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문제를 대하는 일부 노조들의 태도가 실망스럽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자발적으로 임금을 동결했던 우리은행노조는 최근 임금협상에서 내년도 임금에 지난해 동결분 2.9%를 더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국민들은 지난해 이 회사 노조가 비정규직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겠다고 했을 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외환위기 이후 심화된 양극화 문제를 노조가 나서 해결하겠다는 모습은 사회적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다른 대기업들도 우리은행노조를 본받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잇달아 모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국 우리은행노조는 급여 얼마를 높이기 위해 ‘진짜 노동자’라는 명예를 버렸다.
기아차노조 대의원들도 사내하청 노동자로부터 등을 돌렸다. 기아차노조는 지난 9일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집행부 사이에 합의한 사내하청노조와의 통합을 논의했다. 하지만 노조대의원들은 조직통합 논의를 ‘없던 일’로 만들었다.
물론 다양한 이해관계에 있는 조합원들의 의견이 서로 다를 수 있고,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조합원・대의원・집행부・위원장 등의 입장차가 클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노조와 기아차노조는 비정규직 문제를 바라보는 국민들에게는 상징적인 존재였다. 더구나 사회적 연대와 단결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노조가 비정규직에 대해 이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상급단체들이 정부와 사용자들을 향해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 노조들의 비정규직에 대한 이기적인 태도는 노동계 주장에 기운을 빼는 일일 뿐만 아니라, 노조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도 떨어뜨린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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