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마다 앞다퉈 골재채취 … 하천부지 농약·비료에 가축분뇨까지 뿌려
도동서원 아래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낙동강변에는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골재채취사업장이 있다. 이 사업장은 강물 속에서 채취한 골재를 자갈과 모래로 분리한 뒤 거기서 쏟아지는 폐수를 그대로 낙동강으로 쏟아내고 있었다.
아무리 자정력이 뛰어난 모래라고 해도 이렇게 뒤집어놓으면 머금었던 오염물질들을 토해놓지 않을 재간이 없다. 더욱이 진공펌프식 흡입기계로 강바닥에 깊은 웅덩이를 만들어놓으면 각종 오염물질들이 제대로 흘러내려가지 못하고 쌓이게 된다.
낙동강 중·하류권에는 지자체마다 골재채취가 한창이다. 골재채취는 안정된 수생 수변 동식물들에게 혼란을 일으키는 생태교란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안동에서 부산까지 고도차이 불과 80m = 골재채취가 유속이 느린 구미 이남의 낙동강 중·하류에서 주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도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낙동강물환경연구소에 따르면 낙동강 수계에서 골재채취를 하는 지역은 모두 50곳으로 △부산시 2곳 △대구시 7곳 △경상북도 29곳 △경상남도 12곳 등이다. 특히 집중적인 채취는 △구미시 4곳 △칠곡군 6곳 △고령군 6곳 △대구시 달성군 7곳 등 대부분 구미 하류-밀양 상류 구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낙동강은 발원지인 태백이나 봉화 일대까지는 해발고도가 높지만 안동(낙동강-반변천 합수지점)으로 내려오면 평균하상 높이가 82.85m로 뚝 떨어진다. 안동에서 부산까지 긴 거리를 100m도 채 안 되는 고도 차이로 흘러가야 하는 셈이다.
낙동강의 평균하상 높이는 아래로 갈수록 급격히 낮아진다. 예천 삼강나루(내성천 합수지점)에서 50.12m로 낮아진 낙동강은 대구 화원나루(금호강 합수지점)에서는 20.57m로, 밀양(밀양강 합수지점)에서는 1.91m까지 낮아진다.
이렇게 낮은 고도 차이로 흘러가면서 오염물질을 정화하기란 강으로서도 힘든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골재채취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니 강의 자정작용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가 없다.
낙동강물환경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골재채취, 특히 수중골재 채취는 부유물질을 과도하게 발생시켜 수질을 악화시키고 빛 투과율을 떨어뜨려 수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또 지자체의 수익사업이다보니 과다하게 채취되는 경향이 있고 지자체 간의 골재채취업무에 관한 연관성이 없어 하천 상·하류 구간의 평형이 깨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부분 ‘흡입식’ 기계를 사용하기 때문에 하천단면에 연속적으로 깊은 단면(웅덩이)을 형성, 또다른 하상교란의 문제를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변화는 나아가 하상을 낮추는 데까지 이르고 있다. 건교부 하천정비기본계획에 따르면 실제 낙동강 하상은 최대 1.64m(금호강 합수지점)까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제방이 침식되고 교량의 기초가 드러나는 등 토목 안전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골재채취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와 사전환경성검토가 이루어지고는 있으나 이는 식물플랑크톤과 어류 등 수서생물상의 감소만 다루고 있을 뿐, 수서 생태계의 종 다양성 등 종합적인 연구는 아직 전무한 실정이다.
낙동강물환경연구소 신찬기 소장은 “골재채취로 훼손된 강의 생태계가 회복되려면 20년의 세월이 필요하다”며 “외국에서는 하천 내 골재채취를 금지하거나 매우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강보다 강수량 400mm 적어 = 낙동강은 구조적으로 오염에 취약한 조건에 놓여 있다. 하류인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된 한강과는 달리 낙동강유역에는 중·상류부터 많은 사람들이 산다.
특히 구미와 대구부터는 도시지역 뿐 아니라 농촌지역도 심각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낙동강 오염의 중심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낙동강 제방 안 하천부지를 점령한 시설재배용 비닐하우스들은 1년에 최고 6회까지 농작물을 생산한다. 이런 시설들은 엄청난 비료와 관개용수를 소모한다.
각종 비료에서 녹아나오는 ‘질소’와 ‘인’도 낙동강의 부영양화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인의 경우, 고도처리가 아닌 일반적인 하수처리과정을 거치면 부영양화가 더 빨리 진행된다는 점에서 자연친화적인 농사법이 시급한 시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낙동강변 경작지에서는 가축분뇨를 액비나 고형분 형태로 사용하는 지역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뿌려진 축분비료는 큰비가 오면 그대로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오염원이 많은 낙동강 수질에서 가장 큰 변수는 ‘수량’이다. 특히 갈수기에는 상류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안동댐과 임하댐 방류수)의 양이 수질을 크게 좌우한다.
그런데 낙동강 상류지역은 백두대간과 낙동정맥 사이에 숨어 있어 한강유역에 비해 연간 강수량이 400mm 정도 적다. ‘낙동강특별법’으로 많은 제약을 받게 되는 상류지역 주민들이 이 법에 손을 들어 준 것도 낙동강이 갖고 있는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똥물은 좋다. 독극물만 내려보내지 마라” = 낙동강을 따라가며 보라. ‘안동 똥물 대구 먹고, 대구 똥물 부산 먹는다’는 옛 어른들의 농담이 그대로 현실로 다가온다. 낙동강 페놀사건과 일사다이옥산 등 각종 유해물질 파동 이후 요즘 부산 사람들은 이 농담을 “똥물은 좋다. 독극물만 내려보내지 마라”로 바꾸었다고 한다.
부산은 낙동강 최종취수지인 매리와 물금취수장을 통해 전체 상수원수의 90% 이상을 공급받는다. 여름철이면 이틀이 머다하고 녹조현상이 발생하는 이곳의 정수과정은 중부권의 취수장과는 다르다. 염소와 오존, 입상활성탄을 정수과정에 첨가시켜야 마실 수 있는 물이 만들어진다.
부산의 시인 이동순은 낙동강을 이렇게 노래한다.
… 탁한 강물을 마셔서/ 마음조차 흐려진 이곳 강 유역의 주민들은 … 밤마다 그들의 목을 휘감아오는/ 저 차고 무거운 쇠사슬이/ 사실은 죽은 강줄기의 망령임을/ 소스라쳐 깨어서도 눈치채지 못한다 …
취재에 도움 주신 분들
낙동강물환경연구소 대구지방환경청
해성수중 낙동강유역환경청
협찬
환경부 해양수산부 한국수자원공사
경기도 경상북도 대구시
성남판교수질복원센터
대구 밀양 부산 = 글 사진 전호성 남준기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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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동서원 아래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낙동강변에는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골재채취사업장이 있다. 이 사업장은 강물 속에서 채취한 골재를 자갈과 모래로 분리한 뒤 거기서 쏟아지는 폐수를 그대로 낙동강으로 쏟아내고 있었다.
아무리 자정력이 뛰어난 모래라고 해도 이렇게 뒤집어놓으면 머금었던 오염물질들을 토해놓지 않을 재간이 없다. 더욱이 진공펌프식 흡입기계로 강바닥에 깊은 웅덩이를 만들어놓으면 각종 오염물질들이 제대로 흘러내려가지 못하고 쌓이게 된다.
낙동강 중·하류권에는 지자체마다 골재채취가 한창이다. 골재채취는 안정된 수생 수변 동식물들에게 혼란을 일으키는 생태교란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안동에서 부산까지 고도차이 불과 80m = 골재채취가 유속이 느린 구미 이남의 낙동강 중·하류에서 주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도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낙동강물환경연구소에 따르면 낙동강 수계에서 골재채취를 하는 지역은 모두 50곳으로 △부산시 2곳 △대구시 7곳 △경상북도 29곳 △경상남도 12곳 등이다. 특히 집중적인 채취는 △구미시 4곳 △칠곡군 6곳 △고령군 6곳 △대구시 달성군 7곳 등 대부분 구미 하류-밀양 상류 구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낙동강은 발원지인 태백이나 봉화 일대까지는 해발고도가 높지만 안동(낙동강-반변천 합수지점)으로 내려오면 평균하상 높이가 82.85m로 뚝 떨어진다. 안동에서 부산까지 긴 거리를 100m도 채 안 되는 고도 차이로 흘러가야 하는 셈이다.
낙동강의 평균하상 높이는 아래로 갈수록 급격히 낮아진다. 예천 삼강나루(내성천 합수지점)에서 50.12m로 낮아진 낙동강은 대구 화원나루(금호강 합수지점)에서는 20.57m로, 밀양(밀양강 합수지점)에서는 1.91m까지 낮아진다.
이렇게 낮은 고도 차이로 흘러가면서 오염물질을 정화하기란 강으로서도 힘든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골재채취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니 강의 자정작용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가 없다.
낙동강물환경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골재채취, 특히 수중골재 채취는 부유물질을 과도하게 발생시켜 수질을 악화시키고 빛 투과율을 떨어뜨려 수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또 지자체의 수익사업이다보니 과다하게 채취되는 경향이 있고 지자체 간의 골재채취업무에 관한 연관성이 없어 하천 상·하류 구간의 평형이 깨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부분 ‘흡입식’ 기계를 사용하기 때문에 하천단면에 연속적으로 깊은 단면(웅덩이)을 형성, 또다른 하상교란의 문제를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변화는 나아가 하상을 낮추는 데까지 이르고 있다. 건교부 하천정비기본계획에 따르면 실제 낙동강 하상은 최대 1.64m(금호강 합수지점)까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제방이 침식되고 교량의 기초가 드러나는 등 토목 안전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골재채취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와 사전환경성검토가 이루어지고는 있으나 이는 식물플랑크톤과 어류 등 수서생물상의 감소만 다루고 있을 뿐, 수서 생태계의 종 다양성 등 종합적인 연구는 아직 전무한 실정이다.
낙동강물환경연구소 신찬기 소장은 “골재채취로 훼손된 강의 생태계가 회복되려면 20년의 세월이 필요하다”며 “외국에서는 하천 내 골재채취를 금지하거나 매우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강보다 강수량 400mm 적어 = 낙동강은 구조적으로 오염에 취약한 조건에 놓여 있다. 하류인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된 한강과는 달리 낙동강유역에는 중·상류부터 많은 사람들이 산다.
특히 구미와 대구부터는 도시지역 뿐 아니라 농촌지역도 심각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낙동강 오염의 중심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낙동강 제방 안 하천부지를 점령한 시설재배용 비닐하우스들은 1년에 최고 6회까지 농작물을 생산한다. 이런 시설들은 엄청난 비료와 관개용수를 소모한다.
각종 비료에서 녹아나오는 ‘질소’와 ‘인’도 낙동강의 부영양화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인의 경우, 고도처리가 아닌 일반적인 하수처리과정을 거치면 부영양화가 더 빨리 진행된다는 점에서 자연친화적인 농사법이 시급한 시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낙동강변 경작지에서는 가축분뇨를 액비나 고형분 형태로 사용하는 지역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뿌려진 축분비료는 큰비가 오면 그대로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오염원이 많은 낙동강 수질에서 가장 큰 변수는 ‘수량’이다. 특히 갈수기에는 상류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안동댐과 임하댐 방류수)의 양이 수질을 크게 좌우한다.
그런데 낙동강 상류지역은 백두대간과 낙동정맥 사이에 숨어 있어 한강유역에 비해 연간 강수량이 400mm 정도 적다. ‘낙동강특별법’으로 많은 제약을 받게 되는 상류지역 주민들이 이 법에 손을 들어 준 것도 낙동강이 갖고 있는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똥물은 좋다. 독극물만 내려보내지 마라” = 낙동강을 따라가며 보라. ‘안동 똥물 대구 먹고, 대구 똥물 부산 먹는다’는 옛 어른들의 농담이 그대로 현실로 다가온다. 낙동강 페놀사건과 일사다이옥산 등 각종 유해물질 파동 이후 요즘 부산 사람들은 이 농담을 “똥물은 좋다. 독극물만 내려보내지 마라”로 바꾸었다고 한다.
부산은 낙동강 최종취수지인 매리와 물금취수장을 통해 전체 상수원수의 90% 이상을 공급받는다. 여름철이면 이틀이 머다하고 녹조현상이 발생하는 이곳의 정수과정은 중부권의 취수장과는 다르다. 염소와 오존, 입상활성탄을 정수과정에 첨가시켜야 마실 수 있는 물이 만들어진다.
부산의 시인 이동순은 낙동강을 이렇게 노래한다.
… 탁한 강물을 마셔서/ 마음조차 흐려진 이곳 강 유역의 주민들은 … 밤마다 그들의 목을 휘감아오는/ 저 차고 무거운 쇠사슬이/ 사실은 죽은 강줄기의 망령임을/ 소스라쳐 깨어서도 눈치채지 못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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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밀양 부산 = 글 사진 전호성 남준기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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