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불청객

지역내일 2007-11-20
조보훈
한국산업단지공단 부이사장

옛말에 아가사창(我歌査唱)이란 말이 있다. 내가 부를 노래를 사돈이 부른다는 뜻으로 꾸지람을 들어야 할 자가 오히려 나를 책망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 말이 애꿎게도 서울디지털산업단지 한 복판에서 실제 일어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첨단 디지털밸리로 거듭난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정체성을 훼손시키고 있는 일부 불법 의류할인매장들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불과 6년 사이에 모든 것이 변했다. 수출한국의 주역에서 이제 첨단 정보통신(IT0 밸리로 눈부신 진화가 순식간에 일어났다.
1990년대 들어 경공업 위주의 산업구조가 한계에 봉착하면서 공장의 해외이전이 이어지자 옛 구로공단을 되살리려는 각계의 관심과 노력이 이어졌다. 정부와 한국산업단지공단도 ‘구로공단 첨단화 계획’을 세우고 IT와 지식기반산업으로의 업종구조 고도화를 내용으로 한 탈바꿈을 꾀했다.
2000년 12월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의 명칭 개명과 함께 건립된 우리나라 첫 벤처빌딩인 키콕스벤처센터를 필두로 변화는 시작됐다. 예전 굴뚝공장 자리에는 첨단 아파트형공장이 들어섰고, 기술력과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IT 및 벤처기업들이 자리를 채웠다. 작업복 차림의 근로자 대신 패기와 열정으로 무장한 젊은 ‘넥타이부대’가 대신했다.
이제 입주업체 7200개사에 9만5000여명이 일하고 있는 대한민국 IT벤처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관리기관에 근무하는 필자의 자부심도 덩달아 높아져 뿌듯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런 서울디지털산업단지가 지금 정체성에 큰 위협을 받고 있다. 단지 한복판의 공장용지에서 아파트형공장을 짓겠다던 한 기업이 백화점과 다를 바 없는 초대형 의류매장을 건립하고 무려 6년 동안이나 불법영업을 하며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관련법의 규제가 약한 점을 철저히 이용한 것이다. 산업단지 입주기업에 부여하는 세제혜택까지 받아가며 이제는 추가로 대형 불법 매장을 잇따라 운영하며 성업 중이니, 산업단지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다.
정상적인 입주기업들은 아파트형공장에서 분양이나 임대를 통해 기업공간을 마련하는 데 반해, 입점상인들에게 백화점과 다를 바 없이 높은 수수료를 받는 이 업체가 과연 패션업체인지, 임대업자인지 되묻고 싶다.
기업지원시설을 설치할 공간에 현행법을 철저히 무시하고, 아예 대부분의 공간을 백화점식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위법을 감시하고 고발해야 할 해당 지자체에서 패션타운을 지원해야 한다며, 산업단지 해제 주장까지 들고 나왔다. 가히 무법천지라 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법치주의 국가로 산업단지에 대한 법과 원칙은 매우 소중하다. 서울에서 유일한 국가산업단지인 서울디지털단지에도 기업의 생산활동 지원을 위한 엄정한 관리제도가 존재한다. 위법의 온상으로 변한 패션 아웃렛에 대한 입장은 확고하다. 오늘날의 디지털밸리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이같은 관리 법률과 지원제도의 틀이 있었기 때문이다.
해당 지자체에서도 생산의 터전인 산업시설용지에서 불법 패션타운 조성에 힘을 쏟기 보다는, 먼저 입주기업에 대한 열악한 기업지원시설 확대와 지원서비스 제공에 앞서 주길 권한다. 인접한 관할 지자체처럼 서울디지털단지의 발전상을 활용한 ‘가리봉균형발전촉진지구’ 재개발 사업으로 탄탄한 기업지원 기반을 마련하고, 기업들이 진정 원하는 지원서비스에 주력을 쏟는 슬기로움을 이어주길 기대한다.
불법 패션 아웃렛들이 위치하고 있는 서울디지털 2단지 지역은 우리나라 산업의 역사에서 매우 소중한 곳이다. 이곳에서 1968년 제1회 한국무역박람회가 열려 옛 구로공단의 위상을 세계에 알렸다. 시골에서 상경한 우리 누이들이 배고픔 속에서 주경야독의 이야기를 써내려간 곳이다. 1980년대에는 대우어패럴을 시작으로 구로동맹파업이 일어난 노동운동의 성지(聖地)이기도 하다.
애증의 역사를 지닌 산업의 성지에 위법의 온상이 자리하고 있는 이 현실을 과연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에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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