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상상력
김수종
지금 부동산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시선을 끄는 지역 중 하나가 인천 송도 국제도시 건설지구다. 얼마 전 오피스텔 청약에 무려 4855대1의 경쟁률을 보이면서 일약 전국적인 관심지역이 되어 버렸다. 외국인이 아니라 내국인이 먼저 국제도시를 점령할 태세이다.
송도는 지난 세기 서울과 인천 주민들에게 고작 유원지로 알려졌던 바닷가이다. 그런데 이곳에 지금 상전벽해의 대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미 골조 공사가 이뤄진 40여 층의 포스코 주상복합 빌딩 꼭대기에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면 두 가지 경관이 눈길을 잡는다. 첫째 교각공사가 한창인 인천대교 건설 현장이다. 송도 국제도시와 영종도 공항을 연결하는 이 다리의 길이는 12킬로미터다. 활처럼 휘어진 교각궤적으로 미뤄 보면 2009년 이 다리가 완공됐을 때 그 교통기능은 차치하고라도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같은 한국의 명 건축물이 될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두 번째 시야를 잡는 것은 수많은 섬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호수 같은 송도앞바다의 아름다운 풍광이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이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우는 생태와 디자인의 도시개념이 이 풍광과 융합할 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도시환경이 될 것도 틀림없어 보인다.
우리는 경제자유구역이라는 말을 할 때 제조업과 중계무역을 기반으로 한 고전적 개념을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의 산업구조나 세계화의 추세가 그럴 단계는 한참 지나갔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을 설계하는 사람들이 상상하는 컨셉은 한마디로 지식정보 산업 기반 중심의 국제도시 건설이다.
지식정보 산업의 생산력은 인적자원의 집중과 배합에서 나온다. 그 파이프라인이 영종도 공항이라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세계 어디든 고소득 지식산업 종사자들은 쾌적하면서도 재미있는 대도시 거주환경과 국제적 이동성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다. 인천이 여기에 착안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인천 앞바다를 가운데 놓고 송도 국제비즈니스 타운, 영종도의 국제물류센터, 청라지구(옛 동아건설매립지)의 레저 및 금융 타운 등 3개 권역을 다리로 연결하는 트라이앵글 지역에 50만 명의 인구를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세계적 국제공항과 항만을 갖고 배후에 정치 경제 교육 문화의 힘을 독점한 2천만 명의 수도권이 있으므로 프로젝트의 설득력은 매우 높다고 하겠다. 여기다 프로젝트 입안자들은 북핵문제 해결후의 남북경제협력까지 감안하여 개성-인천-서울을 잇는 ‘황금의 평화 삼각지대’(Golden Peace Triangle)를 구상하고 있다.
인천이 이런 새 지도를 그릴 수 있는 배경에는 중국의 경제적 부상이 있다. 텐진 칭다오 대련 등 소위 중국의 환발해만 경제권과 인접해 있는 지리적 위치를 이용하여 동북아 비즈니스 허브 도시의 기능을 담당할 수 있다는 전략적 계산이 있다.
과연 인천이 그 기능을 끌어올 수 있을까. 그것은 만만한 게임이 아니다. 지리적 중심이라는 것은 매우 주관적이다. 지도의 중심에 자기네 도시를 놓고 동심원으로 비행시간 2시간 내 100만명 도시 몇 십 개라고 주장할 수 있는 도시는 인천 말고도 아시아 지역에 부지기수로 많다. 그 경쟁은 치열하다. 이미 나름대로 허브 기능을 갖고 있는 상해 홍콩 동경 등이 인천의 부상에 경계를 갖게 될 것이다. 대련이나 청도 등 황해의 중국도시들이나 일본의 도시들이라고 그런 꿈이 없을 수 없다. 특히 중국은 북한의 신의주 개방에 어깃장을 놓는 것에서 보았듯이 자국 도시의 국제경쟁력이 약화되는 주변의 여건을 허락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남북관계는 잘 풀리면 분명 인천경제자유구역 플랜에 큰 힘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시간을 다투는 이 경쟁에서 인천의 국제도시 변신에 결정적 방해요인으로 남을 것이다. 그게 국제자본의 생리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동북아의 비즈니스 허브를 만드는 것은 국가적 관심이 필요한, 경우에 따라서는 국가가 담당하고 나서야 할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인천의 자유구역프로젝트는 겉모습은 요란스럽게 태동하는 것 같으나 진척이 잘 되는 것 같지는 않다. 마치 큰 짐을 실은 트럭이 언덕길을 오르면서 필요한 추진력을 얻지 못해 덜덜거리는 모습과 비슷하다.
프로젝트 담당자들은 중앙정부의 무관심에 섭섭하다 못해 불평을 한다. 규제완화 등 중앙정부의 법적 재정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의 권력은 지방으로 내려가기를 원래 싫어하니 인천의 고민은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상상력은 도시의 모습을 바꾸고 나라를 변화시킨다. 포항제철을 비롯한 한강의 기적도 상상력의 결과이고, 중국경제성장의 상징인 상해 푸동의 마천루도 상상력이 낳은 ‘천지개벽’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천의 상상력이 제때 발현되지 못하는 것은 국가적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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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지금 부동산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시선을 끄는 지역 중 하나가 인천 송도 국제도시 건설지구다. 얼마 전 오피스텔 청약에 무려 4855대1의 경쟁률을 보이면서 일약 전국적인 관심지역이 되어 버렸다. 외국인이 아니라 내국인이 먼저 국제도시를 점령할 태세이다.
송도는 지난 세기 서울과 인천 주민들에게 고작 유원지로 알려졌던 바닷가이다. 그런데 이곳에 지금 상전벽해의 대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미 골조 공사가 이뤄진 40여 층의 포스코 주상복합 빌딩 꼭대기에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면 두 가지 경관이 눈길을 잡는다. 첫째 교각공사가 한창인 인천대교 건설 현장이다. 송도 국제도시와 영종도 공항을 연결하는 이 다리의 길이는 12킬로미터다. 활처럼 휘어진 교각궤적으로 미뤄 보면 2009년 이 다리가 완공됐을 때 그 교통기능은 차치하고라도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같은 한국의 명 건축물이 될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두 번째 시야를 잡는 것은 수많은 섬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호수 같은 송도앞바다의 아름다운 풍광이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이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우는 생태와 디자인의 도시개념이 이 풍광과 융합할 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도시환경이 될 것도 틀림없어 보인다.
우리는 경제자유구역이라는 말을 할 때 제조업과 중계무역을 기반으로 한 고전적 개념을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의 산업구조나 세계화의 추세가 그럴 단계는 한참 지나갔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을 설계하는 사람들이 상상하는 컨셉은 한마디로 지식정보 산업 기반 중심의 국제도시 건설이다.
지식정보 산업의 생산력은 인적자원의 집중과 배합에서 나온다. 그 파이프라인이 영종도 공항이라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세계 어디든 고소득 지식산업 종사자들은 쾌적하면서도 재미있는 대도시 거주환경과 국제적 이동성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다. 인천이 여기에 착안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인천 앞바다를 가운데 놓고 송도 국제비즈니스 타운, 영종도의 국제물류센터, 청라지구(옛 동아건설매립지)의 레저 및 금융 타운 등 3개 권역을 다리로 연결하는 트라이앵글 지역에 50만 명의 인구를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세계적 국제공항과 항만을 갖고 배후에 정치 경제 교육 문화의 힘을 독점한 2천만 명의 수도권이 있으므로 프로젝트의 설득력은 매우 높다고 하겠다. 여기다 프로젝트 입안자들은 북핵문제 해결후의 남북경제협력까지 감안하여 개성-인천-서울을 잇는 ‘황금의 평화 삼각지대’(Golden Peace Triangle)를 구상하고 있다.
인천이 이런 새 지도를 그릴 수 있는 배경에는 중국의 경제적 부상이 있다. 텐진 칭다오 대련 등 소위 중국의 환발해만 경제권과 인접해 있는 지리적 위치를 이용하여 동북아 비즈니스 허브 도시의 기능을 담당할 수 있다는 전략적 계산이 있다.
과연 인천이 그 기능을 끌어올 수 있을까. 그것은 만만한 게임이 아니다. 지리적 중심이라는 것은 매우 주관적이다. 지도의 중심에 자기네 도시를 놓고 동심원으로 비행시간 2시간 내 100만명 도시 몇 십 개라고 주장할 수 있는 도시는 인천 말고도 아시아 지역에 부지기수로 많다. 그 경쟁은 치열하다. 이미 나름대로 허브 기능을 갖고 있는 상해 홍콩 동경 등이 인천의 부상에 경계를 갖게 될 것이다. 대련이나 청도 등 황해의 중국도시들이나 일본의 도시들이라고 그런 꿈이 없을 수 없다. 특히 중국은 북한의 신의주 개방에 어깃장을 놓는 것에서 보았듯이 자국 도시의 국제경쟁력이 약화되는 주변의 여건을 허락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남북관계는 잘 풀리면 분명 인천경제자유구역 플랜에 큰 힘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시간을 다투는 이 경쟁에서 인천의 국제도시 변신에 결정적 방해요인으로 남을 것이다. 그게 국제자본의 생리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동북아의 비즈니스 허브를 만드는 것은 국가적 관심이 필요한, 경우에 따라서는 국가가 담당하고 나서야 할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인천의 자유구역프로젝트는 겉모습은 요란스럽게 태동하는 것 같으나 진척이 잘 되는 것 같지는 않다. 마치 큰 짐을 실은 트럭이 언덕길을 오르면서 필요한 추진력을 얻지 못해 덜덜거리는 모습과 비슷하다.
프로젝트 담당자들은 중앙정부의 무관심에 섭섭하다 못해 불평을 한다. 규제완화 등 중앙정부의 법적 재정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의 권력은 지방으로 내려가기를 원래 싫어하니 인천의 고민은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상상력은 도시의 모습을 바꾸고 나라를 변화시킨다. 포항제철을 비롯한 한강의 기적도 상상력의 결과이고, 중국경제성장의 상징인 상해 푸동의 마천루도 상상력이 낳은 ‘천지개벽’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천의 상상력이 제때 발현되지 못하는 것은 국가적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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