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따뜻한 시선

빈민운동 30년 사회복지 이론으로 체계화

지역내일 2007-07-30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빈민지역 풍경은 달라지지 않았어요. 장소만 달라졌을 뿐이죠. 판잣집이 있던 곳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거기 살던 사람들은 밖으로 밖으로 밀려나고…. 그래도 참 따뜻해 보이지 않아요?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지만 사람들 사이의 정이 느껴져요. 아이들도 한번 봐요. 너무 예쁘죠? 밥 한 그릇에 이렇게 행복한 표정을 지을 수가 없어요.”
가난한 사람들, 빈민지역 아이들 얘기만 나오면 그는 수다스러워진다.
아이들에게 밥 먹이는 얘기가 시작되면 그의 얼굴엔 웃음이 번진다. 밥 한 그릇이 아이들에게 가져다주는 그 ‘행복 바이러스’가 그에게 전염되기라도 한 것처럼 그는 정말 신이 나 보인다.

◆사회복지운동은 시공간을 뛰어넘는다 = 강명순(55)씨는 빈민아동의 ‘대모’라는 별칭으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어른들에게 학대당하고 방임된 아이들과 빈곤가족의 아픔을 나누며 살아온지30년. 강명순 부스러기사랑나눔회 대표가 그 세월을 한권의 책으로 엮었다.
‘한국의 빈곤아동과 지역아동센터 법제화에 관한 이론과 실천’이라는 딱딱한 제목이다. 일본 고베지역에 있는 기비국제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이다. 강 대표를 조금이라도 아는 이라면 ‘웬 논문인가’ 싶을 게다. 그가 활동해온 내력을 잘 아는 부성래 교수가 학위논문으로 정리할 것을 설득하고 직접 지도교수를 맡았다. 박사학위를 위해 대학 측에 제출한 일본어판 논문은 10권만 인쇄했다. 대신 한국어판을 별도로 출간했다. 이 책이다.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진행해온 다양한 사회복지실천 개입 과정을 네 종류의 사회 활동(Social Work) 이론의 틀에 따라 분석하고 체계화해 이론화했다.
이론의 틀은 입법적 옹호(Legislative Advocacy), 지역을 기반으로 한 사회복지 실천(Community-Based Practice), 지역복지력 구축(Community Capacity Building), 사회자본 이론(Social Capital Theory)이다.
“현장에서 아이들 껴안고 지내면서 법제도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활동해왔는데 그게 모두 사회복지이론으로 정리가 돼요.”
스스로도 놀랍다는 투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힘주기, 대를 잇는 빈곤의 고리를 끊기 위해 사회복지사가 해야 할 일 등 강 대표와 동료들이 하고 있는 일들을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이론으로 체계화해놨다. 빈곤아동 문제와 현황을 지난 30년간 연구한 빈곤 관련 조사자료를 통해 종합하고 분석했더니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사회복지 실천의 틀로 집약된 것이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고 한번도 교류한 적도 없는 사회복지실천가와 이론가들인데 연구를 진행하면서 사회복지운동이 국가나 지역 시대 종교 문화적 차이를 뛰어넘어 연대하고 결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깨닫게 됐어요. 빈곤문제 해결을 통해 빈곤아동과 그 가족이 행복한 삶을 누리는 복지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목적이 일치하기 때문이에요.”

◆밥 굶는 아이들 없는 2020년을 위해 = 강명순 대표가 빈민지역 교회에서 방치된 빈곤아동을 돌보기 시작한 건 1975년부터다.
1998년 국가경제대란으로 빈곤아동 결식아동이 급증하고 가족해체현상이 심화되면서 다중위기에 처한 아동에게 공부방과 신나는집에서 실시하는 단순한 학습지도나 급식으로는 빈곤아동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 급식과 학습을 포함해 문화활동 지역사회복지 가족복지 찾아가는사례관리가 이루어지며 내용적으로 지역아동센터로 전환한 게 2000년 일이다. 그리고 민간주도로 지역아동센터를 법제화하기 위한 노력이 2003년 받아들여졌다. 아이들과 힘을 모아 아동복지법을 바꿔낸 것이다.
대학 2학년때 처음 빈곤아동을 접하고 이후 교육과 훈련을 통해 힘을
축적해왔다. 그 세월을 돌아보고 “한 사람의 사회복지사가 얼마나 큰 일을 해낼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그는 ‘강명순’이 아닌 다른 사회복지사들 역시 충분히 그렇게 해낼 수 있으리라 자신한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에서 제시한 사회복지사 윤리강령이란 게 있어요.
미국사회복지사협회도 마찬가지 강령을 갖고 있구요. 빈곤아동과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그들이 다른 사회 구성원과 다름없이 평등하게 살도록 하기 위해 제도를 변화시키고 법제화시키는 사회행동은 사회복지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중요한 윤리와 가치라는 거예요.”
강령은 사회복지사가 ‘인본주의 평등주의 사상에 기초하여 모든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존중하고 천부의 자유권과 생존권의 보장활동에 헌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특히 사회 경제적 약자 편에 서서 사회정의와 평등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사회적 지위와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함께 일하며 사회제도 개선에 관련된 제반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강 대표는 “사회복지사 한 사람의 사회정의와 사회행동이 법제화에 미친영향력을 재평가한다면 사회복지사 재교육과 재훈련이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빈곤아동 권리보장과 지역복지력 구축을 위해 시급하다.

◆한 사람의 사회복지사가 사회를 바꾼다 = 논문은 언뜻 보기에도 ‘논문답지 않다’. 대신 ‘강명순스럽다’는 표현이 절로 나온다. 260쪽 분량의 두툼한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컬러사진들이다.
“30년동안 수십번 이사를 했는데 그동안 슬라이드 자료는 무슨 일이 있어도 끌어안고 다녔어요. 2000장이나 돼요. 대부분 직접 카메라를 메고 다니며 찍은 거예요. 1987년 미국 감리교회에서는 625 동란 이후 사진을 제공해줬구요.”
그 가운데 200여장을 선별했다. 걸러내진 자료만도 책 한권 분량을 될 거란다.사진은 그가 빈민지역과 그곳에서 사는 아이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대변한다. 한 통신회사에서 한국어판 논문을 인쇄하기 직전 500만원을 후원해줬고 그래서 컬러출판이 가능했다. 지금 그는 또다른 후원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번 출간한 ‘부스러기가 꽃이 되다’(2005)로 벌어들인 돈까지 투자해 논문 1500권을 인쇄했지만 현장에서 활동 중인 사회복지사들에게 전하기에도 역부족이었다. 적어도 활동가들과 공유할 정도만이라도 추가인쇄가 필요하다.
강 대표는 스스로를 ‘참 삐딱한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가난한 아이들에 대해서는 밑도 끝도 없이 한없이 푸근하고 따뜻한 눈길을 주기 때문이다. 그는 논문을 통해 그가 아이들을 보는 시선을 확산시키고자 한다.
“빈나 2020운동에 동참해주세요. 2020년까지 빈곤아동 결식아동이 한명도 없는 나라를 함께 만들어요.”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부스러기사랑나눔회는
강명순 대표는 1975년 서울 사당동 빈민지역에서 처음 ‘탁아방’ 문을 열고 한 사람당 1000원씩 ‘부스러기’ 기부를 받아 빈민지역 아동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2001년 법인등록을 거쳐 부스러기사랑나눔회로 거듭났고 2007년 현재 273개 지역아동센터와 17개 지부, 학대받은 아동을 위한 쉼터 두곳까지 운영 중이다.
밥을 굶거나 학대받은 아이들 9700여명이 바로 그의 행복의 원천이다. 지역아동센터나 복지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사회복지사가 직접 찾아가는 ‘길거리 지역사회복지’를 도입했고 아이들을 통해 그 가족에게 접근하는 ‘가족복지’를 통해 대를 잇는 빈곤의 고리를 끊을 방법을 찾고 있다.
용돈이며 학비 급식비 의료비가 없는 아이들 370명을 부스러기 장학생으로 선발해 후원자들과 연계하는 일도 그 중 하나다.
강명순 대표와 아이들의 노력으로 법제화된 지역아동센터는 2006년 12월 현재 2029개. 최근 3년간 695%나 늘었다. 이용하는 아동만 5만9172명이다. 그러나 그 가운데 정부지원을 받는 곳은 902개에 불과하다. 지역아동센터가 양적으로 늘면서 그에 따른 질적 뒷받침이 또하나의 과제로 떠올랐다.
홈페이지 www.busrug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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