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5월의 가볼만한 곳
사람 사는 냄새 물씬 나는 재래 장터
수백년 역사 전통 … 재래시장 쇠퇴에도 불구하고 인기 누려
장터는 따뜻한 음식과 흥정하는 소리, 지역 특산물로 가득 찬다. 비좁은 통로에서 더 좋은 물건을 싸게 사기 위한 상인과 주민의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먹거리에는 아이들이 부모 눈치만 보고 있다.
동전 몇 개를 놓고 흥정을 벌이더라도 서로 얼굴 붉히는 일은 별로 없다. 결국엔 상대방의 처지를 헤아리며 넉넉한 인정과 양보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재래장터는 교통이 발달하고 제조업이 발전하면서 점점 추억속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 현존하는 장터는 과거 향수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예전의 맛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장터는 추억의 장소이자 아이들에게는 신기한 호기심 천국이다. 무좀부터 주부습진까지 뭐든 고친다는 만병통치약 ‘두꺼비 기름’은 아직도 팔린다. 변한 게 있다면 아토피에도 효험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는‘5월의 가볼만한 곳’으로 전국의 유명 장터를 추천했다.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 벌교5일장 =
일제시대 당시에 곡물방출의 전진기지 역할을 했던 벌교는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주요무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지금도 벌교 읍내에는 남도여관, 술도가, 포목상, 금융조합 등과 같이 일제시대에 지어진 건물들이 여럿 남아 있다. 이 건물들은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건물들이다. 소설에서는 좌우익 간에 사형을 집행하던 장소로 묘사돼 있다.
전남 보성군 벌교읍은 국도 2, 15, 27호선과 경전선 철로가 모두 지나가는 교통요지다. 교통이 편리한 덕택에 외지인들의 왕래가 잦고 일제시대에도 상업이 번창했다. 지금도 벌교읍에는 전남 동부에서 첫 손에 꼽힐 정도로 규모가 큰 5일장이 들어선다. 4일과 9일 장이 열리는 날이면 고흥, 승주, 낙안, 순천, 화순, 보성 등지에서 몰려든 장꾼들로 인해 번화했던 옛 풍경이 모처럼 만에 되살아난다.
장이 서는 날이면 평일에도 벌교역 앞의 도로 양쪽에는 이른 새벽부터 매일장이 형성된다. 벌교 인근의 농촌과 어촌에 사는 촌로들이 직접 농사짓거나 갯벌에서 채취한 각종 농수산물을 들고 나와 팔고 돌아가는 반짝시장이다. 별교5일장에는 공산품보다는 해산물과 농산물이 압도적으로 많다. 대부분의 농수산물이 당일이나 그 전날에 채취한 것이라 아주 신선하고 맛깔스럽다.
◆5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여주장 =
삼국시대부터 신륵사 앞 조포나루는 한강 4대 나루로 불리며 충주에서 한양까지 풍물을 실어 나르던 중간 기착지였다. 통행량이 워낙 많아 더불어 발전한 것이 여주장이다.
여주장은 500년 이상 역사를 자랑하는 ‘뼈대 있는 장’이었다. 하지만 다른 장들처럼 세월이 지나 여주5일장만이 그 명맥을 잇고 있다.
달력의 끝자리가 5와 10인 장날이 되면 여주 상리부터 하리까지의 사잇길과 골목골목에 좌판이 들어선다.
5일장을 따라 다니는 떠돌이 장꾼들의 좌판부터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가 끼고 온 오리, 토끼, 강아지, 씨암탉에 흑염소까지 나와 있다. 10살부터 부모님을 도와 만두를 빚었다는 간판도 없는 만두집은 장날에만 문을 여니 문전성시를 이룬다.
장터 주변에는 여주장을 번성시켰던 황포돛배가 있다. 옛 모양을 재현한 것이다.
여주는 명성황후를 비롯해 조선시대와 고려시대 통틀어 아홉명의 왕비를 배출했다. 세종대왕릉과 효종대왕릉도 여주에 있어 가족들이 둘러보기에 좋은 곳이다. 5월 내내 펼쳐지는 여주도자기 축제도 많은 볼거리를 선사해준다.
◆ 영동지역 최대 장터 ‘뒷드르장’ =
정조 20년 (1796)부터 열린 강원도 동해시 북평장은 일명 ‘뒷드르장’이라고 불린다. 장터 인근 지명은 뒷드르, 뒷드루, 뒷드리 등 여러 가지이기 때문이다. 또 삼척의 북쪽 들판 가운데 있기 때문에 북평, 또는 후평, 즉 뒷드르라고 불렸다는 것이다. 3일과 8일에 장이 서는 북평장은 전국에서 성남 모란장, 전북 익산장에이어 세 번째 안에 드는 대규모 장터로, 고성에서 삼척에 이르는 영동광역권의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다른 지역의 5일장이 날로 쇠퇴의 길을 걷는데 비해 북평 5일장은 아직 활력이 넘쳐난다.
옛날부터 이곳에 시장이 형성된 것은 강릉, 삼척과 통하는 교통의 편리성에 기인한 것으로 수산물, 임산물, 공산품 등의 집산지가 되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의 상권 장악이 이루어지자 북평 지역에 거주하던 상인들은 힘을 모아 삼일상회를 세우고 일본인들과 상권 주도 쟁탈전을 벌이기도 했다.
북평장의 상징이었던 우시장(쇠전)은 현재 사라지고 말았지만 아직 우시장길이라는 길 이름은 남아있다. 소의 거래가 부진해지고 도축장도 없어짐에 따라 자연히 우시장마저 자취를 감추었다.
북평장에서 가장 활기찬 모습을 보이는 곳은 어물전이다. 예전에는 어물전을 ‘고기장거리’라고도 했다. 냉동어물은 기본이고 최근에는 도로변에 즉석 수족관까지 차려놓고 산 오징어 등을 파는 상인까지 생겨났다. 어물전은 큰 길 옆까지 진출해서 장날이면 교통체증이 벌어지기도 한다.
◆영천장 아니면 갈 곳이 없다 =
대구, 경주, 포항, 안동방면으로 통하는 교통의 요충지인 영천은 5일장이 열리는 2일과 7일이면 인근지역까지 술렁거릴 정도로 인파가 북적거린다. 대구 약령시장, 안동장과 더불어 경상도 3대 시장인 영천장은 금호강 원류의 비옥한 토지에서 생산된 곡식과 팔공산과 보현산 자락에서 생산된 복숭아, 사과, 포도는 당도가 높고 맛이 좋기로 소문이 났다.
교통이 불편했던 시절에도 동해안의 생선을 하루 만에 군위, 안동, 달성, 경산까지 보낼 수 있었으며, 내륙의 농산물과 면직, 약초를 동해안으로 보낼 수 있었던 사통팔달의 요지에 자리 잡고 있어 영남 최대의 장터가 될 수 있었다. 지금은 인근 산에서 캐온 쑥과 냉이, 도라지 등 풋풋한 봄나물이 좌판에 깔려 있다. 한 움큼 얹어 주는 덤은 시골장터에서나 볼 수 있는 살가운 풍경이다. 동해안의 갓 잡아 올린 생선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고 오징어채, 명태채등 건어물도 빼곡하다. 특히 영천장의 명물인 돔배기는 상어고기를 토막 내 솥에 쪄낸 뒤 소금으로 간을 해 숙성시켜 먹던 경상도의 귀한 음식이다. 예로부터 돔배기를 꼬치구이로 요리해 제사상에 올려놓았다고 한다.
인근 한약거리를 포함해 시장 한바퀴를 서둘러 둘러보는데도 1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장터의 1지구는 곡물류, 2지구는 수육 골목, 3지구는 잡화, 4지구는 신발, 의류, 그 외 생선가게가 몰려 있어 종목별로 둘러보면 더욱 효율적이다. 한약골목 이외에도 경부고속도로 근처에는 대규모 생 약재를 취급하는 유통단지가 조성되어 있어 저렴하게 한약재를 구입할 수 있다.
“잘 가는 말도 영천장, 못 가는 말도 영천장”이라는 속담이 있다. 인근 각 고을에서 아무리 빨리 가도 영천장이 아니면 갈 곳이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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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냄새 물씬 나는 재래 장터
수백년 역사 전통 … 재래시장 쇠퇴에도 불구하고 인기 누려
장터는 따뜻한 음식과 흥정하는 소리, 지역 특산물로 가득 찬다. 비좁은 통로에서 더 좋은 물건을 싸게 사기 위한 상인과 주민의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먹거리에는 아이들이 부모 눈치만 보고 있다.
동전 몇 개를 놓고 흥정을 벌이더라도 서로 얼굴 붉히는 일은 별로 없다. 결국엔 상대방의 처지를 헤아리며 넉넉한 인정과 양보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재래장터는 교통이 발달하고 제조업이 발전하면서 점점 추억속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 현존하는 장터는 과거 향수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예전의 맛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장터는 추억의 장소이자 아이들에게는 신기한 호기심 천국이다. 무좀부터 주부습진까지 뭐든 고친다는 만병통치약 ‘두꺼비 기름’은 아직도 팔린다. 변한 게 있다면 아토피에도 효험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는‘5월의 가볼만한 곳’으로 전국의 유명 장터를 추천했다.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 벌교5일장 =
일제시대 당시에 곡물방출의 전진기지 역할을 했던 벌교는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주요무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지금도 벌교 읍내에는 남도여관, 술도가, 포목상, 금융조합 등과 같이 일제시대에 지어진 건물들이 여럿 남아 있다. 이 건물들은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건물들이다. 소설에서는 좌우익 간에 사형을 집행하던 장소로 묘사돼 있다.
전남 보성군 벌교읍은 국도 2, 15, 27호선과 경전선 철로가 모두 지나가는 교통요지다. 교통이 편리한 덕택에 외지인들의 왕래가 잦고 일제시대에도 상업이 번창했다. 지금도 벌교읍에는 전남 동부에서 첫 손에 꼽힐 정도로 규모가 큰 5일장이 들어선다. 4일과 9일 장이 열리는 날이면 고흥, 승주, 낙안, 순천, 화순, 보성 등지에서 몰려든 장꾼들로 인해 번화했던 옛 풍경이 모처럼 만에 되살아난다.
장이 서는 날이면 평일에도 벌교역 앞의 도로 양쪽에는 이른 새벽부터 매일장이 형성된다. 벌교 인근의 농촌과 어촌에 사는 촌로들이 직접 농사짓거나 갯벌에서 채취한 각종 농수산물을 들고 나와 팔고 돌아가는 반짝시장이다. 별교5일장에는 공산품보다는 해산물과 농산물이 압도적으로 많다. 대부분의 농수산물이 당일이나 그 전날에 채취한 것이라 아주 신선하고 맛깔스럽다.
◆5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여주장 =
삼국시대부터 신륵사 앞 조포나루는 한강 4대 나루로 불리며 충주에서 한양까지 풍물을 실어 나르던 중간 기착지였다. 통행량이 워낙 많아 더불어 발전한 것이 여주장이다.
여주장은 500년 이상 역사를 자랑하는 ‘뼈대 있는 장’이었다. 하지만 다른 장들처럼 세월이 지나 여주5일장만이 그 명맥을 잇고 있다.
달력의 끝자리가 5와 10인 장날이 되면 여주 상리부터 하리까지의 사잇길과 골목골목에 좌판이 들어선다.
5일장을 따라 다니는 떠돌이 장꾼들의 좌판부터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가 끼고 온 오리, 토끼, 강아지, 씨암탉에 흑염소까지 나와 있다. 10살부터 부모님을 도와 만두를 빚었다는 간판도 없는 만두집은 장날에만 문을 여니 문전성시를 이룬다.
장터 주변에는 여주장을 번성시켰던 황포돛배가 있다. 옛 모양을 재현한 것이다.
여주는 명성황후를 비롯해 조선시대와 고려시대 통틀어 아홉명의 왕비를 배출했다. 세종대왕릉과 효종대왕릉도 여주에 있어 가족들이 둘러보기에 좋은 곳이다. 5월 내내 펼쳐지는 여주도자기 축제도 많은 볼거리를 선사해준다.
◆ 영동지역 최대 장터 ‘뒷드르장’ =
정조 20년 (1796)부터 열린 강원도 동해시 북평장은 일명 ‘뒷드르장’이라고 불린다. 장터 인근 지명은 뒷드르, 뒷드루, 뒷드리 등 여러 가지이기 때문이다. 또 삼척의 북쪽 들판 가운데 있기 때문에 북평, 또는 후평, 즉 뒷드르라고 불렸다는 것이다. 3일과 8일에 장이 서는 북평장은 전국에서 성남 모란장, 전북 익산장에이어 세 번째 안에 드는 대규모 장터로, 고성에서 삼척에 이르는 영동광역권의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다른 지역의 5일장이 날로 쇠퇴의 길을 걷는데 비해 북평 5일장은 아직 활력이 넘쳐난다.
옛날부터 이곳에 시장이 형성된 것은 강릉, 삼척과 통하는 교통의 편리성에 기인한 것으로 수산물, 임산물, 공산품 등의 집산지가 되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의 상권 장악이 이루어지자 북평 지역에 거주하던 상인들은 힘을 모아 삼일상회를 세우고 일본인들과 상권 주도 쟁탈전을 벌이기도 했다.
북평장의 상징이었던 우시장(쇠전)은 현재 사라지고 말았지만 아직 우시장길이라는 길 이름은 남아있다. 소의 거래가 부진해지고 도축장도 없어짐에 따라 자연히 우시장마저 자취를 감추었다.
북평장에서 가장 활기찬 모습을 보이는 곳은 어물전이다. 예전에는 어물전을 ‘고기장거리’라고도 했다. 냉동어물은 기본이고 최근에는 도로변에 즉석 수족관까지 차려놓고 산 오징어 등을 파는 상인까지 생겨났다. 어물전은 큰 길 옆까지 진출해서 장날이면 교통체증이 벌어지기도 한다.
◆영천장 아니면 갈 곳이 없다 =
대구, 경주, 포항, 안동방면으로 통하는 교통의 요충지인 영천은 5일장이 열리는 2일과 7일이면 인근지역까지 술렁거릴 정도로 인파가 북적거린다. 대구 약령시장, 안동장과 더불어 경상도 3대 시장인 영천장은 금호강 원류의 비옥한 토지에서 생산된 곡식과 팔공산과 보현산 자락에서 생산된 복숭아, 사과, 포도는 당도가 높고 맛이 좋기로 소문이 났다.
교통이 불편했던 시절에도 동해안의 생선을 하루 만에 군위, 안동, 달성, 경산까지 보낼 수 있었으며, 내륙의 농산물과 면직, 약초를 동해안으로 보낼 수 있었던 사통팔달의 요지에 자리 잡고 있어 영남 최대의 장터가 될 수 있었다. 지금은 인근 산에서 캐온 쑥과 냉이, 도라지 등 풋풋한 봄나물이 좌판에 깔려 있다. 한 움큼 얹어 주는 덤은 시골장터에서나 볼 수 있는 살가운 풍경이다. 동해안의 갓 잡아 올린 생선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고 오징어채, 명태채등 건어물도 빼곡하다. 특히 영천장의 명물인 돔배기는 상어고기를 토막 내 솥에 쪄낸 뒤 소금으로 간을 해 숙성시켜 먹던 경상도의 귀한 음식이다. 예로부터 돔배기를 꼬치구이로 요리해 제사상에 올려놓았다고 한다.
인근 한약거리를 포함해 시장 한바퀴를 서둘러 둘러보는데도 1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장터의 1지구는 곡물류, 2지구는 수육 골목, 3지구는 잡화, 4지구는 신발, 의류, 그 외 생선가게가 몰려 있어 종목별로 둘러보면 더욱 효율적이다. 한약골목 이외에도 경부고속도로 근처에는 대규모 생 약재를 취급하는 유통단지가 조성되어 있어 저렴하게 한약재를 구입할 수 있다.
“잘 가는 말도 영천장, 못 가는 말도 영천장”이라는 속담이 있다. 인근 각 고을에서 아무리 빨리 가도 영천장이 아니면 갈 곳이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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