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공유 문화가 기업 성공의 열쇠”

지역내일 2007-07-02
21세기 기업문화 차원을 높이자(하)-웹2.0시대의 조직문화


시장 선도 기업일수록 직원 창의력 존중
웹2.0시대, 인터넷을 활용한 창조경영 확산

#1. 사무실 책상에 한 두 개씩은 놓여 있는 포스트잇. 이 제품은 3M사 한 연구원의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자신의 찬송가에 사용할 책갈피를 만들려다 우연히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 처음에는 경박하다는 핀잔을 받았지만 3M은 이 연구원의 아이디어가 새로운 사무용품으로 개발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고, 현재 포스트잇은 3M을 대표하는 제품의 하나가 됐다.

#2. 인터넷 서점이라는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해 일약 세계적인 스타 기업가에 오른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그는 아마존을 세우기 전까지만 해도 ‘디이쇼(D.E.Shaw)’라는 펀드 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직원에 불과했다. 베조스는 인터넷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세상에 대해 생각하다 인터넷을 통한 도서판매라는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갖게 됐다. 하지만 디이쇼는 당시에는 생소했던 인터넷 서점이라는 아이디어를 냉담하게 무시했고, 결국 베조스는 회사를 그만두고 직접 아마존이라는 회사를 차렸다. 인터넷 서점이라는 새로운 사업모델은 전세계적인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디이쇼의 입장에서 보면 베조스의 아이디어가 갖고 있는 가치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놓친 셈이 됐다.

아이디어 하나가 개인의 생활은 물론 세상을 바꾸는 시대가 됐다. 3M의 포스트잇이 한 연구원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현대 직장인들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예라면, 아마존은 참신한 발상을 기반으로 책 구입 방식을 뒤바꾼 사례다.
그만큼 기업 경영에서도 창의적인 생각과 아이디어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제 기업의 성패는 조직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생각과 아이디어, 지식을 얼마나 잘 이끌어 내고 이를 새로운 제품이나 사업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른바 ‘지식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
지식경영은 무엇보다 조직구성원들의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 내 구성원들의 창의성이 뛰어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다고 해서 꼭 그 기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디이쇼’의 경우 베조스가 참신한 사업 아이템을 제안했지만 새로운 성장사업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인터넷을 통한 서적 판매라는 베조스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그냥 묻혀버릴 수도 있었다. 반면 3M은 책갈피를 대신하는 메모용지라는 한 직원의 아이디어를 존중해 제품화를 시도했고 결국 3M을 대표하는 혁신적인 제품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똑같이 내부 직원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으면서도 서로 다른 결과를 낳은 디이쇼와 3M. 두 사례는 지식경영에서 기업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잘 알려진대로 3M은 창립 초기부터 혁신을 중시하는 기업문화를 형성해왔다. 사원들은 개인의 자발적인 노력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고객의 필요와 요구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 회사는 이를 위해 자유스러운 분위기와 여건을 조성해왔다.
3M은 직원들이 낸 아이디어를 중요하게 여기고 가능한 많이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아이디어가 많을수록 상품화에 성공하는 신제품의 수도 증가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3M은 직원들이 낸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확실한 반증자료가 없는 한 상급자라도 무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아이디어를 ‘상식’이라는 흉기로 죽이지 않기 위해서다.
직원들의 창의성과 다양한 아이디어를 존중하는 문화는 제도를 통해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3M에는 ‘15% 규칙’이라는 것이 있다. 기술직 사원은 자신의 노동 시간 중 15%를 자신의 일과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흥미를 가지고 있는 취미 활동 등에 사용해도 좋다는 의미다. 자유로운 휴식과 여유 있는 시간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독특한 신제품이 나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 3M의 미니애폴리스 본사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개최하는 각종 세미나와 심포지엄이 수시로 열려 대학을 방불케 할 정도다.
3M의 경영목표 또한 독특하다. 과거 4년간 개발한 신제품이 총 매출의 30%를 차지하도록 한다는 것. 단순히 기존 제품을 개선하는데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롭고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그런 노력의 성과를 신제품 개발에 활용해 시장을 이끌어가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목표다.
3M 직원들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회사도 신제품 개발과정에서 생기는 직원들의 실수에 책임을 묻기보다 개인이 발전적인 연구를 개발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포스트잇이 빛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이처럼 직원들의 창의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지식경영이 성공하기 위해 조직 구성원의 창의성 못지않게 직원들의 자발성과 창조성을 존중하는 기업문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3M사례는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식경영 출발은 창조적 문화 형성
실제 3M외에도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은 창조적인 기업문화를 조성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터넷 업체인 구글은 그중 하나. 구글은 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이끌어 내고 이를 사업화하기 위해 ‘아이디어 마켓’ 이라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구글 직원들이라면 자유롭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아이디어 마켓’에 올려놓을 수 있도록 한 것. 일단 마켓에 올라온 아이디어는 직원들의 평가를 받아 일정 수 이상 인정하면 ‘20% 프로젝트’에 등재된다. 20% 프로젝트로 인정받으면 제안자는 업무시간의 20%를 투입해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다. 아이디어가 충분히 성숙돼 경영진들이 사업성을 인정하면 ‘80% 프로젝트’로 다시 지정되고, 본격적인 사업화가 시작된다. 전세계 도서관에 있는 서적을 모두 검색해 인터넷에 올리는 ‘프린트 구글닷컴’은 바로 ‘아이디어 마켓’에서 시작된 사업이다.
구글의 최고경영자(CEO)인 에릭 슈미트는 회사의 핵심 전략을 묻는 질문에 “최고의 인재를 확보하고 그들을 풀어놓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구글이 얼마나 직원들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존중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발언이다.
애플사가 2000년대 들어 최고의 기업으로 급부상할 수 있었던 것도 직원들의 창조성을 존중하는 문화 덕분이었다. 2001년까지만 해도 어려움을 겪던 애플사가 최고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었던 것은 MP3플레이어인 ‘아이 팟’ 때문이다.
‘아이팟’의 성공 비결은 바로 발상 전환에 있었다. 애플은 기계성능을 높이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던 다른 업체들과 달리 온라인 음악사이트인 ‘아이튠즈’를 만들어 ‘아이팟’을 통해 손쉽게 음악을 내려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아이팟은 얇고 단순한 디자인으로 발매되자마자 고객을 사로잡았다. 그 결과 ‘아이팟’은 MP3플레이어를 대표하는 하나의 명칭이 됐을 뿐 아니라 새로운 문화 상징으로까지 자리 잡았다. ‘아이팟’ 애용자를 뜻하는 파디(poddy), ‘아이팟’에 열광하는 현상을 뜻하는 파디즘(poddism)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하지만 처음 아이팟이 만들어졌을 때 개발자는 다른 기업에서 CEO에게 설명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반면 창조적 문화를 갖고 있는 애플은 아이팟 개발자에게 눈을 돌렸고, 여러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결합해 성공신화를 쓸 수 있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식경제 리포트’에서 이처럼 지식경영을 펼치는 글로벌 기업이 갖는 문화요소들을 소개한 바 있다. 연구원에 따르면 지식경영기업은 우선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고 직무수행과정에서 직원들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중시한다. 또 업무를 세분화하기보다 업무지식과 다양한 의견을 통합하고 결합하는 팀플레이를 강조한다. 그러다보니 위로부터의 통제 대신 자율이 조직 운영 원리로 자리 잡고 있다. 연구원은 그중에서도 지식경영의 핵심가치로 공유문화를 꼽고 있다. 직원들이 다양한 생각과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제안하고 이를 공유하는 문화가 지식경영의 완성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한 혁신, 웹2.0경영
웹 2.0이 주목받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웹 2.0 역시 개방과 참여, 공유를 특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2.0은 기술 분야의 버전업을 의미하는 용어지만 웹 2.0은 단순히 소프트웨어 혁신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웹 2.0에는 공급자가 아닌 수용자의 시각과 관점의 업그레이드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제품을 개발하는데 소비자 의견이 반영되는 것이나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이 인터넷을 통해 자유롭게 개진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과거에는 생각하기 힘들었던 이같은 일이 가능한 것은 웹 2.0이 일방적인 전달구조가 아닌 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한 열린구조라는 특성에서 비롯된다.
인터넷을 통해 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서 참여자들의 힘이 커지고 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사용자 손수제작물(UCC)을 통해 새로운 스타가 만들어지는 현상은 웹2.0이 갖는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웹 2.0 참여자들의 협업에 의해 기존 전문가를 능가하는 결과물을 낳기도 한다는 점이다.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www.wikipedia.org)는 대표적인 예다. 수많은 비전문가들인 온라인 참여자들이 만들고 있는 위키피디아는 이미 양적인 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폭소노미’(Folksonomy)와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은 웹 2.0의 파워를 표현하고 있다. 폭소노미란 ‘사람들에 의한 분류법’(Folk+order+nomos)이란 의미로 전통적인 분류 기준인 ‘디렉토리’ 대신 ‘태그’(Tag)에 따라 나누는 새로운 분류 체계를 말한다. 사용자들의 관심과 가치부여에 따라 정보의 분류체계조차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집단지성’은 개인으로 할 수 없는 일을 집단이 가능케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은 답을 몰라도 집단은 알고 있으며, 전문가라 해도 매번 정답을 내놓을 순 없지만 집단은 그럴 수 있다는 것. 웹2.0에 참여하는 수많은 참여자들이 전문가 개인보다 훌륭한 정답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웹 2.0은 기업 경영에까지 확대돼 ‘웹 2.0 경영’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웹2.0경영은 온라인 쌍방향 의사소통을 제도화해 직원들과 소비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의견을 이끌어내고 이를 제품개발과 사업화에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웹2.0은 기업의 지식경영과 창조경영을 손쉽게 해주는 기반을 제공해주는 셈이다.

◆삼성, 웹 2.0 기반으로 창조경영
국내 기업들도 웹 2.0을 활용한 지식경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그룹은 그중 가장 적극적이다.
삼성그룹은 최근 고유가 지속, 원·달러 및 원·엔 환율 하락 등으로 미래 경영환경이 불확실하다는 판단에 따라 경쟁력 강화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신수종 사업 발굴, 투자조정, 전략적 글로벌 기지 확보와 함께 기업문화 개선 작업을 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돌파하기 위해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분위기, 신속한 의사결정, 조직 활성화 등으로 기업문화를 새롭게 바꾸겠다고 선언한 것.
삼성은 이미 올초 웹2.0 경영을 선언하고 그룹 전략기획실 밑에 웹 2.0 경영을 담당할 실무팀을 배치 준비작업을 해왔다. 또 사내인터넷 망인 ‘마이싱글’의 업그레이드 작업을 추진해 얼마 전 5.0 버전을 완성했다. 삼성그룹은 우선 삼성SDS에 시범서비스를 실시하고 8월말까지 전 계열사에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기존 마이싱글도 삼성 직원들을 연결해주지만 대부분 사원정보 확인이나 회사 홍보자료 공시 수준에 머무는 정도였다. 하지만 마이싱글 5.0 버전은 각종 사내 정보와 회사가 추진 중인 현안에 대해 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거나 댓글을 달 수 있도록 했을 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체계적으로 취합하는 기능도 갖췄다. 또 블로그 기능을 탑재해 직원들이 다양한 생각을 표출하고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도록 했다.
마이싱글 5.0은 어떻게 보면 몇가지 기능이 추가된 것에 불과한 것 같지만 그 의미에서 단순한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를 넘어선다. 그동안 그룹이나 최고경영진이 결정해 지시를 내리던 수직적 방식에서 수평적 체제로의 전환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내부직원들 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까지 쌍방향성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삼성이 이처럼 기업 문화 혁신에 나서고 있는 것은 기존 조직문화로는 글로벌 시장을 이끌기 위한 창조경영이 쉽지 않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해 창조경영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이젠 앞선 자를 뒤따르던 쉬운 길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선두에 서서 험난한 여정을 걸어야 한다. 변화와 혁신, 창조정신이 기업문화로 자리 잡을 때 세계적 일류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기업문화 혁신을 강조한 바 있다.
그동안 치밀한 관리 조직을 자랑해온 삼성그룹이 참여와 공유를 특징으로 하는 창조적인 기업문화로 변화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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