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량 9위, 석유소비량 6위 … 유연탄 발전, 제철 부문 ‘발등의 불’
2008년 환경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무엇일까. 온실가스 감축? 현대 유조선 기름유출 사고? 이런 중요한 문제를 다 제쳐두고 ‘한반도운하’ 반대 투쟁이 2008년 환경운동 주요 흐름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명박 당선자가 ‘한반도 대운하’를 자신의 재임기간 중 완성하겠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29일 열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워크숍에서 장석효 한반도대운하TF 팀장은 “새 정부 임기 내에 유람선을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게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건설교통부는 한반도 대운하와 관련해 기존의 반대 입장에서 크게 돌아섰다. 건교부는 당선자 공약에 맞춰 내년까지 타당성 조사, 국민공감대 형성을 위한 공청회 개최, 환경성검토 등 사전준비를 마치는 방안을 마련해 인수위에 보고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주요 통과지점 땅값까지 들썩 = 이명박 당선자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이 실현 가능성을 보이자 지방자치단체들도 서둘러 준비작업에 돌입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30일 대구시는 ‘낙동강 운하개발 계획’을 세우는 한편 올해 초 ‘대운하 개발 전담팀’을 구성키로 했다. 경북도는 올해부터 2020년까지 4조원을 들여 낙동강을 문화·휴양·친수공간으로 탈바꿈하려는 ‘낙동강 프로젝트’를 대운하와 연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문경시는 이미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행정조직에 태스크포스(TF) 형태의 ‘낙동강 대운하팀’을 구성했다. 경기도는 파주시와 함께 임진·한강 하류 접경지역을 열어 중국·북한으로 통하는 뱃길을 내기 위한 가칭 ‘임진·한강 대운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대운하 통과가 예상되는 주요 지역의 토지가 서울 등 외지인들에게 팔리면서 주변 지역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충북 충주시의 경우 올해 2007년 10월에 거래된 1674필지의 토지 중 절반 가량인 814필지(48.6%)가 충북지역 주민이 아닌 외지인들이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운하 주요 통과지점인 달천강 주변의 땅값은 수십배 폭등하는 등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부운하저지국민행동’은 “운하 건설 여부는 국민여론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국민행동은 “이명박 당선자는 후보 시절 ‘당선된다면 국민여론과 전문가 등의 면밀한 검토를 거쳐 대운하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런데 당선되자마자 보란 듯이 대운하특별법을 공론화하고 인수위 내 대운하 태스크포스를 설치했다”고 비판했다.
국민행동은 특히 “대운하 특별법을 만들겠다는 것은 경제성 검토, 문화재 조사, 환경영향평가 등 모든 개발사업에 적용되는 사회적 검증수단을 비켜가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환경파괴의 ‘주범’이 된 시대 = 2000년대 이후 환경운동의 특징은 한마디로 ‘정부가 환경파괴의 주범이 된 시대’라는 말로 요약된다. 북한산국립공원 관통도로, 천성산·금정산 관통 경부고속철도, 새만금갯벌 매립 강행, 7×9 고속도로망 건설 등 정부가 앞장서서 국토환경을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운하 계획은 이런 ‘개발주의’ 정책의 최고점에 서 있다. 삼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고 영산강과 금강을 연결하는 ‘내륙운하’라니. 이런 논리대로라면 원산에서 평양을 잇는 ‘원산-평양 운하’, 부산에서 속초, 원산, 나진선봉을 연결하는 ‘동해안운하’도 건설해야 할 판이다.
경제성 분야의 핵심 쟁점은 ‘물류’ 분야다. 해운과 육상물류를 담당하는 해양수산부와 건교부는 지금까지 공식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으나 경부운하의 현실성에 강한 의문을 갖고 있다. 경부운하가 한반도 물류 현실과 동떨어진 불가능한 가설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항에 내려진 컨터이너를 트럭이 곧바로 받아서 서울로 출발하면 특별한 사고가 없으면 12시간 안에 화물주에게 배달된다. 경부운하를 이용할 경우 대형 컨테이너선박에서 내린 컨테이너를 운하용 화물선으로 옮겨 실어야 하고 3일에 걸친 운하 운송을 거쳐 수도권에 도착한 뒤 결국 또 트럭으로 배달해야 한다. 시간은 물론 비용까지 늘어난다.
건교부는 부산신항과 삼랑진을 잇는 새로운 철도를 건설중이다. 경부고속철도 완공 이후 여유분이 생기는 경부선 철도를 새로운 물류축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철도마저 화주들의 적극적인 이용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산에서 트럭으로 오면 반나절만에 올 화물이 철도를 거치면 3일이 걸린다. 철도 운송 활성화는 유라시아 철도 연결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양수산부는 보조금까지 줘가며 운행했던 부산-인천 연안해운 노선을 얼마 전 폐지했다. ‘연안해운을 활성화하면 연간 20조원의 물류비가 절약된다’는 논리는 있었지만 결국 이용자가 너무 적었다.
수출선적일에 맞추기 위해 잔업 철야를 밥먹듯이 하는 화물주들의 입장에선 12시간 안에 배달하는 트럭이 제일이다. 현대사회에서 물류는 비용보다 ‘시간’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제성 평가와 함께 또 하나 넘어야 할 산은 ‘환경성 검토’다.
이 문제와 관련, 이규용 환경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경부운하의 환경성 검토는 아주 철저하게 이루어질 것”이라며 사전환경성검토 단계에서 환경부가 ‘NO’할 수도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 바 있다.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사업의 환경성을 높이는 ‘저감’ 차원이라면 사전환경성검토는 사업 자체의 승인여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환경부의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
◆전기와 철강 없이 경제 지탱할 수 있을까 = 차기정부 임기 중 가장 중요한 환경문제는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차기정부 임기가 끝나는 2013년 이후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은 세계인 모두가 알고 있을 만큼 지구온난화에 대한 책임이 높다. 세계 10위의 경제규모, 온실가스 배출량 9위, 석유소비량 6위, 누적 배출량도 23위에 달한다. 게다가 산업 부문 배출량 통계를 보면 ‘유연탄 화력발전’ 부문이 1위, ‘제철’ 부문이 2위다.
한국경제가 전기와 철강 없이 지탱할 수 있을까. 이런 현실에 걸맞는 책임의식이 필요한데 현재 정부는 ‘원자력 확대’ 이외의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TF 팀장도 산자부 출신이 맡았다.
지금은 ‘경부운하’ ‘새만금 개발’ 등으로 불필요한 사회적 논쟁을 할 때가 아니다. 온국민이 머리를 맞대고 보다 중요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한 차원 높은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야 할 시점이다.
남준기 기자 jkna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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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환경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무엇일까. 온실가스 감축? 현대 유조선 기름유출 사고? 이런 중요한 문제를 다 제쳐두고 ‘한반도운하’ 반대 투쟁이 2008년 환경운동 주요 흐름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명박 당선자가 ‘한반도 대운하’를 자신의 재임기간 중 완성하겠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29일 열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워크숍에서 장석효 한반도대운하TF 팀장은 “새 정부 임기 내에 유람선을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게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건설교통부는 한반도 대운하와 관련해 기존의 반대 입장에서 크게 돌아섰다. 건교부는 당선자 공약에 맞춰 내년까지 타당성 조사, 국민공감대 형성을 위한 공청회 개최, 환경성검토 등 사전준비를 마치는 방안을 마련해 인수위에 보고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주요 통과지점 땅값까지 들썩 = 이명박 당선자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이 실현 가능성을 보이자 지방자치단체들도 서둘러 준비작업에 돌입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30일 대구시는 ‘낙동강 운하개발 계획’을 세우는 한편 올해 초 ‘대운하 개발 전담팀’을 구성키로 했다. 경북도는 올해부터 2020년까지 4조원을 들여 낙동강을 문화·휴양·친수공간으로 탈바꿈하려는 ‘낙동강 프로젝트’를 대운하와 연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문경시는 이미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행정조직에 태스크포스(TF) 형태의 ‘낙동강 대운하팀’을 구성했다. 경기도는 파주시와 함께 임진·한강 하류 접경지역을 열어 중국·북한으로 통하는 뱃길을 내기 위한 가칭 ‘임진·한강 대운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대운하 통과가 예상되는 주요 지역의 토지가 서울 등 외지인들에게 팔리면서 주변 지역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충북 충주시의 경우 올해 2007년 10월에 거래된 1674필지의 토지 중 절반 가량인 814필지(48.6%)가 충북지역 주민이 아닌 외지인들이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운하 주요 통과지점인 달천강 주변의 땅값은 수십배 폭등하는 등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부운하저지국민행동’은 “운하 건설 여부는 국민여론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국민행동은 “이명박 당선자는 후보 시절 ‘당선된다면 국민여론과 전문가 등의 면밀한 검토를 거쳐 대운하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런데 당선되자마자 보란 듯이 대운하특별법을 공론화하고 인수위 내 대운하 태스크포스를 설치했다”고 비판했다.
국민행동은 특히 “대운하 특별법을 만들겠다는 것은 경제성 검토, 문화재 조사, 환경영향평가 등 모든 개발사업에 적용되는 사회적 검증수단을 비켜가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환경파괴의 ‘주범’이 된 시대 = 2000년대 이후 환경운동의 특징은 한마디로 ‘정부가 환경파괴의 주범이 된 시대’라는 말로 요약된다. 북한산국립공원 관통도로, 천성산·금정산 관통 경부고속철도, 새만금갯벌 매립 강행, 7×9 고속도로망 건설 등 정부가 앞장서서 국토환경을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운하 계획은 이런 ‘개발주의’ 정책의 최고점에 서 있다. 삼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고 영산강과 금강을 연결하는 ‘내륙운하’라니. 이런 논리대로라면 원산에서 평양을 잇는 ‘원산-평양 운하’, 부산에서 속초, 원산, 나진선봉을 연결하는 ‘동해안운하’도 건설해야 할 판이다.
경제성 분야의 핵심 쟁점은 ‘물류’ 분야다. 해운과 육상물류를 담당하는 해양수산부와 건교부는 지금까지 공식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으나 경부운하의 현실성에 강한 의문을 갖고 있다. 경부운하가 한반도 물류 현실과 동떨어진 불가능한 가설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항에 내려진 컨터이너를 트럭이 곧바로 받아서 서울로 출발하면 특별한 사고가 없으면 12시간 안에 화물주에게 배달된다. 경부운하를 이용할 경우 대형 컨테이너선박에서 내린 컨테이너를 운하용 화물선으로 옮겨 실어야 하고 3일에 걸친 운하 운송을 거쳐 수도권에 도착한 뒤 결국 또 트럭으로 배달해야 한다. 시간은 물론 비용까지 늘어난다.
건교부는 부산신항과 삼랑진을 잇는 새로운 철도를 건설중이다. 경부고속철도 완공 이후 여유분이 생기는 경부선 철도를 새로운 물류축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철도마저 화주들의 적극적인 이용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산에서 트럭으로 오면 반나절만에 올 화물이 철도를 거치면 3일이 걸린다. 철도 운송 활성화는 유라시아 철도 연결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양수산부는 보조금까지 줘가며 운행했던 부산-인천 연안해운 노선을 얼마 전 폐지했다. ‘연안해운을 활성화하면 연간 20조원의 물류비가 절약된다’는 논리는 있었지만 결국 이용자가 너무 적었다.
수출선적일에 맞추기 위해 잔업 철야를 밥먹듯이 하는 화물주들의 입장에선 12시간 안에 배달하는 트럭이 제일이다. 현대사회에서 물류는 비용보다 ‘시간’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제성 평가와 함께 또 하나 넘어야 할 산은 ‘환경성 검토’다.
이 문제와 관련, 이규용 환경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경부운하의 환경성 검토는 아주 철저하게 이루어질 것”이라며 사전환경성검토 단계에서 환경부가 ‘NO’할 수도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 바 있다.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사업의 환경성을 높이는 ‘저감’ 차원이라면 사전환경성검토는 사업 자체의 승인여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환경부의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
◆전기와 철강 없이 경제 지탱할 수 있을까 = 차기정부 임기 중 가장 중요한 환경문제는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차기정부 임기가 끝나는 2013년 이후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은 세계인 모두가 알고 있을 만큼 지구온난화에 대한 책임이 높다. 세계 10위의 경제규모, 온실가스 배출량 9위, 석유소비량 6위, 누적 배출량도 23위에 달한다. 게다가 산업 부문 배출량 통계를 보면 ‘유연탄 화력발전’ 부문이 1위, ‘제철’ 부문이 2위다.
한국경제가 전기와 철강 없이 지탱할 수 있을까. 이런 현실에 걸맞는 책임의식이 필요한데 현재 정부는 ‘원자력 확대’ 이외의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TF 팀장도 산자부 출신이 맡았다.
지금은 ‘경부운하’ ‘새만금 개발’ 등으로 불필요한 사회적 논쟁을 할 때가 아니다. 온국민이 머리를 맞대고 보다 중요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한 차원 높은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야 할 시점이다.
남준기 기자 jkna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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