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행정부, 인내심 소진되고 있다고?”

인터뷰-찰스 카트먼 전 KEDO 사무총장

지역내일 2007-05-14
대북 협상정책 일찍 썼더라면 핵실험도 막았을 것

오늘(14일)로 북한이 2·13합의에 따라 이행했어야 할 초기조치 시한을 넘긴 지 한달이 됐다. 마카오은행(BDA)에 동결된 북한계좌 2500만달러 문제도 언제 풀릴 지 알 수 없다. 미국은 ‘우리 인내심은 무한하지 않다’며 북한의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과연 6자회담은 제 궤도로 돌아서고 북핵문제는 평화적 해결로 귀착될 것인가.
한반도 전문가로 대북 협상담당 특사는 물론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총장을 역임한 찰스 카트먼씨에게 북핵문제와 북-미관계 전반에 대한 현 상황을 들었다. 11일 삼성증권 주최 ‘글로벌 인베스터스 컨퍼런스’ 참석차 한국을 찾은 카트먼씨는 이날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북핵문제:터널의 끝에서 빛이 보이는가?’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가졌다. 그의 강연과 인터뷰 내용을 주제별로 재구성했다.

- BDA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서 인내의 한계는 어디인가.
‘우리 인내심은 무한하지 않다’는 미국의 발언은 일본 새 총리와 환담 과정에서 나온 얘기다. 일본은 대북 정책에 인내심이 없다. 그 상황을 참작해서 이해해야 한다.
다른 당사국들이 이제와서 시간이 없다고 서두르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북한은 12개 가량의 핵무기를 이미 확보하고 있다. 이걸 갖기 전에 서둘렀어야 했다. 북한이 핵시설을 수개월 더 가동한다 해도, 그래서 핵물질을 추가로 얻더라도 핵무기 1개 정도를 더 갖는다.
BDA 이슈가 불거진 이유는 워싱턴 당국자 일부가 이것이 북한을 상대로 한 압력수단이 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어긋났다(북한은 굴복하지 않았고 미사일·핵실험까지 했다는 의미). 그래서 이제 와서 인내심의 한계가 있다는 얘기는 별로 설득력이 없다.
부시 행정부가 고농축우라늄(HEU)에 대해 우려했다지만 그 문제를 1994년 ‘제네바 합의’ 틀 내에서 해결하겠다고 했다면 성과는 오히려 더 났을 것이다. 북한 핵실험도 없었을테고 핵무기 재료도 덜 발생했을 것이다.

- 완전한 핵무기 해제까지 얼마나 걸릴까.
북한은 미국의 새 행정부 취임까지 최종결론이 내려지지 않도록 시간을 끌 것이고 새 정부 후 첫 여름이 될 때야 논의가 시작될 것이다. 논의자체만도 수개월은 걸릴테고 핵폐기(dismantlement) 시기는 그 협상이 끝나야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 정권이 교체된 2009년 여름에나 본격논의가 가능할 것 같다. 다만 핵시설이 동결되고 사용후 연료를 더 많이 만들지 않는다면 핵폐기를 논의할 시간적 여유는 있다.

- 당신은 핵폐기까지 2~3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지만, 초기조치 성사 직후 다음달이라도 힐 차관보(미국측 수석대표)의 방북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많다. 힐 차관보가 방북하게 되면 어떤 제안을 내놓을 수 있나?
매우 자연스런 단계다. 꼭 방문을 해야하고 그런 움직임을 환영한다. 힐 차관보가 방북한다면 다루게 될 의제보다는 상호 신뢰를 쌓는 쪽으로 진보한다는데 더 의미가 있다.
미국과 북한간에 평화공존을 어떻게 이뤄내는냐가 문제의 본질이다. 엄청나게 상호 불신한다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북한은 이해할 수 없는 국가가 아니다. 특히 ‘김정일 체제유지와 내분 극복’이라는 내부 논리를 잘 이해해야한다.
현재 이런 상황이 초래된 데 있어서 북한의 탓이 크지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부시 임기 첫 1년 동안 북한은 클린턴 정부와의 약속을 이어갈 의지가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편견 때문에 클린턴 정부가 북한과 쌓아놓은 모든 것을 버렸다.
부시 정권 사람들은 “북한은 규칙을 지키지 않고 대화를 해도 우리를 어떻게든 속였을 거다”고 말하겠지만 나라면 ‘상대방이 합의사항을 위반했다면 그 문제를 어찌 할 것인지 협상에 들어가는 것이 맞다’고 했을 것이다.

- 북한이 개혁·개방의 조짐을 보이고 있나?
시장제도 도입과 잉여소득 처분, 원화관련 가치재평가 등 경제개혁이 있었다. 개성공단과 철도 연결은 정치적으로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큰 진전이다. 다만 북한 지도자들은 개방의 위험(리스크)에 대해 조심스럽게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그 속도나 폭은 매우 점진적이고 느릴 것이다. 그렇지만 북한의 개혁이 다 실패했다거나 없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 북핵 문제에서 큰 변화의 조짐은 무엇이라고 볼 수 있나
누구도 현재의 6자회담 프로세스가 성공하리라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성공을 위해 전력 노력해보지 않으면 실패하더라도 그 책임이 북한 때문인지 자신 때문인지 모를 것이다. 중요한 전제조건은 2000년말 상황으로 최대한 복귀하는 것이다. 그래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직접 포용정책을 구사할 수 있다. 방북시에 만나본 김정일 위원장은 실무진과 달리 몇 년 앞을 내다보는 비전을 갖고 있더라. 북한 실무자들도 처음 듣는 얘기들이 많았다.따라서 최고 결정권자인 국방위원장과 한 자리에 앉아 확답을 들으면 가장 좋은 상황이다.
모든 게 미국쪽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는 건 아니다. 미국은 강대국이고 북한도 이를 안다. 북한은 조금이라도 협상을 유리하게 끌기 위해 포용정책을 구사하는 사람은 궁지로 몰고 상대방에게 가장 타격을 주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그런데도 미국은 북한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하다. 그런 이해능력은 오로지 한국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의 하드파워와 한국의 소프트파워인 지적 능력, 그리고 북한의 노력이 합쳐져야 한다.
- 남북정상회담이 문제 해결에 긍정적 기여를 할까?
그렇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은 조명록 차수의 방미와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방북의 중요한 계기가 됐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는 정상회담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다. 실무단계에서도 토대가 돼야만 정상회담이 있을 수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찰스 카트먼 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총장
카트먼 사무총장은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에 따라 북한 금호·신포 지구에 200만kw 규모의 한국형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임무로 하는 KEDO의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1987년 주한 미대사관 정무참사관을 지낸 것을 시작으로 2001년 4월 미 국무부에서 은퇴하기까지 한반도 평화회담 미국측 특사,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 등을 역임해 한반도 전문가로 불린다.
카트먼 사무총장은 오래 전부터 북한과의 대화가 북핵문제의 해결방안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온 인물로, 2001년 이후 줄곧 북한이 우라늄 핵무기 프로그램 (HEU)개발을 시도함으로써 이전의 핵무장 해제 합의를 파기했다고 주장하는 부시 행정부 매파 관리들과 불편한 관계에 있었다.
하지만 올해 3월 5일 부시 행정부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조찬을 함께 하며 테러지원국 해제 등 현안을 논의함으로써 북-미 관계개선 과정에서 여전히 기여할 분야가 있음을 재확인했다.
한국인과 결혼했으며 최창윤 전 총무처장관의 장녀 최윤희가 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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