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 정상회담론을 우려한다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조지워싱턴대 객원연구원)
최근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한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DJ측과 노무현 정부측 사이에 이견이 드러나고 있다. 우선 노 정부측에서는 남-북-미-중 4자 정상회담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지난 3월 중순 북한과 중국을 잇따라 방문한 이해찬 전 총리는 5월 10일부터 미국을 방문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을 만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4자 정상회담 후보국들을 모두 접촉하게 된다. 특히 그는 "4개국 당사자가 좀 더 강력한 주도권을 쥐고 남북과 6개국을 동시에 자극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며 남북정상회담보다 4자 정상회담을 주창해왔다. 문정인 국제안보대사 역시 북미정상회담이나 남북정상회담보다는 4자 정상회담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DJ측의 생각은 다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남북관계가 북미관계나 6자회담보다 한발 뒤처지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이 먼저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특히 한반도 평화협정과 관련해 남북한이 주도하고 중국과 미국이 ''보증''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동원 전 장관 역시 이와 같은 견해를 피력하면서, 평화협정은 남북이 주체가 되고 미중이 보증하며 이를 유엔이 추인하는 ''2+2+UN''방식을 제안했다.
이처럼 대북포용정책을 추구해온 전현직 정부 사이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데에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 2003년 2월 출범이후 노 정부는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오락가락해왔다. 처음에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겠다"고 했다가, 2003년 5월 미국을 다녀와서는 "북핵 문제가 해결된 다음"이라고 했고,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으로 바꿨다. 그리고 최근에는 4자 정상회담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데, 이는 남북정상회담이 어려워지자, ''다자'' 정상회담에 편승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고 보여진다.
기실 노 정부의 4자 정상회담론은 남북관계를 북핵 문제에 종속시켜온 지난 4년여의 대북정책의 논리적 귀결이기도 하다. 노 정부는 2003년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남북경협을 핵문제와 연계시키는 공동성명에 합의했고, 실제로 DJ 정부 때 이뤄진 3대 경협사업 이외의 이렇다할 남북경협을 추진하지 않았다. 또한 작년 7월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직후 대북 식량 지원을 중단했고, 최근 남북장관급회담에서도 대북 지원을 북한의 2.13 합의 이행과 연계시켰다. 이러한 남측의 북핵과 남북관계 ''연계전략''은 북측의 ''분리전략''과 충돌하면서 남북관계가 공고해지는데 근본적인 걸림돌로 작용해왔고, 이에 따라 남북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은 더욱 어두워지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희망대로 4자 정상회담은 남북정상회담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전망은 결코 긍정적일 수 없다. 우선 4자든 6자든 다자간 정상회담은 북핵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가 본격화될 때에 가능할텐데, 시기적으로 노 대통령의 임기 내에 이것이 이뤄질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최근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가 부메랑이 되어 2.13 합의 이행을 더디게 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은 상당한 시간을 요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독자적인 사고보다 이를 6자회담에 종속시켜온 노 정부의 대외전략은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그렇다고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방식으로 ''2+2''나 ''2+2+UN''을 주장하고 있는 DJ측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평화체제 구축을 주도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지만, 이것이 곧 ''2+2'' 방식이 우월하거나 현실적이라는 근거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북한으로부터 위협을 느껴온 남한의 입장에서는 남북평화협정에 매력을 느낄 수 있으나, 남한보다는 미국으로부터 위협을 받아온 북한의 입장에서는 남북평화협정이 자신의 안전을 담보받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 역시 평화협정의 보증자가 아니라 직접 서명자로 참여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남북정상회담을 독립적으로 생각하면서도 다자간 평화협정을 준비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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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조지워싱턴대 객원연구원)
최근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한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DJ측과 노무현 정부측 사이에 이견이 드러나고 있다. 우선 노 정부측에서는 남-북-미-중 4자 정상회담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지난 3월 중순 북한과 중국을 잇따라 방문한 이해찬 전 총리는 5월 10일부터 미국을 방문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을 만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4자 정상회담 후보국들을 모두 접촉하게 된다. 특히 그는 "4개국 당사자가 좀 더 강력한 주도권을 쥐고 남북과 6개국을 동시에 자극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며 남북정상회담보다 4자 정상회담을 주창해왔다. 문정인 국제안보대사 역시 북미정상회담이나 남북정상회담보다는 4자 정상회담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DJ측의 생각은 다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남북관계가 북미관계나 6자회담보다 한발 뒤처지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이 먼저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특히 한반도 평화협정과 관련해 남북한이 주도하고 중국과 미국이 ''보증''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동원 전 장관 역시 이와 같은 견해를 피력하면서, 평화협정은 남북이 주체가 되고 미중이 보증하며 이를 유엔이 추인하는 ''2+2+UN''방식을 제안했다.
이처럼 대북포용정책을 추구해온 전현직 정부 사이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데에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 2003년 2월 출범이후 노 정부는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오락가락해왔다. 처음에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겠다"고 했다가, 2003년 5월 미국을 다녀와서는 "북핵 문제가 해결된 다음"이라고 했고,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으로 바꿨다. 그리고 최근에는 4자 정상회담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데, 이는 남북정상회담이 어려워지자, ''다자'' 정상회담에 편승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고 보여진다.
기실 노 정부의 4자 정상회담론은 남북관계를 북핵 문제에 종속시켜온 지난 4년여의 대북정책의 논리적 귀결이기도 하다. 노 정부는 2003년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남북경협을 핵문제와 연계시키는 공동성명에 합의했고, 실제로 DJ 정부 때 이뤄진 3대 경협사업 이외의 이렇다할 남북경협을 추진하지 않았다. 또한 작년 7월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직후 대북 식량 지원을 중단했고, 최근 남북장관급회담에서도 대북 지원을 북한의 2.13 합의 이행과 연계시켰다. 이러한 남측의 북핵과 남북관계 ''연계전략''은 북측의 ''분리전략''과 충돌하면서 남북관계가 공고해지는데 근본적인 걸림돌로 작용해왔고, 이에 따라 남북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은 더욱 어두워지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희망대로 4자 정상회담은 남북정상회담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전망은 결코 긍정적일 수 없다. 우선 4자든 6자든 다자간 정상회담은 북핵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가 본격화될 때에 가능할텐데, 시기적으로 노 대통령의 임기 내에 이것이 이뤄질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최근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가 부메랑이 되어 2.13 합의 이행을 더디게 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은 상당한 시간을 요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독자적인 사고보다 이를 6자회담에 종속시켜온 노 정부의 대외전략은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그렇다고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방식으로 ''2+2''나 ''2+2+UN''을 주장하고 있는 DJ측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평화체제 구축을 주도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지만, 이것이 곧 ''2+2'' 방식이 우월하거나 현실적이라는 근거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북한으로부터 위협을 느껴온 남한의 입장에서는 남북평화협정에 매력을 느낄 수 있으나, 남한보다는 미국으로부터 위협을 받아온 북한의 입장에서는 남북평화협정이 자신의 안전을 담보받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 역시 평화협정의 보증자가 아니라 직접 서명자로 참여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남북정상회담을 독립적으로 생각하면서도 다자간 평화협정을 준비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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