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라크 경제·사회·문화 잠식

지역내일 2007-05-30
젊은층 이란문화 선호현상 뚜렷…인사말도 이란어
에너지 대부분이 이란산…미-이란 긴장고조 우려돼

이란이 정치와 종교 영역을 넘어 일반 이라크인들의 경제·사회적 삶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이라크 시장은 이란산 물건으로 가득하고 젊은이들은 스스럼없이 이란풍습을 수용하고 있다. 정치계는 이란의 영향력 강화가 미국과의 마찰을 유발해 이라크가 희생양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사우디아라비아 일간 ‘아샤르크알오사트’가 보도했다.
◆이란 ‘리알’이 지불 수단으로 통용 = 바그다드 시장을 거닐다보면 이란 상품이 이라크를 ‘점령’했다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다. 약국에서는 고객에게 미국·유럽에서 제조된 약, 요르단, 그리고 이란제 약 중에서 어떤 것을 원하는지 묻는다. 물론 대다수 이라크인들의 답은 ‘이란제’다. 가격이 제일 싸기 때문. 가전제품을 파는 가게에서도 이란어는 필수다. 제품 포장이 온통 이란어로 쓰여 있을 뿐 아니라 다수 제품공급자가 이란인이어서 판매상은 이란어를 배울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이라크 도시에서 이제 이란 화폐인 ‘리알’이 지불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란의 영향력은 특히 이라크 남부 시아파 도시들에서 두드러진다. 이라크 시아파 성지인 케르발라와 나자프 거리는 이란 순례자들로 호황을 이루고 있다. 나자프의 한 의류 판매상은 “이란인 순례자들로 지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르발라의 경우 대부분의 이란 순례자들이 호텔에 숙박해 나자프보다도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해시시 길에서 판매…임시결혼풍습도 확산 = 하지만 경제적 이익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영향력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주민들도 있다. 한 은퇴 공직자는 “이란인들이 마약을 들여왔다”면서 “과거 이곳에서는 마약을 찾아볼 수 없었지만 이제는 길에서 버젓하게 해시시가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경찰이 마약 거래를 하기 위해 이곳에 정착한 일가족을 체포하기도 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이란에서 들어온 ‘임시결혼’의 확산에 대해 불평했다. 교사인 그는 “이라크 시아파는 이란과 달리 이런 형태의 혼인을 행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날 이란 여성과 임시결혼을 하는 이란 남성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라크 여성들마저 매춘에 가까운 일시적 결혼에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젊은세대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은 크다. 이라크 시아파 도시들을 중심으로 거의 모든 학교에서 제1외국어는 더이상 영어가 아니라 이란어다. 일상생활에서도 아랍어 인사 대신 이란어 인사말 ‘쿠비’(khoubi)가 통용된다. 택시를 타면 나오는 노래도 이란어다. 대부분 이라크 소녀들은 아랍식 히잡을 버리고 이란식 차도르를 쓰고 있다.
◆이란이 이라크 에너지수급 통제할 위험 커 = 다수 이라크인들이 이란의 영향력을 별다른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지만 정치인들의 반감은 크다. 최근 한 국회의원이 이란인을 아랍인과 쿠르드, 투르크멘인과 함께 이라크 4대인종으로 지정하자고 제안했다 정치인들의 비난만 샀다. 세속시아파정당 소속 아야드 자말레딘 의원은 “이란산 먹거리가 이라크 시장을 점령하고 이란이 문화센터와 도서관을 지원하지 않는 도시가 없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 “이라크 시아파 신도들 사이에서 이란 고위성직자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스라엘을 방문해 이름이 알려진 친서방성향의 미탈 알루시 의원은 “지금까지 이란은 이라크 정당에 자금을 제공하고 민병대에 무기를 제공해 왔다. 하지만 이제 이란의 영향력은 이라크 경제 전반으로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 이라크가 외국계 기업들의 공개입찰 규제를 철폐하면서 이란기업이 국가안보에 중요한 부분을 잠식할 위험이 높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란이 이라크 에너지수급을 통제할 수 있게 되는 일이다. 이라크 석유와 가스·전기의 거의 전부가 이란산이다. 알루시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결국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될 수밖에 없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이라크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지혜 리포터 2ma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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