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농에서 귀농으로, 농촌이 변하고 있다] ① 인구 증가하는 농촌 ‘이유있다’

읍지역 인구 10년간 연평균 0.6%씩 늘어

지역내일 2007-12-12
겨울이 깊어갈 때 봄의 씨앗이 자라듯, 과밀화된 도시가 삶의 질을 위협할 때 농촌으로 향하는 욕구가 성장했다. 그리고 선구자들이 이 욕구를 조직해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농촌정주 수요 커 … “적절한 여건 만들면 인구 유입”

11일 고영곤 농협대학 학장은 한 농업정책소식지에 기고한 ‘돌아오는 농촌이 남긴 교훈’에서 “돌아오는 농촌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했다”며 “지금도 ‘떠나가는 농촌’이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농촌 인구가 늘어나는 지역이 있다. 또 늘어나는 지역이 증가하고 있다(표 참조). 송미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면 지역 인구가 두드러지게 감소한 반면, 읍 지역 인구는 1995년 이후 늘어났다”고 말했다.

◆‘역도시화’ 현상 나타나 = 도시와 상대되는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는 ‘농촌’에 대한 법률적 정의는 ‘군 지역과 시 지역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역’(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이다.
지난 2005년 12월 대통령자문 농어업·농어촌특별대책위원회는 대통령에게 ‘농어촌 복합생활공간조성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전국 3만6009개 농어촌 마을(읍·면의 행정리) 중 2506개 마을(7.0%)에서 인구가 증가했다”는 내용을 첨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증가 사유는 주택단지 조성, 산업단지 입주, 자연증가, 전원생활 등으로 다양하다. 당시 통계는 보고서 작성을 위해 행정조사를 한 결과다.
이는 통계청의 인구통계에서도 나타난다.
5년 단위로 이뤄지는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960년대 전 국민의 72%에 달했던 농촌인구는 2000년 20.3%를 거쳐 2005년에는 18.5%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읍 지역 인구는 1995년 348만4000명에서 2000년 375만6000명, 2005년 394만4000명으로 1990년 이후 0.6%씩 증가하고 있다.
송미령 연구위원은 “인구가 늘어나는 곳은 수도권 및 대도시 주변 경기도와 접한 충남북 일부 등에 주로 분포한다”며 “선진국들도 농촌 인구가 감소하다 교통통신이 발달해 도시와 접근성이 개선되고 농촌 정주여건이 개선되자 도시민들이 농촌으로 이동하는 ‘역도시화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실제 충남 부여군 반산리 일대는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기대로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지난 2004년 이후 인구가 765명이 늘었다.
주40시간 근로, 행정수도이전과 광역교통망 발전 등으로 도농교류가 활성화되고 주민들의 생활 반경이 확장되는 것도 원인이다. 제4차 국토종합개발계획 수정계획에 따라 오는 2020년까지 남북 7개와 동서 9개 고속간선도로망이 완공되면 대부분 농촌지역은 30분 이내에 도시로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득있는 곳에 사람 모인다 = 인구가 증가하거나 줄어들지 않는 농촌지역은 대체로 소득수준이 농촌지역 평균보다 높은 곳들이다.
현대전자 컴퓨터사업부 부장 출신의 김종우(48)씨는 지난 2001년 고향 제주도에 돌아가 감귤농사를 하고 있다. 농업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던 그는 농촌진흥청에서 알려주는 대로 고품질 감귤 재배에 집중했고, 1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그가 성공하면서 건축회사에 다니던 동생이 귀향했고, 친구들도 돌아올 뜻을 보인다.
2005년 기준 제주도의 농촌인구는 14만2000명으로 도 인구의 25%에 이른다. 농가소득은 평균 4481만9000원으로 전국 농가평균 3050만원보다 높다.
마을주민들이 영농조합법인을 조직해 친환경농산물을 재배하면서 추가 이익을 내고 있는 충남 홍성군 문당리 지역도 2000년 이후 이농이 사라졌다. 오히려 16가족이 귀농해 살고 있다. 주형로(49) 홍성환경농업마을 대표는 “마을에는 빈 집도 사라졌고, 젊은 사람의 비중도 높다”고 말했다. 최근엔 현직 교사 가족 3가구가 들어왔다. 교사들은 문당리에서 출퇴근하고 아이들은 인근 학교에 통학한다.
전남 장흥군 수문리 일대도 이농이 없고 2004년 이후 23명의 인구가 증가했다. 박상기(58) 수문리 이장은 “키조개·바지락양식을 겸한 반농반어 지역으로 일거리가 꾸준히 있어 소득이 높은 편”이라며 “2004년 이후엔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에 참여해 경관 자원을 살려 퇴직자들이 전원생활을 하러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1~2004년 간 고용보험가입자수 기준으로 농촌지역 일자리수 비중은 전국의 7.4%에 불과하지만 2003년 이후 4년간 농촌지역인 신활력지역 시·군에서 연평균 4.2%씩 일자리가 늘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도시지역 일자리 증가율 2.7%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고향에 활력 불어넣는 지도자들 = 농촌마을 지도자들의 노력도 인구 유입에 중요한 요소다. 송 연구위원도 올 초 ‘살기 좋은 농촌 만들기 도전과 쟁점’이라는 논문을 통해 “도시민의 농촌 정주 수요는 잠재적으로 매우 크게 형성돼 있지만 농촌 지역에 적합한 공급여건이 갖춰질 때 현실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농림부에서 추진하는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박천창(48) 전북 진안군 동향면 능길권역개발 추진위원장은 “2004년부터 부지를 매입해 전원마을을 조성하는데 총 31가구 중 28가구가 계약을 완료했다”며 “이 중 20가구는 30~40대”라고 밝혔다.
이로써 폐교위기에 접어들던 마을 초등학교는 오히려 학생이 15명 늘게 됐다. 중학생도 5명 늘어난다. 박 위원장은 “주민들과 마을개발사업을 하면서 농업과 연관된 2, 3차 산업을 유치했고, 마을사무장, 으뜸마을간사 등 사회적 일자리도 5개 만들었다”고 말했다.
같은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전북 남원시 사매면 혼불문학권역(추진위원장 이정을)도 사업 진행 후 7명의 인구가 늘어났다.
이성우 남원시 계장은 “주민들이 소설 ‘혼불’과 연계한 일을 만들고 친환경고추소득사업을 시작하면서 가구당 소득이 평균 1000만원 이상씩 늘어났다”며 “친환경농업으로 고소득자가 나타나자 40대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귀농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농림부는 오는 2013년까지 전국 1000개 권역의 농촌마을을 종합개발하는 사업을 지난 2004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전북 고창군 공음면 선동권역개발위원장을 맡고 있는 진영호(60) 학원농장 대표는 “전국 농촌의 지도자들이 마을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경쟁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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