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려한 휴가’ 내일 개봉
5월 광주, 520개 상영관에 걸렸다
시사회장은 울음바다 … 영웅 아닌 ‘시민’이 주인공
이처럼 여운이 남는 영화는 보기 드물다.
23일 저녁 늦게 찾은 한 시사회장에서는 영화 중반부터 주위에는 복받치는 울음을 참지 못하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상영관은 실내조명을 밝히지 않았다. 관객들이 눈물을 닦을 여유를 주기 위해서다.
배급사가 마련해준 자리 옆에는 중학생으로 보이는 딸과 같이 온 주부가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들 모녀 상황도 다른 관객과 다르지 않았다. 엄마가 눈물을 멈추지 않자 딸이 계속해서 엄마의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어디서 오신 분이냐는 질문에 주부는 “그것 알아서 뭐하게요. 나도 못 가르치고 학교에서도 안 가르쳐주는 것, 딸 내미에게 알려주려고 왔죠”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들이 눈물을 흘리는 것은 주인공들의 죽음이나 고통 때문이 아니다.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였고 그 아픔을 내뱉지 못했던 괴로움과 우리 이웃, 우리의 아픔이었기 때문이다.
◆광주, 소재가 아닌 주제가 되다 =
그동안 광주를 다룬 창작물은 보일 듯 말듯했다. 80년대 사회과학 출판사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인터넷 만화가 강도영(필명 강풀)씨가 광주 이후를 다룬 ‘26년’을 내놓기도 했다. 저항시인들을 필두로 다양한 창작물들이 등장했으나 장기간 주목을 받는데 실패했다.
90년대 들어 국회에서 광주 민주화 항쟁을 청문회에 올려놓고 진상 규명을 위한 일도 벌였고 방송사에서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광주는 영화 ‘박하사탕’과 ‘꽃잎’, 드라마 ‘모래시계’ 등에 간접적으로 등장했다. 세 작품에 광주는 총과 칼 곤봉으로 난자당하는 도시로 그려졌다.
이들 작품은 광주가 소재 또는 배경 중 하나에 불과했다. 하지만 ‘화려한 휴가’는 광주를 정면에서 다루고 있다.
일부 영화 평론가들이나 네티즌들은 ‘화려한 휴가’가 ‘실미도’ ‘태극기를 휘날리며’ 처럼 관객들의 눈물샘을 억지로 자극하는 작위적인 면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부정할 순 없다. 세 작품의 공통점은 모두 우리 민족의 비극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실존 인물과 실화를 적절히 배합 =
5월 광주는 가슴 시린 많은 사연을 남겼다.
영화에는 생존자들의 증언과 각종 기록, 영상, 사진을 적절히 배합해 당시 상황을 재현해내는데 노력했다.
그동안 광주에 대해 관심 갖고 봐왔던 각종 사진과 영상물이 영화속에 스쳐 지나간다. 영화를 보면 ‘아 이 장면이 그 사진을 그려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도청 위에 조기를 올렸던 한 시민과 가두방송을 했던 여성, 아버지의 영정을 들고 넋이 나가 있는 어린 상주, 전남 도청 앞에서의 발포, 주남마을 버스 학살사건 등을 암시하는 화면이 연달아 이어진다.
택시 운전을 사다 총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 김복만씨와 도청 최후 투쟁에 참가해 사망한 고 홍순권씨에서 모티브를 얻어 재창조된 인물이 주인공인 강민우(김상경 분)이다. 광주 시민군이 최후 항쟁을 하던 당시 시민들에게 ‘도와달라’고 가두방송을 했던 전옥주씨는 박신애(이요원 분)라는 인물로 재구성됐다. 이밖에 주요 인물 대부분이 실존인물에서 모티브를 얻어 등장한다.
이 영화가 광주의 아픔에 다가가는 것은 영웅에 의존한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벗님네들이 난도질하고 아픔에 절규한다. 영웅의 아픔이 아닌 우리의 아픔이기 때문에 공감하고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철저한 고증 없이 감동도 없다
영화는 지난해 7월 촬영에 돌입했다. 27년전 5월을 재현해내기 위해 광주 북구 첨단 과학산업단지 1만7000평 부지에 전남도청과 금남로를 재현했다. 총 10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에는 금남로와 전남 도청 외에도 시내버스, 택시, 장갑차, 군용 지프, 탱크 등 80년전 그때 것으로 동원해야했다.
포니 자동차를 구할 수 없던 제작진은 이집트에서 3대를 역수입 했으며 출연자 의상은 중국에서 공수해왔다. 현재 중국의 시골지방에서 입는 의상과 80년대 한국의 의상은 거의 흡사한 디자인과 스타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들여온 의상은 모두 1만벌이 넘는다.
M-16 기관총으로 무장한 훈련 받은 공수부와 이에 저항하는 시민군은 이른바 ‘딱총’인 칼빈 소총이었다는 점도 영화에서는 재현해내고 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보다 초라하다. 볼품없는 시민군들의 복색과 모습 하나하나에 가슴이 저며온다.
◆문화 자본, 헐리웃 대신 광주를 선택 =
상영관들은 26일 개봉을 25일로 앞 당겼다. 헐리웃 영화가 대목인 여름방학을 한국 영화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다이하드 4.0’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트래스포머’ 등 말만 들어도 보고 싶은 영화들이 몰려오는데 520개 상영관이 헐리웃 대신 광주를 선택했다.
5월 광주가 영화로 만들어지는데 무려 27년이 걸렸다. 예전 같으면 영화 제작사나 배우, 투자자들에게 보이지 않는 압력이 끊이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로 제작됐다 치더라도 어느 극장이 상영을 허락해줬겠는가.
80년대 말까지만 해도 비디오 기기를 다룰 수 있는 대학생들과 재야인사들이 제작한 영상물은 교회나 동아리방, 자취방에서만 볼 수 있었다.
광주를 영화로 제작할 수 있는 ‘창작의 자유’와 이를 대중에게 상영할 수 있도록 극장주가 문을 열어주는 ‘영화 시장’이 만들어지는데 27년이 걸린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사건을 다룬 ‘그때 그 사람들’이 영화로 만들어져 상영관에 걸리기 까지 26년이 걸렸다. ‘5월 광주’가 실화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27년이 걸렸다.
이제는 관객들의 몫이다. ‘화려한 휴가’는 인터넷 파일 공유로 보는 영화가 아니다. 번듯한 상영관에서 이름 모를 관객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며 볼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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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광주, 520개 상영관에 걸렸다
시사회장은 울음바다 … 영웅 아닌 ‘시민’이 주인공
이처럼 여운이 남는 영화는 보기 드물다.
23일 저녁 늦게 찾은 한 시사회장에서는 영화 중반부터 주위에는 복받치는 울음을 참지 못하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상영관은 실내조명을 밝히지 않았다. 관객들이 눈물을 닦을 여유를 주기 위해서다.
배급사가 마련해준 자리 옆에는 중학생으로 보이는 딸과 같이 온 주부가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들 모녀 상황도 다른 관객과 다르지 않았다. 엄마가 눈물을 멈추지 않자 딸이 계속해서 엄마의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어디서 오신 분이냐는 질문에 주부는 “그것 알아서 뭐하게요. 나도 못 가르치고 학교에서도 안 가르쳐주는 것, 딸 내미에게 알려주려고 왔죠”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들이 눈물을 흘리는 것은 주인공들의 죽음이나 고통 때문이 아니다.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였고 그 아픔을 내뱉지 못했던 괴로움과 우리 이웃, 우리의 아픔이었기 때문이다.
◆광주, 소재가 아닌 주제가 되다 =
그동안 광주를 다룬 창작물은 보일 듯 말듯했다. 80년대 사회과학 출판사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인터넷 만화가 강도영(필명 강풀)씨가 광주 이후를 다룬 ‘26년’을 내놓기도 했다. 저항시인들을 필두로 다양한 창작물들이 등장했으나 장기간 주목을 받는데 실패했다.
90년대 들어 국회에서 광주 민주화 항쟁을 청문회에 올려놓고 진상 규명을 위한 일도 벌였고 방송사에서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광주는 영화 ‘박하사탕’과 ‘꽃잎’, 드라마 ‘모래시계’ 등에 간접적으로 등장했다. 세 작품에 광주는 총과 칼 곤봉으로 난자당하는 도시로 그려졌다.
이들 작품은 광주가 소재 또는 배경 중 하나에 불과했다. 하지만 ‘화려한 휴가’는 광주를 정면에서 다루고 있다.
일부 영화 평론가들이나 네티즌들은 ‘화려한 휴가’가 ‘실미도’ ‘태극기를 휘날리며’ 처럼 관객들의 눈물샘을 억지로 자극하는 작위적인 면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부정할 순 없다. 세 작품의 공통점은 모두 우리 민족의 비극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실존 인물과 실화를 적절히 배합 =
5월 광주는 가슴 시린 많은 사연을 남겼다.
영화에는 생존자들의 증언과 각종 기록, 영상, 사진을 적절히 배합해 당시 상황을 재현해내는데 노력했다.
그동안 광주에 대해 관심 갖고 봐왔던 각종 사진과 영상물이 영화속에 스쳐 지나간다. 영화를 보면 ‘아 이 장면이 그 사진을 그려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도청 위에 조기를 올렸던 한 시민과 가두방송을 했던 여성, 아버지의 영정을 들고 넋이 나가 있는 어린 상주, 전남 도청 앞에서의 발포, 주남마을 버스 학살사건 등을 암시하는 화면이 연달아 이어진다.
택시 운전을 사다 총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 김복만씨와 도청 최후 투쟁에 참가해 사망한 고 홍순권씨에서 모티브를 얻어 재창조된 인물이 주인공인 강민우(김상경 분)이다. 광주 시민군이 최후 항쟁을 하던 당시 시민들에게 ‘도와달라’고 가두방송을 했던 전옥주씨는 박신애(이요원 분)라는 인물로 재구성됐다. 이밖에 주요 인물 대부분이 실존인물에서 모티브를 얻어 등장한다.
이 영화가 광주의 아픔에 다가가는 것은 영웅에 의존한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벗님네들이 난도질하고 아픔에 절규한다. 영웅의 아픔이 아닌 우리의 아픔이기 때문에 공감하고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철저한 고증 없이 감동도 없다
영화는 지난해 7월 촬영에 돌입했다. 27년전 5월을 재현해내기 위해 광주 북구 첨단 과학산업단지 1만7000평 부지에 전남도청과 금남로를 재현했다. 총 10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에는 금남로와 전남 도청 외에도 시내버스, 택시, 장갑차, 군용 지프, 탱크 등 80년전 그때 것으로 동원해야했다.
포니 자동차를 구할 수 없던 제작진은 이집트에서 3대를 역수입 했으며 출연자 의상은 중국에서 공수해왔다. 현재 중국의 시골지방에서 입는 의상과 80년대 한국의 의상은 거의 흡사한 디자인과 스타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들여온 의상은 모두 1만벌이 넘는다.
M-16 기관총으로 무장한 훈련 받은 공수부와 이에 저항하는 시민군은 이른바 ‘딱총’인 칼빈 소총이었다는 점도 영화에서는 재현해내고 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보다 초라하다. 볼품없는 시민군들의 복색과 모습 하나하나에 가슴이 저며온다.
◆문화 자본, 헐리웃 대신 광주를 선택 =
상영관들은 26일 개봉을 25일로 앞 당겼다. 헐리웃 영화가 대목인 여름방학을 한국 영화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다이하드 4.0’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트래스포머’ 등 말만 들어도 보고 싶은 영화들이 몰려오는데 520개 상영관이 헐리웃 대신 광주를 선택했다.
5월 광주가 영화로 만들어지는데 무려 27년이 걸렸다. 예전 같으면 영화 제작사나 배우, 투자자들에게 보이지 않는 압력이 끊이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로 제작됐다 치더라도 어느 극장이 상영을 허락해줬겠는가.
80년대 말까지만 해도 비디오 기기를 다룰 수 있는 대학생들과 재야인사들이 제작한 영상물은 교회나 동아리방, 자취방에서만 볼 수 있었다.
광주를 영화로 제작할 수 있는 ‘창작의 자유’와 이를 대중에게 상영할 수 있도록 극장주가 문을 열어주는 ‘영화 시장’이 만들어지는데 27년이 걸린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사건을 다룬 ‘그때 그 사람들’이 영화로 만들어져 상영관에 걸리기 까지 26년이 걸렸다. ‘5월 광주’가 실화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27년이 걸렸다.
이제는 관객들의 몫이다. ‘화려한 휴가’는 인터넷 파일 공유로 보는 영화가 아니다. 번듯한 상영관에서 이름 모를 관객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며 볼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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