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환갑을 맞는 나라의 책무와 도리

지역내일 2008-01-04
환갑을 맞는 나라의 책무와 도리

올 여름 대한민국은 환갑을 맞는다. 인간에게도 갑년이란 특별히 기념하는 경사로운 날일진대, 자손만대로 물려줄 나라가 환력을 맞게 된 것은 이만저만한 경사가 아니다.
그 전에 나라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 무슨 호들갑이냐 할지 모른다. 그러나 남의 나라 압제에서 신음하던 세월과 굶주린 이리 같은 열강의 탐욕에 시달렸던 근세사를 떠올리면, 태평성대의 60년의 의미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때마침 정권이 바뀌게 되어 세상은 온통 ‘선진화’ 논의로 어지럽다. 실감이 나지 않지만 쳐다보지도 못할 자리를 넘보는 일 그 자체로도 즐겁고 행복하다. 환율 탓이라고는 해도 국민소득 2만 달러가 어디 꿈이나 꾸어본 일이던가.
거기다 연간 7%씩 경제를 성장시켜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 대열에 올려놓겠다니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느낌이다. 유조선 오염사고 현장에 몰려든 자원봉사자 인파가 연인원 50만 명을 넘었다는 소식은 벌써 선진국이 된 것 같은 착각을 안겨 준다.

99년 터키 강진 때 정부구호금 고작 7만달러
그런데 선진화 논의에 빠져서는 안 될 한 가지가 그냥 버려진 채로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환갑나라의 책무와 도리 말이다.
환갑잔치는 원근 친인척들 뿐 아니라, 낯 모르는 길손과 다리 밑에 사는 걸인들까지 불러다 배불리 먹이고 베푸는 동네잔치였다. 개 돼지도 음식을 골라먹고 까막까치 같은 날짐승들까지 떡 부스러기를 물고 다니는 날이었다.
나라의 환갑이라고 다를 바가 없다. 특히 우리처럼 남의 신세를 많이 진 나라일수록 빚을 갚고 은혜에 보답하는 뜻에서라도 베풀어야 한다. 헐벗고 굶주리던 시절 인색했던 허물을 벗어버리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갚아야 한다.
1999년 터키 강진으로 수만 명이 죽고 다치는 재난이 발생했을 때 우리 정부가 터키에 보낸 구호금은 7만 달러였다. 현지 공관장은 이 돈이 너무 부끄러워 전달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민간 구호금과 합쳐서 보내야 했다. 그 때 방글라데시의 구호금이 10만 달러였다.
터키는 6·25 때 우리나라에 1만5000명 가까운 병력을 보내준 나라다. 800명 가까운 전사자와 2000명이 넘는 부상자를 낸, 이름 그대로 피로 맺은 인연의 나라다. 그런 나라에게 우리 정부가 정식으로 고마움을 표한 일이 있었던가. 정부 고관들이 수시로 유럽과 중동, 심지어 아프리카를 들락거리면서 잠깐 들러 관심이라도 표한 일이 있었던가.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 방문한 것이 2005년이었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는 신세를 갚지 못한 나라가 너무 많다. 6·25 때 우리는 열여섯 나라로부터 전투병력 지원을 받았고 다섯 나라의 의료지원을 받았다.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 캐나다 같은 나라는 정치적 경제적 이유로 공식 비공식 감사의 표시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남아공화국 콜럼비아 이디오피아 태국 필리핀 같은 나라에 부끄럽지 않게 했는지는 자신이 서지 않는다.
참전 16개국 젊은이 4만1000명 이상이 한국전선에 고귀한 생명을 바쳤다. 전상자 수는 훨씬 많다. 우리에게 의료지원을 해준 스칸디나비아 국가 의료시설은 우리 의료기술 발전의 모태였다. 이런 신세를 지고도 제일 가난한 나라보다 적은 구호금을 냈다. 이러고도 예의를 아는 나라라고 할 것인가.

747 선진국이 된들 누가 알아주고 인정해 줄까
2006년 우리나라의 대외개발원조(ODA)는 국민소득 대비 0.05%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0.30%)에 비하면 너무도 부끄럽다. 예산 당국은 재정형편이 어렵다는 말로 책임을 피해가지만 이래서는 유엔사무총장 배출국가 체면이 말이 아니다.
돈에만 인색한 것이 아니다. 국제사회에 무엇 한 가지 내놓을 게 없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 기여한 것이 무엇인가. 파키스탄 사태에 팔짱을 끼고 있는 것도 민주화 투쟁 경험국가의 도리가 아니다. 인류의 평화와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구현하고 추구하는 일에 한 몫을 하지 않으면 747 선진국이 된들 누가 알아주고 인정해 줄 것인가.
나이 값 못하는 사람은 사람대우를 받지 못 한다. 나라도 다르지 않다. 건국 60돌의 해, 대한민국은 도덕적으로 제몫을 하는 방향으로 키를 잡아야 한다.
문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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