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없는 어린이 놀이터 위험천만

지역내일 2007-11-07
보호자 없는 어린이 놀이터 위험천만
놀이시설 안전사고 해마다 늘어 … 두명중 한명 ‘혼자’ 놀다 ‘다친 경험’

지난 9월 경남 거제시 신현읍 아파트단지 앞 놀이터에서 놀던 7살 남자 아이가 약 2m 정도 높이에 있는 구름사다리에서 떨어지면서 부상을 당했다.
같은 달 충남 금산군 남이면에서는 한 초등학교 놀이터에서 10살 남자 어린이가 미끄럼틀을 타다 넘어졌다. 아이는 머리 뒷부분을 다쳤고 다행히 119구급대가 응급처치 후 병원으로 옮겼다.
이보다 한달 앞선 8월. 전남 완도군 완도읍 한 마을 놀이터에서 어린이가 울타리에 머리가 끼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남소방서에서 출동해 울타리를 고정하고 있는 볼트를 제거한 뒤에야 구조됐다.
경남 양산시 한 음식점 놀이터에서 부모와 함께 음식점을 찾은 6세 남자아이가 팔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2006 놀이시설 안전사고 307건
그네 타다 다친 아이 가장 많아

놀이기구 사이에 머리나 다리가 끼어 빼내지 못하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미끄러지고…. 어린이를 위한 ‘전용공간’인 어린이놀이터가 어린이들이 주로 다치는 ‘사고지대’가 되고 있다. 공원이나 아파트단지 학교운동장 등 장소를 불문하고 아이들이 주로 찾는 놀이터에서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사고를 입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사고 통계에 따르면 놀이시설을 찾았다가 변을 당하는 아이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 2004년 146건이던 놀이시설 안전사고는 2005년 186건으로 40건 가량 늘더니 지난해에는 307건으로 100건 이상 훌쩍 뛰었다.
한국생활안전연합에 따르면 어린이 두명 중 한명 이상(57.8%)이 놀이터에서 다친 경험이 있다. 가장 많이 다친 경험이 있는 놀이시설물은 그네로 28.6%에 달했고 미끄럼틀(20.0%)과 복합놀이시설물(17.1%) 회전체(7.6%)가 뒤를 이었다.
다친 아이들 중 절반 가량(45.5%)은 높은 곳에서 떨어졌고 놀이기구에 긁힌 경우도 5명 중 한명 가량(18.0%)이었다. 딱딱한 곳이나 모서리 등에 부딪친 사고도 비슷한 수준(17.0%)이었고 미끄러지거나(15.0%) 손가락이나 발가락 등이 끼이거나 빠져서 다친 경우(5.0%)도 많았다.

안전하지 못한 놀이기구 62.7%
82.9%는 충격완화장치 부적합

놀이시설 안전사고는 놀이터와 놀이기구 안전 정도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한국생활안전연합이 2005년 서울시내25개 자치구 300세대 이내 아파트 151곳 어린이놀이터에 대한 안전실태를 조사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놀이기구 18.8%가 최대 높이 2.5m를 초과 어린이들에게 위험했다. 바닥 표면은 대부분 모래(79.5%)와 고무매트(13.2%)로 충격완화장치가 돼있었다. 그러나 어린이가 추락할 때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두께가 최소 30cm 이상 되어야 하지만 82.9%가 적합하지 않았다. 충격 완화장치가 정작 아이들을 위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시늉만 내고 있는 셈이다. 특히 모래바닥은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모래가 돌처럼 굳어 충격 흡수재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학령기 이전 아동(2~7세)과 초등학생 놀이공간이 구분되지 않아 안전사고 위험이 높은 놀이터는 네곳 중 세곳(74.5%)이었고 놀이기구 62.7%가 안전하지 못했다. 철재 놀이기구는 녹슨 곳이 많고 목재는 부서지거나 일부 없어지거나 부패, 플라스틱은 깨진 곳이 많았다
72.3% 놀이기구가 표면에 녹이 슬고 깨져

철재시설 납농도 미국 기준치 45배
보호자 주의가 ‘안전한 놀이터’ 기본

어린이 놀이터는 위생에서도 문제를 드러냈다. 지난 5월 환경부에서 실시한 어린이놀이터 유해물질 노출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철재놀이시설 표면 페인트 납 농도 2만7200mg/kg으로 미국 기준치(600mg/kg)보다 45배나 높았다.
도시와 농어촌 10개 지역 64개 실외놀이터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전반적으로 유해물질 비중이 높았다. 방부목재 놀이시설의 경우 구리 661mg/kg, 크롬 1115mg/kg, 비소 894mg/kg이 검출됐다.
한국생활안전연합이 151개 놀이터 가운데 31곳 모래를 수거해 기생충 검사를 한 결과 비위생적인 곳이 61%에 달했다. 독일은 놀이터 모래교체만 전담하는 업체들이 있어 지방정부와 계약, 2년에 한번씩 모래를 교체하고 소독 등 전반적인 안전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보호자다. 아무리 안전한 어린이 놀이터라도 안전하지 않게 노는 데서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위 조사결과에서도 놀이터에 어른이 있는지 물었지만 전체 55.7%만 보호자가 있다고 답했다. 사고경험률이 57.8%이니 엇비슷하게 맞아떨어진다. 서구의 학교나 보육시설 놀이터는 쉬는 시간, 교사가 지켜보지 않을 때는 개방하지 않는 점도 새길 만하다. 정미라 경원대학교 교수는 “놀이터에 입장할 때 어른들이 항상 동행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적인 의식전환 캠페인이나 가능한 규제방안이라도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산자부 어린이놀이터 설치기준 제시
내년부터 바닥재 중금속검사 의무화

내년 1월부터는 어린이 놀이터 설치기준이 강화된다. 산자부가 8월 입안예고한 ‘어린이 놀이시설 설치기준(안)’에 따르면 새로 어린이 놀이터를 만드려면 뛰어놀다 떨어져도 사고를 방지할 수 있도록 놀이터 바닥을 모래나 고무 등 일정 수준의 충격에 견딜 수 있는 바닥재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또 바닥에 모래를 깔 경우 납 크롬 카드뮴 수은 등 8가지 중금속 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놀이터 내에 사용 연령과 사용상 안전수칙 등을 표시하고 그네 등 놀이기구에 필요한 최소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이미 설치된 어린이 놀이터는 4년 이내에 새로 제정될 설치기준 적용을 받아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법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어떤 유형의 어린이 놀이시설이 전국에 몇 개나 있는지 정확한 숫자 파악도 안돼있다. 2005년 말 현재 9만8171개라는 자료는 민간단체가 조사한 추정치다. 이정희 서울시 아동팀장은 “놀이시설에 따라 관련 법과 관리·감독 주체가 제각각이라 현장에서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 어린이놀이시설은 5개 부처 6개 법령에 의해 분산 관리되고 있다. 백화점 고속도로휴게소 음식점 병원 등에 있는 어린이 놀이시설은 ‘치외법권 지대’나 마찬가지다. 각 기관이나 시설 소유주 이외에 관리·감독할 수 있는 정부 주체가 없다.
산자부는 놀이시설에 대한 효율적인 안전관리를 위해 어린이 놀이기구와 시설에 대해 안전검사 실시와 안전검사표시 의무화하고 검사에 불합격한 경우 당해 놀이시설 이용을 금지하는 식으로 법률을 강화했지만 벌써 사문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미라 경원대학교 교수는 “안전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놀이터를 폐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놀이터 안전점검 등을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안전하지 않은 놀이터시설에 대한 신고 감시를 제도화하는 등 의식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