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항쟁, 그 후 20년] 4054세대에게 묻는다(초고)

세대동질감 확인하는 ''정신적 문신''

지역내일 2007-06-07
민주화의 첫출발이 된 87년 6월항쟁은 당시 청년층에게 강렬한 기억이다. 표적집단심층좌담(FGD)에 참여한 6명의 수도권 40대 화이트칼라들은 당시 처한 상황은 제각각이었지만 20년이 지났어도그 느낌은 기억하고 있었다.
87년 얘기를 꺼내자 "전두환 대통령이 ''본인은..''하면서 TV에 생중계됐어요" "그거 끝나자 전국이 벌떼처럼 일어났었죠" "시청이 꽉 찼었죠" "서울역 앞에 엄청난 군중들" 등 봇물터지듯 말이 이어졌다. 이 세대들이 서로간의 동질감을 확인하게 하는 일종의 ''정신적 문신''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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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GD 참석자들은 20년 전인 87년 6월을 다양한 입장과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맞이했다. 대학생, 군인, 제대후 직장을 가지기 전, 또는 직장인의 입장에서 6월을 맞이했다. 당시 청년층의 스펙트럼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들 중 일부는 시위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지만 군부독재가 종식되어야 한다는 생각만 한 경우도 있었다.
교육직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박기환씨는 시위에 참여는 안했지만 최루탄엔 맞아봤다. 박씨는 "청계천 그쪽에 술 취해 있는 데모 피한다고 골목으로 가다가 뒷머리를 딱 (최루탄을) 쐈다. 지금도 흉터가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당시도 공무원 신분이어서 참여는 안 했지만 "정권이 바뀌어야 된다는 생각을 간절히 했다"고 말했다.
당시 역시 직장인이었던 박준영씨는 "기성세대가 못하는 걸 젊은 세대가 해준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반대로 정경식씨는 당시 군대에서 진압군 훈련을 받으면서 시위대 안에 북한의 불순분자가 섞여 있다는 말을 그대로 믿고 있었던 경우다. 정씨는 "빨갱이가 있다. 얘네들을 색출해내야 된다. 그런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장선중씨는 불어나는 시위대를 보면서 시위대에 참여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아닌지 혼란스러운 상태로 그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군대 막 제대하고 직장생활하고 있었는데 저걸(데모) 해야 되나, 가만히 있는 게 옳은 거냐 참 개인적으로 방황한 그런 시기를 보낸 것 같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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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한 상황은 제각각이었지만 6월 항쟁이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줬다는 데에는 별 이견이 없었다. 자유, 인권, 민주화 등의 면에서 사회적으로 큰 진전을 이룰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 "그때는 이 나라 앞길이 어떻게 되려는가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되돌아보면 그 항쟁을 일으켜야 지금 이렇게 편한 사회로 될 수 있었나 참 놀랍다"(박기환)
그러나 역시 먹고 사는 문제의 최일선에 있는 이들로서는 민주화 등이 만개한 것에 비해 경제 관련해서는 기대에 미흡한 부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박준영씨는 "6.29 이후에 노조 데모가 엄청났다"면서 "물론 자기 주장을 해야 되는 건 맞는데 아직 우리가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되는 상황인데 … 너무 빠른 것 아니냐"고 말했다. ''속도조절''이 안 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최민영씨는 "민주화 쪽으로 많이 발전을 했는데 또 이쪽(경제)으로는 영 아니다 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게 비슷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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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경제 문제에 민감하게 된 것은 현재의 어려움도 있지만 대부분 첫 아이를 막 낳았거나 이제 본격적인 결혼생활을 하려는 때 겪은 97년 IMF외환위기의 경험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큰애가 97년 12월생인데 애 분유는 먹여야 될 것 아니냐. 그때 마트 가서 분유 이만큼 산 기억이 난다"(배성규) "직장이 과연 살아남느냐. 서바이벌 게임이라고까지 얘기하면서 직장을 다녔다"(박준영) 등의 발언은 이들이 그 때 얼마나 절박했는지를 보여준다.
배성규씨는 "정신 인권 등 정신이고.. IMF는 우리에게 닥치는 의식주"라고 정리했다.
20년 전에 민주화를 이뤄낸 이들 세대는 10년 전엔 우리 경제가 세계경제에 편입되는 시점의 고통을 공유했고, 지금은 두 가지 공통된 경험을 갖고서 그 다음은 뭐가 돼야 하느냐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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