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마당-주민소환법 개정 논란 부상

‘양날의 칼’ 주민소환법

지역내일 2007-08-27
전국시군구협의회 “청구사유 제한해야 남발 방지”
시민단체 “청구사유 제한, 제도 유명무실화 초래”

주민소환제 개정 논의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5월 처음 실시된 주민소환제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등 선출직 지방공직자에 대한 주민의 직접적인 견제장치로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관련법에 청구사유에 대한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아 주민소환이 남발되고 지역이기주의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도의 유명무실화를 우려해 개정 논의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봇물 터진 주민소환 움직임 =전국 지자체들이 주민소환제 실시로 들썩이고 있다. 김황식 경기도 하남시장과 시의원 3명에 대한 주민소환이 지난 8월 결정된데 이어 전국 10여 곳에서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을 소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하남시 이외에 청구인대표자증명서를 교부한 곳은 서울 강북구와 노원구 2곳이다. 이밖에 충남 부여군의원 3명에 대한 주민소환 대표자 신청이 이뤄졌으며, 조용수 울산중구청장,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오현섭 전남 여수시장, 홍건표 경기도 부천시장, 이효선 경기도 광명시장, 심의조 경남 합천군수 등에 대한 주민소환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전국 최초로 주민소환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경기도 하남시는 주민소환청구 서명부 대리 서명과 관련, 고발이 난무하는 등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소환에 반대하는 측은 화장장 유치라는 정책문제로 주민소환운동을 펼치는 것은 문제라는 반면, 주민소환을 추진하는 측은 ‘시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시장이 정책결정을 한 것은 충분한 청구사유가 된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하남시의 주민투표 결과는 늦어도 10월초에는 투표가 실시된다. 투표가 발의되면 결과가 공표될 때까지 시장의 권한은 정지된다.

◆법 개정논의 부상 = 이처럼 주민소환 움직임이 전국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개정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발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등은 27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정책토론회를 열고 “청구사유를 제한하지 않으면 주민소환이 남발되고 지역이기주의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높다”면서 “제도개선을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임인배 의원은 주민소환의 청구사유를 제한하는 내용의 주민소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임승빈 교수(명지대)는 발제를 통해 “주민소환제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정당한 정책적 판단조차 소환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청구사유를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상우 청주시장은 토론을 통해 “지역의 중요한 정책사업도 지역주민의 이익에 다소 반한다는 이유에서 무조건적인 반발하는 역작용을 불러오고 있다”면서 “청구요건을 강화해야 행정력 낭비와 예산낭비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개정논의에 반발 =그러나 주민소환법 개정 움직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최근 행정자치부는 “현행 제도에도 소환의 남용 등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면서 “결과에 대한 심층적 분석이 필요하다”고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
시민단체들도 개정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최인욱 함께하는 시민행동 예산감시국장은 “주민소환은 본질적으로 정치적 절차”라며 “선거와 마찬가지로 다수 유권자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면 되는 것이지 다른 제한을 두는 것은 타당치 않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이어 “사유를 협소하게 정하거나 해석할 경우 사법적 처리대상인 위법행위 등 이외에는 소환을 할 수 없게 돼 사실상 주민소환제는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범택 기자 durumi@naeil.com

주민소환제도 보완 시급히 서둘러야
주 용 학 전국시군구협의회 수석전문위원

주민소환제 도입으로 지역주민의 직접적인 참정권이 강화되고 지방자치단체장의 자의적 권한행사와 지방의회의 비효율적·비합리적 운영 등에 대한 견제장치가 마련되었다.
그러나 현행 주민소환제도는 근거법인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에 주민소환투표 청구사유를 명시하지 않고 있어 여기저기서 해당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에 대한 주민소환이 봇물처럼 제기되는 등 많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주민소환 남발 우려
최근 경기도 하남시의 사례에서 보듯이 광역화장장 유치라는 지역의 정책사업에 대해 혐오시설이라는 이유만으로 지방행정기관이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칠 틈도 주지 않고 곧바로 시장과 시의원에 대한 주민소환으로 이어지는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 서울 강북구는 아파트 재개발사업과 관련하여 해당 관청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구청장에 대한 주민소환을 추진하는 등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주민소환이 남발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리고 주민소환의 청구자격과 관련, 아무런 법적 제한을 두지 않아 지난 선거에서 경쟁하여 낙선한 정당과 정치인들은 일부 시민단체와 합세하여 주민소환을 부추기고 앞장서는 등 경쟁자의 정치적 선전이나, 낙선자에 의한 보복 등으로 인해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다수의 주민이 선출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소수 주민에 의해서 그것도 주민소환이 결정되기 이전에 선출직 지방공직자의 직무를 정지하고 권한을 대행하도록 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으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며, 형법에서 보장하는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위반된다.
이와 같이 주민소환이 결정되기 이전에 선출직공직자의 직무를 정지하고 권한을 대행하도록 하는 것은 지역 내 정치적 혼란을 증폭시키고 장기간의 지방행정의 공백이 초래됨으로써 결국 그 피해는 주민에게 돌아간다.
주민소환이 실패하는 경우에도 현행법에서는 주민소환투표관리경비 전액을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은 열악한 지방재정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무책임하고도 무분별한 주민소환이 남발될 우려가 크다. 따라서 이러한 현행 주민소환제도가 여러 가지 문제를 지니고 있기에 이를 개선·보완하기 위한 법 개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청구사유 법에 명시해야
법 개정을 위한 기본 방향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주민소환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행정적, 형사적 통제방법이 없는 무능이라든지 정책의 비효율성, 지방정책의 총체적 실패 등의 경우에 대하여 주민소환을 할 수 있도록 청구대상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즉 미국 캘리포니아처럼 ‘직권남용, 의무불이행, 무능과 비효율, 공약위반과 불이행, 임무수행의 오류와 태만, 신체적 또는 정신적 적합성의 결여 등의 청구사유를 법에 명시’하거나 국가의 주요 시설설치 사업의 경우 예외로 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그리고 주민소환 청구자격의 제한규정이 법적으로 미비하여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이 높은 ‘앞으로 선거에 출마할 사람’뿐만 아니라 ‘기존 선거에 출마하였던 사람’에 대해서도 주민소환 청구자격을 제한하는 등 청구자격 제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방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직무정지 및 권한대행 관련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주민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주민소환투표가 무효 내지 부결되는 경우 청구권자에게도 일정부분의 비용을 분담하도록 하는 등 현행법의 미비점을 보완하여 주민소환제가 정치적으로 오·남용되지 않고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타당성 없고 성급한’ 청구제한 주장
최 인 욱 함께하는시민행동 예산감시국장

주민소환제는 국민의 직접참정권을 대폭 강화시켜 지방자치를 명실공히 주민에 의한 자치, 즉 참여자치로 발전시키는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는 제도이다.
그런데 이러한 제도가 시행되자마자 오·남용 우려가 크다며 소환을 쉽게 할 수 없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경기도 하남시의 사례가 광역화장장 건설 반대로 인해 촉발되었음을 근거로 주민소환이 혐오시설 기피 등 사적 이익을 강요하기 위한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시행하기도 전에 후퇴 논의하나
나는 갓 태어난 이 제도를 제대로 시행해 보지도 않고 후퇴시키자는 것은 너무 성급하며, 자칫 제도 자체를 사장시킬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주민소환의 사유를 특정한 경우로 제한하는 것은 제도의 본래 취지와 성격에 맞지 않고 실효성도 없을 뿐 아니라 다수 주민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어야 할 소환 여부를 사법적 판단에 맡기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
주민소환은 본질적으로 정치적 절차이다. 선거와 마찬가지로 다수 유권자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면 되는 것이지 다른 제한을 두는 것은 타당치 않다. 앞서 주민소환제를 시행하고 있는 다른 나라에서도 대부분 사유를 제한하고 있지 않거나 소수 제한이 있는 경우에도 규정을 폭넓게 해석하기 때문에 사실상 ‘사유를 명시할 것’을 요구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즉 설사 법에 사유를 규정하는 경우라 해도 최대한 폭넓게 정하거나 규정을 전향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사유제한 규정을 둔다 해도 그 내용은 추상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실제 사유제한을 주장하는 이들이 원하는 주민소환 억제 효과를 거둔다는 보장도 없다. 외국 입법례를 보면 불법행위, 권한남용, 무능력, 직무태만, 도덕적 해이 등을 사유로 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규정에 맞게 사유를 써내는 것이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닐듯하다.
결국 사유제한 규정을 두게 되면 소환청구 사유의 적법성을 심사하는 권한이 누구에게 주어지는가라는 문제가 핵심이 된다. 소환사유를 제한하게 되면 주민이 제시한 청구사유가 적법한가 아닌가를 행정부 및 사법부가 최종 판단하게 될 수밖에 없다. 법에 정한 사유에 맞지 않는 청구는 인정할 수 없다고 정하는 순간 소환청구인이 밝히는 사유가 진실한가, 적법한가를 가리는 행정절차가 생길 수밖에 없고, 나아가 이러한 행정심의기구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당사자들이 이에 불복하여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부분의 소환청구는 최종적으로 법원에서 적법성 여부를 판단 받게 되고 말 것이다.

청구사유 적법성 누가 판단하나
지금도 주민소환은 소환투표 청구 때 지역 유권자 10~20%의 서명을 받아야 하고 소환투표에서 3분의 1 이상의 투표율과 그중 과반수의 소환 찬성표가 나와야만 소환이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
또한 임기 시작 후 1년간, 임기 만료 전 1년간, 즉 4년 임기 중 2년간은 소환청구 자체가 금지되어 있다. 주민소환보다 조건이 약한 주민투표의 경우에도 제도 시행 후 3년이 넘도록 단 1건도 주민의 청구에 의해 투표가 이루어진 적이 없다. 엄청난 수의 주민 서명 등 법적 요건을 채우기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금의 주민소환법도 주민들에게 소환을 하려면 대단히 어려운 조건을 충족하라고 요구하고 있어 이대로라면 자칫 제도가 사문화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될 지경이다. 여기에 사유제한 등 주민의 활발한 의사표현을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조건을 덧붙인다면 애써 도입한 주민소환제가 싹부터 짓밟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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