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임하댐은 낙동강의 새 발원지 … 구미 직전까지 1급수 유지
봉화 석포에서 태백산 눈꽃열차로 유명한 승부역을 지난 낙동강은 울진군과 봉화군의 경계를 이루며 구불구불 흐르다 영양군 일월산(1218m)에서 발원한 광비천을 만나 현동으로 내려간다.
이 물줄기를 보려면 승부역에서 석포 쪽으로 다시 나와 31번 국도 늦재를 넘어야 한다. 여기서 울진 방면으로 난 36번 국도를 타고 분천역으로 들어가면 낙동강 본류를 다시 만날 수 있다.
울진군 서면 광회리에서 북쪽 고개를 넘으면 간이역사도 없는 양원역(봉화군 소천면 원곡리)으로 갈 수도 있고, 80년대까지 세계 최남단 열목어 서식지였던 울진군 서면 전곡리 골포천을 볼 수도 있다. 길은 험하지만 대부분 포장도로로 이어진다.
낙동강 본류로 그냥 내려가려면 봉화군 소천면 현동리에서 울진쪽으로 36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관암 제2터널 직전에서 오른쪽 소로로 내려서면 된다.
이 길에서도 끝까지 낙동강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봉화군 재산면 경계에서 낙동강은 모든 자동차길과 기차길을 버리고 홀로 15km를 흘러 은어낚시로 이름난 봉화군 명호면으로 들어간다. 명호를 지난 낙동강은 퇴계 선생이 천하의 비경이라 칭찬했던 청량산길로 이어진다.
청량산을 지난 낙동강은 낙동강 수계에서 제일 큰 담수호인 안동호를 지나 임하댐에서 내려오는 반변천을 만난다. 안동시는 안동호와 임하호라는 거대한 인공호수 바로 밑, 두 하천의 합수지점에 자리한다.
◆“농지 수몰 후 마을에 노인들만 남아” = 안동 사람들은 댐이 안겨준 독특한 주민의식을 안고 살아간다. 많은 사람들의 고향을 수장(水葬)시키고 들어선 이 2개의 대형댐들은 이 지역의 농촌공동체를 산산조각내버렸고 지역경제는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정든 고향을 물 속에 묻고 임하호 옆에 새로 조성한 마을에 살고 있는 임동면의 한 약방 주인은 “농지가 다 물에 잠긴 후 마을엔 일 못하는 노인들만 남았다”며 “자식들이 도회지로 나가 벌어서 보내주는 생활비로 근근이 살아가는 마을이 돼버렸다”고 한숨을 쉬었다.
유명한 ‘안동 간고등어’의 본향이었던 임동면 일대는 농업과 상업이 두루 발달해 일명 ‘책거리’(채찍거리)라고 불리던 활기 넘치는 동네였지만 지금은 20년에 걸쳐 서서히 몰락하는 낙후지역이 되고 말았다.
안동호와 임하호는 그러나 낙동강의 새로운 발원지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안동댐 방류량이 줄면 낙동강 하류의 오염도가 급격하게 높아지고, 임하댐 수량의 상당 부분은 포항 등 낙동강 유역권 밖으로까지 공급된다.
근래 들어 금호강 수계의 수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도 임하댐에서 영천 도수로를 통해 금호강으로 하루 30만톤의 물이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동을 지난 낙동강은 병산서원과 하회마을을 휘돌아 ‘구담습지’로 흘러든다. 구담습지는 안동댐과 임하댐으로 가로막힌 낙동강이 습지를 만들어 스스로를 지켜가는 현장이다. 수많은 물고기와 식물들이 살아가는 구담습지를 지나는 동안 낙동강은 다시 맑은 빛을 되찾아 하류 예천으로 흘러간다.
경북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는 낙동강과 내성천, 금천이 만나는 곳이다. 이 세 강의 물뿌리는 모두 백두대간에 닿아 있다. 낙동강 본류는 백두대간 싸리재(1268m·태백시)에서, 내성천은 구룡산(1345m·봉화군)에서, 금천은 대미산(1115m·문경시)에서 발원한다.
옛날 삼강나루는 남쪽에서 문경새재를 넘어 서울로 가던 나그네들과 강을 건너는 소들로 늘 북적였다고 한다.
◆우리나라 마지막 주막, 백년주막 = 여자들이 술을 팔던 작부집도 3곳이나 있었다는데 지금은 그저 조용한 강변마을일 뿐이다. 2004년엔 예천군 풍양면과 용궁면을 잇는 새 다리가 놓였다.
2004년까지 이곳 삼강나루엔 우리나라에서 마지막 남은 ‘백년주막’이라는 주막집이 있었다.
유옥련(2004년 88세로 작고) 할머니가 50년 넘게 지켜왔던 이 주막집은 나루가 사라진 뒤에도 동네 노인들의 마실장소로 명맥을 유지했다. 최근 경상북도는 삼강나루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삼강리를 지난 낙동강은 상주시 사벌면 퇴강리에서 백두대간 속리산 문장대(1033m)에서 발원한 영강을 만난다.
낙동강 옆의 비옥한 충적지대 평야를 끼고 있는 상주는 하부의 각 조세창고에서 한양으로 세곡을 실어나르던 뱃길의 최상류 종착지점이었다. ‘낙동강 뱃길 700리’라는 말이 생긴 것도 이 때문이다.
이곳 상주1지점(상주시 사벌면 퇴강진나루)의 수질은 연평균 1급수를 유지한다. 영강은 문경 일대의 폐광지역을, 낙동강 본류는 태백과 석포, 안동을 거쳐 내려왔다. 내성천도 영주와 예천을 통과했다.
수많은 오염원들을 지나왔지만 풍부한 모래톱과 습지를 지나는 동안 강물은 스스로를 맑게 지켜온 것이다.
최근 ‘경부운하’를 주장하는 이들은 “운하 건설로 낙동강 수질이 좋아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운하가 연결되는 상주 지점의 수질은 이미 연평균 1급수다. 낙동강의 수질 문제는 상주 하류인 구미와 대구에 원인이 있지, 한강물이 낙동강에 유입되지 않아서가 아니다.
봉화 안동 예천 상주 = 글 사진 전호성 남준기 기자 hsjeon@naeil.com
취재에 도움 주신 분들
낙동강물환경연구소 대구지방환경청 해성수중
협찬
환경부 해양수산부 한국수자원공사
경기도 경상북도 대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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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석포에서 태백산 눈꽃열차로 유명한 승부역을 지난 낙동강은 울진군과 봉화군의 경계를 이루며 구불구불 흐르다 영양군 일월산(1218m)에서 발원한 광비천을 만나 현동으로 내려간다.
이 물줄기를 보려면 승부역에서 석포 쪽으로 다시 나와 31번 국도 늦재를 넘어야 한다. 여기서 울진 방면으로 난 36번 국도를 타고 분천역으로 들어가면 낙동강 본류를 다시 만날 수 있다.
울진군 서면 광회리에서 북쪽 고개를 넘으면 간이역사도 없는 양원역(봉화군 소천면 원곡리)으로 갈 수도 있고, 80년대까지 세계 최남단 열목어 서식지였던 울진군 서면 전곡리 골포천을 볼 수도 있다. 길은 험하지만 대부분 포장도로로 이어진다.
낙동강 본류로 그냥 내려가려면 봉화군 소천면 현동리에서 울진쪽으로 36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관암 제2터널 직전에서 오른쪽 소로로 내려서면 된다.
이 길에서도 끝까지 낙동강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봉화군 재산면 경계에서 낙동강은 모든 자동차길과 기차길을 버리고 홀로 15km를 흘러 은어낚시로 이름난 봉화군 명호면으로 들어간다. 명호를 지난 낙동강은 퇴계 선생이 천하의 비경이라 칭찬했던 청량산길로 이어진다.
청량산을 지난 낙동강은 낙동강 수계에서 제일 큰 담수호인 안동호를 지나 임하댐에서 내려오는 반변천을 만난다. 안동시는 안동호와 임하호라는 거대한 인공호수 바로 밑, 두 하천의 합수지점에 자리한다.
◆“농지 수몰 후 마을에 노인들만 남아” = 안동 사람들은 댐이 안겨준 독특한 주민의식을 안고 살아간다. 많은 사람들의 고향을 수장(水葬)시키고 들어선 이 2개의 대형댐들은 이 지역의 농촌공동체를 산산조각내버렸고 지역경제는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정든 고향을 물 속에 묻고 임하호 옆에 새로 조성한 마을에 살고 있는 임동면의 한 약방 주인은 “농지가 다 물에 잠긴 후 마을엔 일 못하는 노인들만 남았다”며 “자식들이 도회지로 나가 벌어서 보내주는 생활비로 근근이 살아가는 마을이 돼버렸다”고 한숨을 쉬었다.
유명한 ‘안동 간고등어’의 본향이었던 임동면 일대는 농업과 상업이 두루 발달해 일명 ‘책거리’(채찍거리)라고 불리던 활기 넘치는 동네였지만 지금은 20년에 걸쳐 서서히 몰락하는 낙후지역이 되고 말았다.
안동호와 임하호는 그러나 낙동강의 새로운 발원지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안동댐 방류량이 줄면 낙동강 하류의 오염도가 급격하게 높아지고, 임하댐 수량의 상당 부분은 포항 등 낙동강 유역권 밖으로까지 공급된다.
근래 들어 금호강 수계의 수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도 임하댐에서 영천 도수로를 통해 금호강으로 하루 30만톤의 물이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동을 지난 낙동강은 병산서원과 하회마을을 휘돌아 ‘구담습지’로 흘러든다. 구담습지는 안동댐과 임하댐으로 가로막힌 낙동강이 습지를 만들어 스스로를 지켜가는 현장이다. 수많은 물고기와 식물들이 살아가는 구담습지를 지나는 동안 낙동강은 다시 맑은 빛을 되찾아 하류 예천으로 흘러간다.
경북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는 낙동강과 내성천, 금천이 만나는 곳이다. 이 세 강의 물뿌리는 모두 백두대간에 닿아 있다. 낙동강 본류는 백두대간 싸리재(1268m·태백시)에서, 내성천은 구룡산(1345m·봉화군)에서, 금천은 대미산(1115m·문경시)에서 발원한다.
옛날 삼강나루는 남쪽에서 문경새재를 넘어 서울로 가던 나그네들과 강을 건너는 소들로 늘 북적였다고 한다.
◆우리나라 마지막 주막, 백년주막 = 여자들이 술을 팔던 작부집도 3곳이나 있었다는데 지금은 그저 조용한 강변마을일 뿐이다. 2004년엔 예천군 풍양면과 용궁면을 잇는 새 다리가 놓였다.
2004년까지 이곳 삼강나루엔 우리나라에서 마지막 남은 ‘백년주막’이라는 주막집이 있었다.
유옥련(2004년 88세로 작고) 할머니가 50년 넘게 지켜왔던 이 주막집은 나루가 사라진 뒤에도 동네 노인들의 마실장소로 명맥을 유지했다. 최근 경상북도는 삼강나루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삼강리를 지난 낙동강은 상주시 사벌면 퇴강리에서 백두대간 속리산 문장대(1033m)에서 발원한 영강을 만난다.
낙동강 옆의 비옥한 충적지대 평야를 끼고 있는 상주는 하부의 각 조세창고에서 한양으로 세곡을 실어나르던 뱃길의 최상류 종착지점이었다. ‘낙동강 뱃길 700리’라는 말이 생긴 것도 이 때문이다.
이곳 상주1지점(상주시 사벌면 퇴강진나루)의 수질은 연평균 1급수를 유지한다. 영강은 문경 일대의 폐광지역을, 낙동강 본류는 태백과 석포, 안동을 거쳐 내려왔다. 내성천도 영주와 예천을 통과했다.
수많은 오염원들을 지나왔지만 풍부한 모래톱과 습지를 지나는 동안 강물은 스스로를 맑게 지켜온 것이다.
최근 ‘경부운하’를 주장하는 이들은 “운하 건설로 낙동강 수질이 좋아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운하가 연결되는 상주 지점의 수질은 이미 연평균 1급수다. 낙동강의 수질 문제는 상주 하류인 구미와 대구에 원인이 있지, 한강물이 낙동강에 유입되지 않아서가 아니다.
봉화 안동 예천 상주 = 글 사진 전호성 남준기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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