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경제범죄, 금전기부받고 공소취소
조병구 판사 - 해외연수법관보고
독일 사법부가 올초부터 초대형 경제범죄에 대한 관대한 결정으로 우리나라와 유사한 ‘유전무죄, 무전유죄’ 논란에 휩싸여 있다.
독일에서 연수 중인 조병구 판사가 18일 사법부 내부통신망인 코트넷에 올린 글에 따르면 독일 대기업이자 이통통신 사업자인 ‘마네스만’이 영국계 통신회사인 ‘보다폰’에 인수합병되는 과정에서 710억여원의 특별상여금을 받아 배임혐의로 기소된 ‘마네스만’ 임원들에 대한 법원 결정이 독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재판에서 지난해말 변호인단이 독일 형사소송법상 금전기부에 따른 공소취소협의안을 제시했다. 피해액인 5800만 유로를 낼테니 공소를 취소해달라는 것이다. 검찰은 이에 동의했으며 법원은 잠정적으로 심리를 정지했다. 그후 협의가 이뤄져서 임원들은 많게는 3200만 유로에서 적게는 3만유로까지 금전을 기부했다. 법원은 지난 2월 공소취소에 따라 재판이 완료된 것으로 절차를 끝냈다.
독일에서는 경제범죄의 경우 상당수가 금전기부로 종결된다고 하는데 이 사건은 특히 언론과 시민의 초미 관심대상인 사건으로 비난의 목소리가 매우 컸다고 조 판사는 전했다. 뒤셀도르프 법원에 이메일 서버와 전화기가 통신장애를 일으킬만큼 불만의견이 폭주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2004년에 시작됐는데 독일 국민의 입장에서 자국의 대기업이 영국의 글로벌 기업에 적대적 인수를 당한 것이 상당히 불쾌한 일인데 그 과정에 임원들의 배임적 행위가 드러나면서 국민적인 공분은 클 수밖에 없었다. 1심 법원인 뒤셀도르프 법원은 처음에는 이들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상고심을 담당한 연방대법원은 “배임 및 이에 대한 방조에 대해 피고인들의 책임이 있다고 보이는데 원심은 그 점에 대해 더 깊이 심리를 하지 않았다”며 1심 판결을 파기하면서 이 사건은 다시 뒤셀도르프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파기사건을 맡은 재판부마저 이 사건에 대해 금전기부로 공소를 취소한 것이다.
조 판사는 “법집행에서 실질적 평등을 중시하는 독일이 우리나라보다 더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조장할 수도 있는 기부조건부 공소취소제도를 두고 있고 그 제도가 실제로 중대한 사안에 적용돼 국민의 홍수같은 비난을 가져오는 결과에 이르게 되는 과정이 매우 이채롭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화이트칼라범죄에 있어서 고소득의 영리한 범죄자가 전문분야에서 저지른 범죄를 유능한 변호사를 선임해 극렬히 다투는 경우, 일반적 수사기관에서 수사한 내용을 두고 법관이 판결하는 데에는 실무상 한계점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남편에게 부인 체벌권 인정, 사회적 물의
독일에서 연수 중인 조병구 판사는 사법부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에서 초대형 경제사건인 마네스만 사건에 이어 최근 프랑크푸르트 지원의 가정사건 담당 여성 판사가 내린 결정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에 사는 모로코 출신 부부의 이혼소송에서 남편이 부인을 구타하고 학대하는 등 가정폭력을 일삼았지만 이를 인정하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결혼생활을 지속하는 것이 심하게 가혹하고 그 원인이 상대방에게 있는 경우에는 이혼을 허용하고 있다.
모로코 출신 부부의 이혼소송을 보면 부인은 구타를 당해 소송을 제기했고 남편은 이미 부인에게 50미터 이내로 접근하지 말라는 법원 결정도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혼을 담당한 여성 판사는 소송비용을 국가에서 도와주는 소송구조신청을 부인이 내자 “심한 가혹성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 소송구조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결정문에는 “모로코의 문화적 풍습에 기초를 둔 부부생활을 하는데, 모로코에서는 남편이 부인에게 체벌권을 행사하는 것이 그다지 이례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언급됐다.
부인은 이러한 결정이 나오자 이혼소송에 대해 “담당 판사의 판결을 신뢰할 수 없다”며 법관 기피신청을 냈고 다른 법관에 의해 부인의 신청은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내용이 알려지자 독일 사회는 담당 여성판사의 견해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다고 조 판사는 전했다.
독일 법원에서조차 이슬람의 체벌권을 승인하는 판단을 내린 것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해당 법관의 이름을 공개하라며 댓글이나 블로그를 통해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조 판사는 설명했다.
조 판사는 “시민들이 격한 반응을 보였던 것은 인권을 보장해야 하는 법원에서 개별문화에 대한 오해에 젖어 편견을 가짐으로써 인권보장을 외면했다는 데 있다”며 “외국인에 대해서 유럽에서 가장 호의적이라는 이 곳에서도 엄연히 외국출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광범위하게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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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구 판사 - 해외연수법관보고
독일 사법부가 올초부터 초대형 경제범죄에 대한 관대한 결정으로 우리나라와 유사한 ‘유전무죄, 무전유죄’ 논란에 휩싸여 있다.
독일에서 연수 중인 조병구 판사가 18일 사법부 내부통신망인 코트넷에 올린 글에 따르면 독일 대기업이자 이통통신 사업자인 ‘마네스만’이 영국계 통신회사인 ‘보다폰’에 인수합병되는 과정에서 710억여원의 특별상여금을 받아 배임혐의로 기소된 ‘마네스만’ 임원들에 대한 법원 결정이 독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재판에서 지난해말 변호인단이 독일 형사소송법상 금전기부에 따른 공소취소협의안을 제시했다. 피해액인 5800만 유로를 낼테니 공소를 취소해달라는 것이다. 검찰은 이에 동의했으며 법원은 잠정적으로 심리를 정지했다. 그후 협의가 이뤄져서 임원들은 많게는 3200만 유로에서 적게는 3만유로까지 금전을 기부했다. 법원은 지난 2월 공소취소에 따라 재판이 완료된 것으로 절차를 끝냈다.
독일에서는 경제범죄의 경우 상당수가 금전기부로 종결된다고 하는데 이 사건은 특히 언론과 시민의 초미 관심대상인 사건으로 비난의 목소리가 매우 컸다고 조 판사는 전했다. 뒤셀도르프 법원에 이메일 서버와 전화기가 통신장애를 일으킬만큼 불만의견이 폭주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2004년에 시작됐는데 독일 국민의 입장에서 자국의 대기업이 영국의 글로벌 기업에 적대적 인수를 당한 것이 상당히 불쾌한 일인데 그 과정에 임원들의 배임적 행위가 드러나면서 국민적인 공분은 클 수밖에 없었다. 1심 법원인 뒤셀도르프 법원은 처음에는 이들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상고심을 담당한 연방대법원은 “배임 및 이에 대한 방조에 대해 피고인들의 책임이 있다고 보이는데 원심은 그 점에 대해 더 깊이 심리를 하지 않았다”며 1심 판결을 파기하면서 이 사건은 다시 뒤셀도르프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파기사건을 맡은 재판부마저 이 사건에 대해 금전기부로 공소를 취소한 것이다.
조 판사는 “법집행에서 실질적 평등을 중시하는 독일이 우리나라보다 더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조장할 수도 있는 기부조건부 공소취소제도를 두고 있고 그 제도가 실제로 중대한 사안에 적용돼 국민의 홍수같은 비난을 가져오는 결과에 이르게 되는 과정이 매우 이채롭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화이트칼라범죄에 있어서 고소득의 영리한 범죄자가 전문분야에서 저지른 범죄를 유능한 변호사를 선임해 극렬히 다투는 경우, 일반적 수사기관에서 수사한 내용을 두고 법관이 판결하는 데에는 실무상 한계점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남편에게 부인 체벌권 인정, 사회적 물의
독일에서 연수 중인 조병구 판사는 사법부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에서 초대형 경제사건인 마네스만 사건에 이어 최근 프랑크푸르트 지원의 가정사건 담당 여성 판사가 내린 결정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에 사는 모로코 출신 부부의 이혼소송에서 남편이 부인을 구타하고 학대하는 등 가정폭력을 일삼았지만 이를 인정하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결혼생활을 지속하는 것이 심하게 가혹하고 그 원인이 상대방에게 있는 경우에는 이혼을 허용하고 있다.
모로코 출신 부부의 이혼소송을 보면 부인은 구타를 당해 소송을 제기했고 남편은 이미 부인에게 50미터 이내로 접근하지 말라는 법원 결정도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혼을 담당한 여성 판사는 소송비용을 국가에서 도와주는 소송구조신청을 부인이 내자 “심한 가혹성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 소송구조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결정문에는 “모로코의 문화적 풍습에 기초를 둔 부부생활을 하는데, 모로코에서는 남편이 부인에게 체벌권을 행사하는 것이 그다지 이례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언급됐다.
부인은 이러한 결정이 나오자 이혼소송에 대해 “담당 판사의 판결을 신뢰할 수 없다”며 법관 기피신청을 냈고 다른 법관에 의해 부인의 신청은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내용이 알려지자 독일 사회는 담당 여성판사의 견해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다고 조 판사는 전했다.
독일 법원에서조차 이슬람의 체벌권을 승인하는 판단을 내린 것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해당 법관의 이름을 공개하라며 댓글이나 블로그를 통해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조 판사는 설명했다.
조 판사는 “시민들이 격한 반응을 보였던 것은 인권을 보장해야 하는 법원에서 개별문화에 대한 오해에 젖어 편견을 가짐으로써 인권보장을 외면했다는 데 있다”며 “외국인에 대해서 유럽에서 가장 호의적이라는 이 곳에서도 엄연히 외국출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광범위하게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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