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10년 한국 한국인 어떻게 달라졌나]IMF터널은 통과, 선진국 문턱서 주춤

지역내일 2007-11-20
소득 2만불시대 열었지만 성장동력 갈수록 약화
단기외채 1380억불 환란수준, 저성장 고착화 우려
규제완화·투자확대로 ‘도약하는’ 10년 준비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지 올해로 꼭 10년. 돌이켜 보면 지난 10년은 고통의 세월이었고 극복의 세월이었다.
지난 97년 12월 4일 IMF관리 체제에 들어가면서 내로라하던 대기업과 금융기관이 추풍낙엽처럼 넘어져 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어서‘억’소리 한번 제대로 못냈다. 거리에는 실업자들이 쏟아져 나왔고 지하도엔 노숙자들로 넘쳐 났다. 그렇게 외환위기는 한국을 집어 삼켰다. 그러나 주저앉지 않았다. 금을 모았다. 허리띠도 졸라맸다. 참고 또 참았다. 2년 뒤엔 세계가 놀랄 정도로 단기간에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IMF라는 괴물이 남긴 후유증은 그러나 너무도 컸다. 국민혈세인 공적자금을 집어넣어 어렵게 살아난 기업들은 손 쓸 새도 없이 외국자본에 넘어갔다. 경제 성장동력에 겨우 불을 지폈지만 활활 타오르지 않고 있다. 가계살림은 나아지지 않았고 실업자도 줄지 않았다. 양극화만 심화됐다. IMF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자신할 수 없는 대목이 여전히 많다. 한국경제는 지금 IMF의 어두운 그림자를 벗어나 선진국으로 도약할수 있는냐는 절체절명의 기로에 서 있다.

◆4년만에 IMF체제서 벗어나 = 우리나라는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지 4년도 채 안된 지난 2001년 8월 관리체제로부터 졸업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경제위기를 경험한 국가’라는 이미지를 털고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7000달러대까지 곤두박질쳤던 1인당 국민소득(GNI)은 올해 2만달러 시대를 맞게 된다. 경제성장률은 외환위기 발발 직후인 98년 -6.9%로 뒷걸음질 쳤지만 지난해 5.0%로 4년만에 잠재성장률에 근접한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와 내년에도 5%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국제유가가 오르고 환율은 떨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 수출은 연간 3000억달러를 돌파하면서 세계 11위까지 올라섰다.
외환위기의 직접적인 이유가 됐던 외환보유고는 바닥권에서 해마다 급증하면서 지난달말 기준으로 2600억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안정궤도에 진입했다. 중국, 일본, 러시아, 대만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많은 규모다. 또 97년 이후 최저 300포인트까지 고꾸라졌던 주가는 1000포인트를 넘어서 이젠 2000포인트대까지 넘볼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외환위기로 급전직하했던 국가 신용등급은 북한 변수나 아시아 위기 이후 등급의 디스카운트 등을 고려해도 외환위기 전 수준을 회복했다. S&P는 위기 전 `AA-`보다 2단계 낮은 `A`를 부여하고 있고, 무디스와 피치 등급은 `A2`, `A`로 위기 전에 비해 1단계 낮은 수준이다.
기업들의 재무구조도 크게 좋아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신용평가정보 등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상위 1000대 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지난 97년 347%에서 지난해 83%로 크게 낮아졌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기업 규제가 강화되고 경영환경도 크게 바뀌게 되면서 기업들이 부채비율을 낮추면서 이자부담 등 금융비용이 절감되고, 이는 실적 호조로 이어진 결과다. 그만큼 IMF는 한국경제 체질을 바꾼 보약이 된 셈이다.

◆금융권 판도 대변화 = IMF체제이후 가장 큰 변화로 몸삼을 앓은 곳은 금융권. 금융권은 IMF 외환위기 후 10년간 구조조정, 인수합병(M&A) 등 변화로 몸부림쳤다. 외환위기 전 지방은행을 포함해 30개에 달하던 은행은 외환위기 직후 통폐합이 이뤄져, 2003년 7월 조흥은행이 신한은행에 합병되면서 국민 우리 신한 하나 외환 SC제일 씨티 7개(시중은행 기준)로 줄었다. 구조조정을 위해 은행간 M&A를 촉진하는 정책으로 인해 은행권 판도는 크게 달라졌다.
외환위기 이전 국내 5대 시중은행을 일컫던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는 모두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지거나 외국계은행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외환위기 당시 대기업에 대한 무분별한 여신 지원으로 금융위기의 공범으로 내몰렸던 은행은 2001~2003년 `신용카드 대란` 당시 신용불량자를 양산한 신용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국내 은행권의 체질은 달라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996년 말 472조원(말잔)이던 은행권의 총자산은 2006년말 1394조원으로 3배 규모로 늘어났다. 순이익은 1997년 말 4조원 적자에서 10년만에 13조 3000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특히 7.04%에 불과하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말 12.75%까지 올라왔다.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12.7%에서 0.8%로 개선됐다. 국내 총생산(GDP)에서 금융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0년 6.9%에서 2006년 7.5%로 상승했다. 금융산업이 나라 경제의 성장 동력 중 하나가 된 셈이다.
그러나 이젠 성장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의 자산은 1808억달러로 세계 1위인 바클레이즈의 1조 5915억달러의 9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자산 상위 4개 은행의 총자산은 미국 상위 4개사의 13% 수준이다. 국내 은행의 수익 구조 역시 아직은 취약하다. 전체 수익 중 비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13%로 영국(46%), 미국(45%), 독일(27%) 등과 비교했을 때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통적인 예대마진 수입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새로운 수익원을 아직 발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으로가는 ‘성장통’ =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극복과정은 이처럼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선진국 진입을 앞두고 또다른 성장통을 겪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성장동력이 꺼져가고 있는 것 아니냐며 제2의 위기론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외환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던 단기외채 급증세가 우선 큰 부담이다. 일부에서는 10년 주기의 경제위기 재연설이 나올 정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외채 규모는 1378억9000만달러로 전체 외채의 44.3%에 이른다.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는 점을 고려해도 외환위기 당시인 97년말 단기외채 비율 36.6%보다 7.7%포인트나 높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고 있고 원달러환율은 800원대까지를 코앞에 두고 있는 등 대외변수 악화도 고민스런 대목이다.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부실 우려와 반도체 가격 급락 등 우리 수출을 둘러싼 악재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오고 있는 점은 제2의 위기설을 쉽사리 떨쳐버리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지난 2003년 이후 경제성장률은 5%에 못미치는 점은 더욱 우려스런 징후로 받아들여진다. 2003년 3.1%, 2004년 4.7%, 2005년 4.2%, 2006년 5.0%, 올해 4%대 후반의 경제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어 ‘저성장’이 구조화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높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향후 경제활동인구 급감과 경제성장률의 추가적인 둔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98년부터 흑자행진을 이어온 경상수지도 최근 들어 적자로 돌아설 위기에 처했고 미래성장일꾼인 청년층들의 취업률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는 점도 부담스럽다.
기업부문에서도 최근 몇 년간 설비투자 위축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반면 기업들의 내부유보는 커지고 있는 모습. 실질 경제성장률에도 못미치고 있는 가계의 소득 증가율은 신용카드 대란 극복과 이후 가계대출 부실 우려 등과 맞물려 고질적인 내수 부진을 야기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와관련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한국경제의 좌표를 양적성장, 질적성장, 안정성 등 세가지 기준에서 평가할 때 양적 성장 약화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즉 투자분진에 따른 자본축소, 노동투입 둔화, 매출증가세 약화 등으로 압축되는 양적성장의 약화는 부실기업 정리와 수익성 위주의 경영 등 외환위기 이젠에 비해 개선된 질적성장에도 불구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또 외환위기 초반에는 기업 건전성 제고, 외환보유고 확대 등으로 안정성이 개선됐지만 가계 및 정부 부채부담의 확대로 후반부에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경제는 이제 외환위기 상흔에서 벗어나 새로운 10년을 준비해야 한 단계 도약할 단계”라고 전제한 뒤 “적극적인 규제완화와 신성장 동력 발굴, 서비스부문에 대한 투자확대, 해외진출 지원통한 중소기업 자생력확보 등 성장성을 높이는 방안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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