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규 칼럼]잊혀진 계절에 붙여

지역내일 2007-12-04
잊혀진 계절에 붙여
박영규 (언론인 전 연합뉴스 논설위원)

대통령 선거 운동이 한창인 계절. 거리에는 12명 후보의 얼굴을 담은 벽보와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나붙었다. 네 거리나 아파트 입구에 서 있는 유세 차량 근처에는 청중들이 모이질 않는다. 그러니 후보들은 사람들이 붐비는 시장 등 공공장소를 찾아 직접 얼굴을 맞대고 선전을 한다. 광고나 성명을 통해서는 공약과 함께 상대방에 대한 비방도 서슴지 않는다. 후보들은 주로 이렇게 하겠다 저렇게 하겠다 말한다. 일단 되고 보자는 심정으로 유권자를 현혹하기에 충분한 말을 고른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런 저런 얘기에도 시큰둥하다. 이 후보가 어떻고 저 후보가 어떻고 흑색선전도 펼쳐진다. 국민은 여기에도 별 반응이 없다.
선거 진영마다 더욱 달콤한 말과 자극적인 폭로가 무언지 머리를 짜내는 계절이다. 그러나 이미 끝난 대통령선거가 아니던가. 남은 건 몇 퍼센트의 지지율로 마감을 하는가 일 뿐. 이런 자조적 분위기가 굳혀져 가는 듯하다.

국민들 여당에 등돌려
애당초 진정한 대통령 감의 출현을 기대한 선거는 아니었다. 현직 대통령이 싫으니까, 그가 몸담았던 당이나 함께 일한 인물도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게 대다수 국민의 생각이었다. 각종 여론 조사 결과가 거듭 확인한 바이기도 하다. 그저 현 정부 반대 당 인물만 대통령으로 뽑으면 된다. 한마디로 `무조건 ‘바꿔보자’였다. 집권당만 바꾸면 되지 그 당의 후보는 상관치 않겠다는 의지였다. 이런 현실이 바람직하냐 아니냐는 문제시 되지 않는다. 대다수 유권자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현실인 이상 대세일 수밖에 없다. 통합신당의 김근태 의원이 이런 분위기를 두고 `‘국민 망령’ 운운했다가 당장 구설수에 휘말렸다. 틀린 말이라 치부하기도 그렇지만 그런 말을 해선 안 될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둔 일반적 정서는 현 정부와 뜻을 함께 한 개인이나 집단은 밉다는 것이다. 현 정부 반대편 대통령 후보의 도덕성에는 상관치 않겠다는 분위기다. 이명박 후보 자녀의 위장 취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을 때도 민심은 크게 동요치 않았다. 마음이 흔들린 유권자도 통합신당 지지로는 선회하지 않았다. 그 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통합신당의 지지율에 변화가 없었음이 뒷받침한다. 오죽하면 이러랴. 현직 대통령의 거침없는 언사와 독단적 정치 행위에 신물이 난 탓이다. 열린우리당 소속 정치인들도 그런 부담을 떨치려고 스스로 당을 깨고 새로운 당을 만들지 않았던가.
판세가 이러니 진정한 대통령 감의 출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런 분위기에서 더 이상 진정한 대통령 운운해야 뭐 하나. 이유야 어쨌든 유권자들이 선택한 대통령이라면 막을 길 없다. 유권자를 두고 망령이다 뭐다 할 게 아니다. 망령이면 또 어쩌겠나. 선택의 책임은 전적으로 유권자에게 있는 것임을. 경제만 살리면 된다 했으니 행여 나중에 중대한 도덕적 흠집이 발견돼도 용서해 줄 런지 알 수 없다.
어쨌든 이미 닫혀져 버린 국민들의 마음을 풀기엔 어려운 정치구도다. 이미 대선은 끝났다는 여론전문가들의 견해를 믿는 한 12월20일 새벽 공식 확인 절차만 남았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더 이상의 소모전은 불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어차피 승리를 장담하는 후보라면 이 기간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결함을 보완하는 수양의 시간으로 삼는 게 현명하지 않을는지. 또 고배를 마시게 될 후보와 그 배후의 정치집단은 이번 패배의 경험을 뼈저리게 느끼고 국민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언젠가 훗날 재집권의 기회가 왔을 때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곤란하다. 당장 눈앞만 보지 말고 미래를 보는 정치를 남은 대선기간 동안 보여줄 일이다. 15일간의 남은 대선 기간을 이런 마음가짐으로 마무리하는 게 승자나 패자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미래를 여는 정치 보여야
이제 연말이다.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설계하는 시점이다. 이웃에 대한 사랑과 온정을 베푸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러나 거리에서 연말의 훈훈한 인정이 느껴지질 않는다. 대선의 열기에 빼앗겨서 일까. 시청 앞 광화문 등 도심의 밤에는 루미나리에 불빛이 찬란하다. 백화점이나 호텔의 장식용 불빛도 환하고 화려하다. 그러나 따뜻해 보이질 않는다. 차게만 느껴진다. 한낱 가식적인 장식물로 비칠 뿐이다.
진정한 온정의 불빛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계절. 대선의 열기를 조금이나마 사랑의 온기로 바꾸면 어떨까. 메아리 없는 공약의 외침을 하루라도 접고 냄비와 종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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