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은 끝나지 않았다
6년 전인 2001년 9월11일. 뉴욕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에 여객기 2대가 차례로 부딪쳤고 곧이어 그 거대한 미국의 상징물들이 차례로 무너져 내리던 광경을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비행기로 그 거대한 빌딩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도, 그 엄청난 빌딩들이 여객기의 육탄공격으로 산산조각이 날 수 있다는 것도 9·11이전에는 아마 그 누구도(오사마 빈 라덴을 제외하면)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6년의 세월이 흘렀으나 ‘9·11’은 방황을 계속하고 있다. 무고한 민간인 2995명의 사망자를 낸 그 엄청난 테러의 주범 빈 라덴은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있고 피해자인 미국과 부시대통령은 깊은 좌절의 수렁에 빠져있다.
빈 라덴은 지난 7일 알 자지라 방송을 통해 “미국은 겉은 강해보이지만 사실은 약하다”면서 이라크전쟁을 끝내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알 카에다가 미국에 대한 전쟁과 미국인 살상행위를 더욱 가속화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이 이슬람을 수용하는 것이라고 비아냥댔다. 반면 미국은 9·11 6주년에 침묵했고 빈 라덴의 비아냥에도 대꾸하지 않았다.
가해자가 큰소리치는 현상은 왜?
이런 기이한 현상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첫째로는 세계가 9·11의 악몽에서 깨어나면서 알 카에다 테러의 원인을 미국이 제공하고 있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돼 간 데 있다. 아랍세계에 민주적인 이슬람 신정국가를 건설하려는 꿈을 갖고 있는 알 카에다를 중심한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에게 미국은 적이 아닐 수 없다. 미국과 영국은 전후 중동에 기독교 국가인 이스라엘을 세웠고 미국은 이후 일방적으로 친이스라엘 정책을 견지하고 있다. 석유자원 확보에 급급한 미국은 이란의 백색독재를 지원했으며 미국은 지금도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부패하고 무능한 왕정들을 후원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걸핏하면 주창하고 있는 ‘민주주의 확산’에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미국은 90년 걸프전을 빌미로 사우디에 미군을 주둔시킨 이래 지금까지 철군하지 않고 있다. 알 카에다는 이를 이슬람을 겁박하는 서구의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더구나 사우디에 있는 미군은 이슬람의 메카 바로 인근에 주둔하고 있다. 이슬람은 이를 ‘참을 수 없는 모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음으로는 9·11 이후 미국의 대응이 지나치게 일방적이고 무모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9·11 직후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해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리고 친미정권을 세웠다.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한 명분은 9·11의 주범 빈 라덴이 숨어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는데 미국은 거기서 빈 라덴을 찾아내지 못했다.
미국은 이어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일거에 무너뜨렸다. 이라크 침공의 명분은 후세인 정권이 핵을 비롯한 다량의 대량살상무기(WMD)를 보유하고 있으며 알 카에다를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침공명분의 증거로 제시됐던 미국 CIA의 각종 정보는 조작된 것이었음이 밝혀졌다.
미국이 힘의 한계 알 때 더 많은 평화가
군사적으로 승승장구했던 미국은 2004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채택한 공화당 강령에서 미국의 단독행동주의를 강조하고 미국은 UN 등 국제기구보다 우위에 있으며 미국은 국제법의 구속을 받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오만이 어디까지 갔었는가를 웅변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미국의 군사력은 전세계를 몇 번이나 잿더미로 만들 수 있을 만큼 거대하다. 그런 미국이 알 카에다 같은 한낱 테러집단에 농락을 당하고 있다. 그것은 세계가 변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일방주의가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전쟁학을 전공한 이춘근씨는 인터넷 등 과학기술의 발달은 세계에 흩어져 있는 다윗(테러리스트)들이 첨단무기로 무장한 골리앗(미국)을 돌멩이(재래식 무기)로 공격이 가능토록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같은 군사대국도 도덕성을 상실하면 힘을 잃게 된다는 진실을 미국이 간과한 데 있다. 세계는 이미 어느 한 국가의 일방주의를 용납하지 않을 만큼 민주화 돼 있다. 미국이 스스로 자기 한계를 알고, 변화된 세계를 바로 인식할 때 세상은 한결 평화스러워 질 것이다.
임춘웅 객원 논설위원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6년 전인 2001년 9월11일. 뉴욕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에 여객기 2대가 차례로 부딪쳤고 곧이어 그 거대한 미국의 상징물들이 차례로 무너져 내리던 광경을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비행기로 그 거대한 빌딩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도, 그 엄청난 빌딩들이 여객기의 육탄공격으로 산산조각이 날 수 있다는 것도 9·11이전에는 아마 그 누구도(오사마 빈 라덴을 제외하면)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6년의 세월이 흘렀으나 ‘9·11’은 방황을 계속하고 있다. 무고한 민간인 2995명의 사망자를 낸 그 엄청난 테러의 주범 빈 라덴은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있고 피해자인 미국과 부시대통령은 깊은 좌절의 수렁에 빠져있다.
빈 라덴은 지난 7일 알 자지라 방송을 통해 “미국은 겉은 강해보이지만 사실은 약하다”면서 이라크전쟁을 끝내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알 카에다가 미국에 대한 전쟁과 미국인 살상행위를 더욱 가속화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이 이슬람을 수용하는 것이라고 비아냥댔다. 반면 미국은 9·11 6주년에 침묵했고 빈 라덴의 비아냥에도 대꾸하지 않았다.
가해자가 큰소리치는 현상은 왜?
이런 기이한 현상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첫째로는 세계가 9·11의 악몽에서 깨어나면서 알 카에다 테러의 원인을 미국이 제공하고 있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돼 간 데 있다. 아랍세계에 민주적인 이슬람 신정국가를 건설하려는 꿈을 갖고 있는 알 카에다를 중심한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에게 미국은 적이 아닐 수 없다. 미국과 영국은 전후 중동에 기독교 국가인 이스라엘을 세웠고 미국은 이후 일방적으로 친이스라엘 정책을 견지하고 있다. 석유자원 확보에 급급한 미국은 이란의 백색독재를 지원했으며 미국은 지금도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부패하고 무능한 왕정들을 후원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걸핏하면 주창하고 있는 ‘민주주의 확산’에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미국은 90년 걸프전을 빌미로 사우디에 미군을 주둔시킨 이래 지금까지 철군하지 않고 있다. 알 카에다는 이를 이슬람을 겁박하는 서구의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더구나 사우디에 있는 미군은 이슬람의 메카 바로 인근에 주둔하고 있다. 이슬람은 이를 ‘참을 수 없는 모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음으로는 9·11 이후 미국의 대응이 지나치게 일방적이고 무모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9·11 직후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해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리고 친미정권을 세웠다.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한 명분은 9·11의 주범 빈 라덴이 숨어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는데 미국은 거기서 빈 라덴을 찾아내지 못했다.
미국은 이어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일거에 무너뜨렸다. 이라크 침공의 명분은 후세인 정권이 핵을 비롯한 다량의 대량살상무기(WMD)를 보유하고 있으며 알 카에다를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침공명분의 증거로 제시됐던 미국 CIA의 각종 정보는 조작된 것이었음이 밝혀졌다.
미국이 힘의 한계 알 때 더 많은 평화가
군사적으로 승승장구했던 미국은 2004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채택한 공화당 강령에서 미국의 단독행동주의를 강조하고 미국은 UN 등 국제기구보다 우위에 있으며 미국은 국제법의 구속을 받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오만이 어디까지 갔었는가를 웅변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미국의 군사력은 전세계를 몇 번이나 잿더미로 만들 수 있을 만큼 거대하다. 그런 미국이 알 카에다 같은 한낱 테러집단에 농락을 당하고 있다. 그것은 세계가 변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일방주의가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전쟁학을 전공한 이춘근씨는 인터넷 등 과학기술의 발달은 세계에 흩어져 있는 다윗(테러리스트)들이 첨단무기로 무장한 골리앗(미국)을 돌멩이(재래식 무기)로 공격이 가능토록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같은 군사대국도 도덕성을 상실하면 힘을 잃게 된다는 진실을 미국이 간과한 데 있다. 세계는 이미 어느 한 국가의 일방주의를 용납하지 않을 만큼 민주화 돼 있다. 미국이 스스로 자기 한계를 알고, 변화된 세계를 바로 인식할 때 세상은 한결 평화스러워 질 것이다.
임춘웅 객원 논설위원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