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葬事) 시설 건립과정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중앙 및 지방정부와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공동으로 가이드라인(원칙)을 만들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다양한 갈등 해소유형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주민 선택권 중심의 장사 정책 도입
화장장 수요 급증 … 보상체계 필요
지난해 전국 평균 화장률은 56.5%였다. 10년 전인 1996년(23.0%)에 비해 2.5배나 증가한 것이다. 화장 수요가 급증하자 중앙정부는 2001년 ‘장사등에 관한법률(이하 장사법)’을 개정해 지자체별로 장사시설 중장기수급계획을 세우도록 했다. 이때부터 지자체들은 화장장 납골당 등 장사시설 건립에 착수했다. 그러나 시설 건립을 추진하는 지자체마다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고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경기 하남시의 경우 단체장 소환까지 추진되는 등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부천시는 인접 서울 구로구와 경계지역에 추모공원 건립계획을 추진하면서 구로구와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두 지역 모두 “주민을 무시한 채 독선행정을 펴고 있다”는 게 주민 반발의 주된 이유다. 부천시는 입지를 발표한 뒤 입지선정의 타당성용역을 발주하는 등 절차적 민주성을 외면한 채 사업을 추진했고, 하남시도 공청회와 주민투표 등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데 그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단체장들은 “지자체 본연의 책무를 이행하는 것”이라며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창현 환경분쟁연구소 소장은 “화장장 입지선정 갈등발생의 일반적 원인은 시설이 한 곳에 들어서지만 시설의 혜택은 분산되는 구조란 점과 추진과정의 공정성 여부와 맞물려 갈등이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절차의 정당성 및 내용의 신뢰성 = 이강원 경실련갈등해소센터 사무국장은 “광역화장장 입지선정의 갈등해결을 위해 과거 미국의 ‘LULUs(Locally Unwanted Land Uses) 갈등해소 가이드라인’처럼 비선호시설 입지선정을 위한 원칙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미국은 1990년대 쓰레기처리장 감옥 오수처리장 등의 입지선정 과정에서 큰 갈등을 겪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영역의 학자 전문가 관료 등이 참여해 14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광범위한 이해관계자 참여구조 형성 △상황의 개선에 대한 인식공유 △합의와 신뢰형성 노력 △문제해결 대안 선택 △건강·환경권 등 안전기준 보장 △공모 등 자발적 입지선정 노력 등의 원칙이 담겨 있다.
보건복지부도 지난해 ‘장사시설확충에 따른 갈등해결 모형연구용역’을 발주, 그 결과를 일선 지자체에 시달했다. 이 용역에서는 주민의 선택권을 인정하고, 보상대책 등의 조건을 마련해 주민과 협상할 것 등을 갈등해소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국장은 “용역내용과 미국 사례 등을 살펴볼 때 신뢰형성, 공동의사결정, 위험제거 및 보상체계, 다양한 대안, 조급한 추진 경계 등의 원칙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절차적 정당성과 내용의 신뢰성을 얻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충남도 15개 지자체가 공동 사용하는 홍성 화장장이나 울산의 광역화장장 유치사례는 이러한 갈등해소 원칙에 충실한 결과, 주민동의를 얻어 성공한 사례로 평가된다. 안산시도 갈등 없는 추모공원 공모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중이다. 안산시는 최근 지역주민들을 상대로 토론회를 갖고 500억원의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추모공원 입지를 공모하고 있다.
◆환경문제 등 제도보완 필요 = 갈등해소를 위한 국가 정책적 차원의 지원과 제도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한나라당 임해규 의원은 지난 6월 “화장장 갈등해소를 위해 정부차원의 실무전담반을 구성하고, 유해물질 배출기준 등 환경대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환경문제와 관련 환경부와 공동으로 용역을 줘 11월중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며 “국민들이 우려하지 않을 수준에서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장사시설 설치지원 TF팀 회의는 지난달 한 차례 개최됐을 뿐 지지부진한 상태다.
보상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법 개정도 필요하다. 경기도는 지난 8월 “화장장 유치 지역에 적극적인 인센티브 지원이 필요하다”며 관계법령 개정을 건의했다.
장사시설 수급계획 수립대상을 국가와 광역단체로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 구로구는 “기초단체마다 장사시설을 모두 짓게 한다면 이웃 지자체와의 갈등만 증폭될 것”이라며 “국가나 광역단체가 수급계획을 종합적으로 수립하고 기초단체는 합동으로 운영·관리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곽태영·선상원·범현주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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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선택권 중심의 장사 정책 도입
화장장 수요 급증 … 보상체계 필요
지난해 전국 평균 화장률은 56.5%였다. 10년 전인 1996년(23.0%)에 비해 2.5배나 증가한 것이다. 화장 수요가 급증하자 중앙정부는 2001년 ‘장사등에 관한법률(이하 장사법)’을 개정해 지자체별로 장사시설 중장기수급계획을 세우도록 했다. 이때부터 지자체들은 화장장 납골당 등 장사시설 건립에 착수했다. 그러나 시설 건립을 추진하는 지자체마다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고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경기 하남시의 경우 단체장 소환까지 추진되는 등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부천시는 인접 서울 구로구와 경계지역에 추모공원 건립계획을 추진하면서 구로구와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두 지역 모두 “주민을 무시한 채 독선행정을 펴고 있다”는 게 주민 반발의 주된 이유다. 부천시는 입지를 발표한 뒤 입지선정의 타당성용역을 발주하는 등 절차적 민주성을 외면한 채 사업을 추진했고, 하남시도 공청회와 주민투표 등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데 그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단체장들은 “지자체 본연의 책무를 이행하는 것”이라며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창현 환경분쟁연구소 소장은 “화장장 입지선정 갈등발생의 일반적 원인은 시설이 한 곳에 들어서지만 시설의 혜택은 분산되는 구조란 점과 추진과정의 공정성 여부와 맞물려 갈등이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절차의 정당성 및 내용의 신뢰성 = 이강원 경실련갈등해소센터 사무국장은 “광역화장장 입지선정의 갈등해결을 위해 과거 미국의 ‘LULUs(Locally Unwanted Land Uses) 갈등해소 가이드라인’처럼 비선호시설 입지선정을 위한 원칙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미국은 1990년대 쓰레기처리장 감옥 오수처리장 등의 입지선정 과정에서 큰 갈등을 겪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영역의 학자 전문가 관료 등이 참여해 14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광범위한 이해관계자 참여구조 형성 △상황의 개선에 대한 인식공유 △합의와 신뢰형성 노력 △문제해결 대안 선택 △건강·환경권 등 안전기준 보장 △공모 등 자발적 입지선정 노력 등의 원칙이 담겨 있다.
보건복지부도 지난해 ‘장사시설확충에 따른 갈등해결 모형연구용역’을 발주, 그 결과를 일선 지자체에 시달했다. 이 용역에서는 주민의 선택권을 인정하고, 보상대책 등의 조건을 마련해 주민과 협상할 것 등을 갈등해소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국장은 “용역내용과 미국 사례 등을 살펴볼 때 신뢰형성, 공동의사결정, 위험제거 및 보상체계, 다양한 대안, 조급한 추진 경계 등의 원칙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절차적 정당성과 내용의 신뢰성을 얻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충남도 15개 지자체가 공동 사용하는 홍성 화장장이나 울산의 광역화장장 유치사례는 이러한 갈등해소 원칙에 충실한 결과, 주민동의를 얻어 성공한 사례로 평가된다. 안산시도 갈등 없는 추모공원 공모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중이다. 안산시는 최근 지역주민들을 상대로 토론회를 갖고 500억원의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추모공원 입지를 공모하고 있다.
◆환경문제 등 제도보완 필요 = 갈등해소를 위한 국가 정책적 차원의 지원과 제도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한나라당 임해규 의원은 지난 6월 “화장장 갈등해소를 위해 정부차원의 실무전담반을 구성하고, 유해물질 배출기준 등 환경대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환경문제와 관련 환경부와 공동으로 용역을 줘 11월중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며 “국민들이 우려하지 않을 수준에서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장사시설 설치지원 TF팀 회의는 지난달 한 차례 개최됐을 뿐 지지부진한 상태다.
보상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법 개정도 필요하다. 경기도는 지난 8월 “화장장 유치 지역에 적극적인 인센티브 지원이 필요하다”며 관계법령 개정을 건의했다.
장사시설 수급계획 수립대상을 국가와 광역단체로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 구로구는 “기초단체마다 장사시설을 모두 짓게 한다면 이웃 지자체와의 갈등만 증폭될 것”이라며 “국가나 광역단체가 수급계획을 종합적으로 수립하고 기초단체는 합동으로 운영·관리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곽태영·선상원·범현주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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