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행훈 칼럼]“보수우익 망령이 배회하고 있다”

지역내일 2007-11-12
“보수우익 망령이 배회하고 있다”
장행훈 (언론인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라틴 아메리카를 제외하고는 세계 도처에서 보수 우익 정권이 늘고 있는 것 같다. 스웨덴에서는 보수정권이 좌파정권을 대체했고 프랑스에서는 우익 정권끼리 바통을 주고받았다. 지금 추세라면 한국도 5주 뒤면 보수 대통령이 탄생할지 모른다. 마르크스의 표현을 빌리면 보수 우익의 망령이 지금 세계를 배회하고 있는 인상이다. 보수 바람은 선거에 이기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좌파 정당들이 ‘집권을 위해서’그 기본원칙마저 포기하게 만들고 있다. 진보 세력은 도처에서 이론의 혼란을 겪는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나타나고 있는 보수 세력의 상승 기류에서는 두 가지 우려되는 현상이 눈에 띈다. 하나는 미국에서처럼 보수 정치세력이 일부 보수 기독교 종파와 ‘동맹’해서 정권교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프랑스에서처럼 거대 언론매체와 특정 정당 후보가 ‘유착’해서 선거 결과를 좌우하고 있는 것이다. 건전한 민주주의 운영을 왜곡시키는 행동이다.

네오콘 이론 정립에 30년 걸려
지금은 세계화시대고 신자유주의가 풍미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보수고 경제적으로는 시장만능주의다. 그러나 1970년대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이 때까지 프랑스에서는 ‘우익’이란 말은 경멸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 30년대 유럽을 휩쓴 파시즘의 폭거와 나치 점령기간에 우익들이 나치에 부역한 ‘과거사’ 때문이었다. 1930년대에 대공황으로 시장제의 파탄을 겪고 뉴딜 정책으로 위기를 넘긴 미국에서도 보수 세력과 대기업들은 국가가 경제에 개입하고 공공영역을 확대하는 ‘케인즈 처방’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음에 안 내키지만 참고 노조와 대화해야 했다. 종교는 정신적인 분야, 양심 분야에만 관심을 갖고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자제했다. 1971년 공화당의 닉슨대통령까지도 ‘나는 케인즈주의자’라고 선언할 정도였다.
그러나 보수 세력들이 그들의 이념을 포기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들은 때를 기다리며 보이지 않게 이념의 칼을 갈았다. 여러 싱크탱크를 조직해서 케인즈 처방을 무력화시키고 시장만능의 신주유주의를 부활시킬 이론을 연구했다. 필요한 자금은 돈 많은 기업들이 갹출했다. 하예크, 프리드만 같은 저명한 학자들이 이론 설계를 맡았다. 이론의 브랜드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이들이 스웨덴 은행에서 받은 상은 노벨경제상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노벨재단에서 수여하는 것이 아니고 ‘노벨을 기념해서’ 스웨덴 은행이 경제학자에게 매년 수여하는 상이므로 엄격한 의미에서 노벨상이 아니다. 네오콘들이 그들의 이론을 선전하기 위해 노벨상의 이름을 도용했다는 비난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1980년대에 들어와 보수주의자들(뉴라이트)은 30년간 싱크탱크에서 연구해온 신자유주의의 현장 실험에 들어간다. 실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케인즈 주의와 일대 접전을 벌여 승리를 과시할 필요가 있었다. 영국의 대처 수상은 1년이 넘는 광부노조의 장기파업을 버티어 냄으로써 ‘철의 여인’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광부들은 명분이 약한 파업을 벌임으로써 대처가 파놓은 함정에 들어가는 우를 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레이건도 항공 관제사들의 파업을 분쇄해서 여론의 격찬을 받았다. 다국적 거대 매체들은 대처와 레이건의 실험 성공을 모든 국가들이 따라야 할 모델로 선전했다.
신자유주의는 작은 정부, 기업우대 정책을 주장한다. 작은 정부는 한 마디로 각자의 일은 각자가 책임지라는 것이다. 강자는 국가 도움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스스로 자립하기 어려운 다수의 약자는 누가 보살펴 줄 것인가. 대처나 레이건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대기업과 부유층 특히 보수 언론의 지지를 받아 크게 성공한 것으로 보도됐지만 서민들이 그 대가를 치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작은 정부의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나 보수 언론이 이 점을 부각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성공의 어두운 이면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종교세력이 정치세력과 ‘동맹’
미국에서는 70년대 중반부터 공화당과 개신교 내 보수파가 ‘동맹’을 맺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기가 없는 부시가 2004년 재선된 것은 이 동맹의 힘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에서 종교와 정치의 동맹은 그 틀이 단단해 보인다. 한국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거대 언론이 공정성을 잃고 이념적으로 마음에 맞는 정당이나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것이다. 언론이 여론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여론조작을 주도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폭스 같은 머독의 텔레비전 방송망이 부시를 일방적으로 지지한다 해서 비난을 받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일부 거대 보수 신문들이 보수 정당을 편파적으로 지지한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언론이 민주주의 운영에 역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언론이 반성하고 경계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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