내일신문의 4월 여론조사에서도 노 대통령의 개헌발의에 대해서는 찬성(37.1%)보다 반대(50.1%)가 더 많았다.
청와대와 정부가 뼈아프게 봐야 할 지점이 바로 이 대목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섰고, 청와대 총리실 국정홍보처가 총력을 기울였는데도 3개월이 지나도록 여론이 꼼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새겨봐야 한다는 얘기다.
개헌의제만 놓고 보면, 노 대통령은 “87년 체제로 더 이상 바뀐 상황을 감당할 수 없으니까 새로운 시대변화를 헌법에 담을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공동연구하자. 그리고 그 결과를 다음 국회에 담도록 하자”고 제안하는 게 옳았다는 생각이다. 그러면 더 많은 국민들이 박수를 쳤을 것이다.
지난 4년 2개월 동안 노 대통령은 수많은 의제를 던졌다. 그리고 그 의제는 대부분 상당한 의미, 또는 시대적 고민을 담고 있었다. 얼핏 기억나는 것만해도 ‘대연정론’을 비롯, ‘동북아 균형자론’ ‘교육은 산업이다’ ‘강남 집값 잡겠다’ 등등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공론화 되지 못했고, 정책적 결과로 이어지지도 못했다. 오히려 상당수는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의제가 됐을 뿐이다.
그 원인에 대해 청와대 주변에서는 대체로 두가지 진단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보수언론의 방해로 어떤 의제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와 ‘대통령 의제가 갖는 의미에 대해 청와대의 보좌진이나 각종 위원회의 간부들, 장차관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가 그것이다. 이런 진단을 근거로 청와대는 한편에서는 대언론 공세를, 또 한편에서는 공무원을 독려했다. 단순한 의제 관리 문제로 본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그런 진단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왜 반쪽의 공론밖에 안될까에 대한 진정한 성찰이 빠져 있었다. 성찰이 없는 진단은 결국 같은 운명의 의제만 양산했을 뿐이다. 대통령의 개헌의제에 대해 3개월이 지나도록 여론이 냉정했던 것도 그런 이유가 바닥에 깔려 있었다는 생각이다.

‘양치기 소년의 외침’ 교훈 삼아야
대통령 의제와 관련된 지금의 문제는 10개월 남은 노 대통령에게도, 그 이후 들어설 새 정부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대통령을 무겁게 보는 우리나라 같은 정치문화를 가진 나라에서 대통령 의제는 국민 전체를 흔들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의제의 정당성 뿐 아니라 그 파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대통령 의제가 아무리 유의미하더라도 국민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증폭시킨다면 그것은 바른 방향이 아니다.
일전 대연정을 제안했을 때 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했던 한 청와대 핵심인사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강도를 더하기 때문에 국민이 한번이라도 더 생각하게 된다”고 했지만 그것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이미 입증됐다.
국민의 귀에 대통령 의제가 ‘양치기 소년의 외침’처럼 들리면 다음에는 더욱 강도를 높여도 국민은 여전히 외면하게 되어 있다는 게 참여정부 대통령 의제관리의 교훈이다.
남 봉 우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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