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시급한 이자제한법 부활
김영호/시사평론가
IMF 사태는 결국 많은 사람들을 가난하게 만들었다. 구조조정이란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동안 무수한 일자리가 사라졌다. 일터를 잃지 않았더라도 봉급은 줄었는데 세금은 늘었고 물가는 오른다. 전세가 월세로 바뀌어 생돈이 들어간다. 돈 나올 구멍이 없으니 결국 느는 것은 빚 뿐이다. 황사가 자욱한 4월의 잿빛 하늘만큼이나 앞날이 침침하다.
구조조정이란 태풍이 분 지도 3년이 지났지만 잠잠할 줄 모른다. 50대를 싹쓸이하고도 분을 못삭였는지 이제는 40대가 퇴출의 과녁이 되고 말았다. 나이가 무슨 죄인지 살아남은 사람들은 흰머리를 감추느라고 눈치보기 바쁘다. 더러는 주름제거 수술도 한다니 서글프다. 40, 50대 실업자가 지난 2월말 36만명으로 넉달새 40%나 늘었다. 50대 후반의 소득이 98년 10.2%, 99년 1.7% 등으로 2년연속 줄었다. 자녀교육에다 혼인으로 돈 쓸 데가 가장 많은 시기에 직장에서 쫓겨난 성장의 주역들이 방황한다.
실직가장이 많다보니 대학에 휴학생이 크게 늘어나 4년만에 졸업하는 학생이 드물다. 취직이 어려우니 졸업을 미루기도 한다. 수십군데에 원서를 내고 재수, 삼수를 해도 취직이 가망 없으니 허드레 일도 마다 않는다. 그마저도 쉽지 않아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에 몰린다. 지난해 수도권 순유입인구 15만2백명의 70.6%가 20대다. 벌이가 없으니 신용카드라도 만들어 쓰고 본다. 신용불량자로 몰린 20대가 33만명이 넘는다.
봉급생활자도 귀족, 노예로 양극화 현상
같은 봉급생활자라도 신분차이가 하늘과 땅이다. 연봉제라고 해서 억대를 버는 귀족월급쟁이들이 탄생하여 만세를 부르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비정규직이라는 노예월급쟁이들이 신음하고 있다. 신분보장 없는 비정규직이 임금노동자의 절반 이상으로 늘어났다. 그나마 취업난이 악화되면서 차별대우가 갈수록 심해지고 언제 정리해고될지 모르는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소득이 면세점 이하인 과세미달자가 99년말 387만명으로 98년에 비해 80만명이나 증가했다. 임금격차가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을 보인다.
저금리가 많은 사람들을 울리고 있다. 이자소득세와 물가상승률을 빼면 실질이자율이 0%수준이다. 집주인의 입장에서 전세보증금을 받아도 이자소득을 기대할 수 없다. 전세가 월세로 빠르게 바뀐다. 최근의 임대경향은 80% 이상이 월세이고 소형일수록 그 비율이 높다. 월세이자율도 은행금리의 2~4배나 된다. 몇년전에만 해도 전세보증금만 있으면 주거비는 잊고 살았다. 그런데 이제는 봉급의 몇십%가 월세로 나간다. 집없는 고통을 절감한다.
전세로 살 때는 젊은 부부들이 내집 마련의 꿈을 키웠다. 생활비를 쪼개서 저축하는 재미도 있었는데 그 돈이 이제는 월세로 빠져나간다. 애들이 크면서 과외비니 학습비니 하는 사교육비로 매달 수십만원이 들어간다. 저축여력도 없지만 저축해도 저금리로 재산증식에 도움이 안된다. 내집 마련의 꿈은 무지개 마냥 멀어진다. 이사철만 되면 더 싼 셋집을 찾아 변두리를 헤매는 철새가족 신세다. 이러니 주택경기가 살아날 리 없다.
이자수입으로 먹고 살던 퇴직자들이 이제는 원금을 까먹는 판이다. 연리 6%로 치면 2억원을 예금해 봤자 세후이자가 월80만원을 겨우 넘는다. 20~30년은 더 살아야 하는데 곶감 빼먹듯 하자니 눈앞이 캄캄하다. 퇴직금을 눈먼 돈으로 보는 사기꾼들이 판친다. 고리를 준다는 유혹에 솔깃하여 사기피해가 잇따른다. 다단계판매를 하면 앉아서 돈번다는 꾐에 빠져 덤터기를 쓴다. 주식투자해서 날리고 요행을 믿고 복권도 사보지만 꽝만 나온다.
실업증가→소득감소→부채증가→상환불능으로 이어지면서 가계가 집단파산하고 있다. 작년말 가계부채는 330조원으로 98년보다 22.1%나 증가했다. 지급이자만도 39조9200억원으로 가구당 269만원 꼴이다. 당장 생계를 꾸릴 수 없으니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아쓰고 빚내서 빚 갚는다.
신용불량자가 최근에는 264만명으로 97년보다 무려 38.4%나 늘어났다. 경제활동이 왕성한 30, 40대가 전체의 63.1%를 차지한다. 중산층이 급속히 붕괴되고 있다는 뜻이다.
신체포기각서 등장시킨 악덕사채업 기승
이러니 악덕사채업자들이 기승을 부린다. 이자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고 회수수법도 살인적이다. 동산이나 부동산의 포기각서를 쓰도록 하고 공증을 받아 놓았다가 재산을 가로챈다. 신체포기각서라는 것이 등장하여 20대 여자를 팔아넘기는 판이다. 예를 들어 급전 100만원을 빌리면 열흘에 선이자 10~30%를 떼고 나머지를 준다. 돈을 갚으려고 해도 연락이 안된다. 배꼽이 배보다 크듯이 빚이 불어나면 나타나서 자동차 따위를 뺏어간다.
중산층이 파괴되면서 사회구조가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으로 양분되어 버렸다. 중산층의 공동화(空洞化)는 사회의 급진화를 촉진하는 정치적-사회적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그런데 정치권은 해괴한 논리를 내세워 이자제한법 부활과 월세이자율 제한을 외면한다. 그러면서 입만 열면 서민보호 따위를 되뇌인다.
김영호/시사평론가신문로>
김영호/시사평론가
IMF 사태는 결국 많은 사람들을 가난하게 만들었다. 구조조정이란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동안 무수한 일자리가 사라졌다. 일터를 잃지 않았더라도 봉급은 줄었는데 세금은 늘었고 물가는 오른다. 전세가 월세로 바뀌어 생돈이 들어간다. 돈 나올 구멍이 없으니 결국 느는 것은 빚 뿐이다. 황사가 자욱한 4월의 잿빛 하늘만큼이나 앞날이 침침하다.
구조조정이란 태풍이 분 지도 3년이 지났지만 잠잠할 줄 모른다. 50대를 싹쓸이하고도 분을 못삭였는지 이제는 40대가 퇴출의 과녁이 되고 말았다. 나이가 무슨 죄인지 살아남은 사람들은 흰머리를 감추느라고 눈치보기 바쁘다. 더러는 주름제거 수술도 한다니 서글프다. 40, 50대 실업자가 지난 2월말 36만명으로 넉달새 40%나 늘었다. 50대 후반의 소득이 98년 10.2%, 99년 1.7% 등으로 2년연속 줄었다. 자녀교육에다 혼인으로 돈 쓸 데가 가장 많은 시기에 직장에서 쫓겨난 성장의 주역들이 방황한다.
실직가장이 많다보니 대학에 휴학생이 크게 늘어나 4년만에 졸업하는 학생이 드물다. 취직이 어려우니 졸업을 미루기도 한다. 수십군데에 원서를 내고 재수, 삼수를 해도 취직이 가망 없으니 허드레 일도 마다 않는다. 그마저도 쉽지 않아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에 몰린다. 지난해 수도권 순유입인구 15만2백명의 70.6%가 20대다. 벌이가 없으니 신용카드라도 만들어 쓰고 본다. 신용불량자로 몰린 20대가 33만명이 넘는다.
봉급생활자도 귀족, 노예로 양극화 현상
같은 봉급생활자라도 신분차이가 하늘과 땅이다. 연봉제라고 해서 억대를 버는 귀족월급쟁이들이 탄생하여 만세를 부르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비정규직이라는 노예월급쟁이들이 신음하고 있다. 신분보장 없는 비정규직이 임금노동자의 절반 이상으로 늘어났다. 그나마 취업난이 악화되면서 차별대우가 갈수록 심해지고 언제 정리해고될지 모르는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소득이 면세점 이하인 과세미달자가 99년말 387만명으로 98년에 비해 80만명이나 증가했다. 임금격차가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을 보인다.
저금리가 많은 사람들을 울리고 있다. 이자소득세와 물가상승률을 빼면 실질이자율이 0%수준이다. 집주인의 입장에서 전세보증금을 받아도 이자소득을 기대할 수 없다. 전세가 월세로 빠르게 바뀐다. 최근의 임대경향은 80% 이상이 월세이고 소형일수록 그 비율이 높다. 월세이자율도 은행금리의 2~4배나 된다. 몇년전에만 해도 전세보증금만 있으면 주거비는 잊고 살았다. 그런데 이제는 봉급의 몇십%가 월세로 나간다. 집없는 고통을 절감한다.
전세로 살 때는 젊은 부부들이 내집 마련의 꿈을 키웠다. 생활비를 쪼개서 저축하는 재미도 있었는데 그 돈이 이제는 월세로 빠져나간다. 애들이 크면서 과외비니 학습비니 하는 사교육비로 매달 수십만원이 들어간다. 저축여력도 없지만 저축해도 저금리로 재산증식에 도움이 안된다. 내집 마련의 꿈은 무지개 마냥 멀어진다. 이사철만 되면 더 싼 셋집을 찾아 변두리를 헤매는 철새가족 신세다. 이러니 주택경기가 살아날 리 없다.
이자수입으로 먹고 살던 퇴직자들이 이제는 원금을 까먹는 판이다. 연리 6%로 치면 2억원을 예금해 봤자 세후이자가 월80만원을 겨우 넘는다. 20~30년은 더 살아야 하는데 곶감 빼먹듯 하자니 눈앞이 캄캄하다. 퇴직금을 눈먼 돈으로 보는 사기꾼들이 판친다. 고리를 준다는 유혹에 솔깃하여 사기피해가 잇따른다. 다단계판매를 하면 앉아서 돈번다는 꾐에 빠져 덤터기를 쓴다. 주식투자해서 날리고 요행을 믿고 복권도 사보지만 꽝만 나온다.
실업증가→소득감소→부채증가→상환불능으로 이어지면서 가계가 집단파산하고 있다. 작년말 가계부채는 330조원으로 98년보다 22.1%나 증가했다. 지급이자만도 39조9200억원으로 가구당 269만원 꼴이다. 당장 생계를 꾸릴 수 없으니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아쓰고 빚내서 빚 갚는다.
신용불량자가 최근에는 264만명으로 97년보다 무려 38.4%나 늘어났다. 경제활동이 왕성한 30, 40대가 전체의 63.1%를 차지한다. 중산층이 급속히 붕괴되고 있다는 뜻이다.
신체포기각서 등장시킨 악덕사채업 기승
이러니 악덕사채업자들이 기승을 부린다. 이자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고 회수수법도 살인적이다. 동산이나 부동산의 포기각서를 쓰도록 하고 공증을 받아 놓았다가 재산을 가로챈다. 신체포기각서라는 것이 등장하여 20대 여자를 팔아넘기는 판이다. 예를 들어 급전 100만원을 빌리면 열흘에 선이자 10~30%를 떼고 나머지를 준다. 돈을 갚으려고 해도 연락이 안된다. 배꼽이 배보다 크듯이 빚이 불어나면 나타나서 자동차 따위를 뺏어간다.
중산층이 파괴되면서 사회구조가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으로 양분되어 버렸다. 중산층의 공동화(空洞化)는 사회의 급진화를 촉진하는 정치적-사회적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그런데 정치권은 해괴한 논리를 내세워 이자제한법 부활과 월세이자율 제한을 외면한다. 그러면서 입만 열면 서민보호 따위를 되뇌인다.
김영호/시사평론가신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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